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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신나는 일로 가득해”

IN YOUR CART 1: 이기화님

IN YOUR CART는 팀 렛잇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온라인 장바구니를 살펴보는 본격 취향 탐구 인터뷰 코너입니다. 매월 1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구매와 소비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감각을 반영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욕망과 감각이 담긴 위시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의식주’가 아닌 ‘의취취(미)’형 인간, 이기화님입니다.



이름: 이기화

직업: 스타일쉐어 MD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에서 가방·잡화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패션 MD다. 상품을 소싱, 기획, 구성, 판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패션 그리고 MD가 이커머스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름 기화의 ‘화’는 스타일쉐어에서 꽃 ‘花’로 통한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다들 초등학생 때는 어머니가 사주신 옷을 입고 다니지 않나?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호불호가 확실해 직접 옷을 골랐다. 이후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모아 옷을 사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 동네 주변에 멀티숍, 현재로 따지면 편집숍 형태의 가게들이 하나 둘 생겼다. 그때 생긴 꿈이 멀티숍 사장님이었다. 좀 더 저렴하게 옷을 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동대문 새벽시장을 찾기도 하고, 막상 사놓고 입어보니 어울리지 않는 옷은 중고로 팔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쇼핑에 눈을 뜬 건 ‘폴로’라는 브랜드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도 폴로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폴치광이’었다. 폴로라는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이 있다. 오래된 셔츠가 올해 구매한 팬츠에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일관성 있는 클래식함. 아메리칸 캐주얼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확고해 평생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사람은 배신해도 옷은 배신하지 않는다. 특히 폴로가 그렇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실제로 빈폴, 해지스 등 폴로를 따라 하던 브랜드들은 이제 다 변했다. 물론 폴로는 변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 당시 온라인 쇼핑몰이 많이 생겼다. 관심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패션디자인 전공을 선택하게 됐고, 대학을 졸업할 쯤엔 이커머스 시장이 엄청 커졌다. MD란 직업은 운명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행운인 것 같다. MD/소비자로서 최근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나?

첫 번째는 파타(Patta), 색감이 좋은 스트릿 브랜드이다. 얼마 전 나이키와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서핑 브랜드 마우이앤선즈(Maui and Sons)도 눈에 띈다. 예전에도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재론칭했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청량한 느낌이 매력이다. 작년부터 즐겨 입고 있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국내 브랜드 프리즘웍스(FrizmWORKS). 사실 이 브랜드를 알기 전까지 국내 브랜드 제품은 퀄리티를 우려해 구매하지 않았었는데, 머쓱할 정도로 원단, 만듦새 퀄리티가 좋더라. 편견이 깨져 앞으로 프리즘웍스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를 자주 구매할 것 같다.



패션 MD로서 옷에 대한 애착과 쇼핑 고수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본인만의 쇼핑 노하우가 있다면?

온라인 쇼핑의 경우, 구매할 제품의 모델명을 찾아 네이버로 가격을 비교한다. 최저가를 메모해 놓고 다시 한번 구글에서 검색한다. 네이버와 연동되지 않은 판매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이버/구글 각 포털 최저가를 비교하면 99%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쇼핑 역시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로 백화점보다 아웃렛을 이용하는 편이다. 방문할 예정인 아웃렛 이름을 미리 검색해보면 여러 커뮤니티에서 추가 할인 정보 공유 글을 볼 수 있다. 가끔 맘 카페에서 좋은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다.



장바구니를 보니 의식주가 아니라 옷-취미-취미, ‘의취취’형 인간인 것 같다.

외향적인 성격이라 야외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 모든 게 귀찮아 집에만 있고 싶을 때도 있다. 다만, 시간을 헛되이 쓰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불속에만 누워있지 않는다. 신발 수선 혹은 바느질을 하거나 누워서 유튜브를 보더라도 생산적인 콘텐츠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레고도 집에서도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시작하게 된 취미 중 하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레고 모듈러 시리즈를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20개 정도 가지고 있다. 나중에 레고를 전시할 수 있는 방을 갖는 것이 꿈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결혼 후 꾸리는 집은 드레스룸과 레고를 진열할 만한 방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꾸준히 즐기는 축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어제 신발장을 열어봤는데 축구화가 7켤레 정도 있더라. 다들 잘 모르는 사실일텐데… 축구화 수명은 딱 1년이라고 한다. (웃음) 물론 사고 싶어서 사는 거다. 축구화 성능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기도 하고 신상이 나오면 결국 사게 되더라.



그렇다면 축구화는 나이키 VS 아디다스?

아디다스. 나이키 축구화를 구매해본 적은 없다. 아디다스가 전 세계에서 축구화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나는 어떤 물건을 구매하던 ‘오리지널리티’와 ‘브랜드 가치’에 기준점을 두는데, 아디다스는 축구의 전통 그 자체인 브랜드이다. ‘코파 문디알’이라는 축구화가 있다. 1979년 처음 출시한 모델로 역대 최고의 선수들이 즐겨 신었고 현재까지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다. 재작년 즈음 구매해 상징적인 의미로 딱 한 번 신었다.



장바구니에 캠핑요리 관련 상품도 들어있더라. 캠핑도 자주 하는 편인가?

날씨가 좋은 주말엔 한강이라도 나간다. 의자에 앉아 강바람을 느끼면 부러울 게 없더라. 그 맛에 가는 것 같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계곡을 찾기도 한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아이템 중 하나인 ‘코베아 구이바다’는 여름이 가기 전에 구매할 계획이다. 텐트나 캠핑용 의자, 테이블은 갖췄는데, 요리를 할만한 장비가 없어서 아쉬운 차에 캠핑을 좋아하는 지인 추천으로 알게 됐다. 이거 하나만 있다면 캠핑계의 백종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무인도에 일주일 정도 자연인처럼 살아보는 것이다.



무인도에 딱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인공 눈물. 눈이 건조해서 인공 눈물 없이는 생활이 안 된다. 꼭 가져가고 싶다기 보단, 나에겐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인공 눈물은 생각도 못했다. 그럼 지금까지 사고 싶었지만 사지 못해 아쉬운 물건이 있나?

없다. 사고 싶은 건 다 사는 성격이고 어떻게든 구매했다.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서. 물론 빚을 내서까지 사진 않는다. 가끔 SNS에 구매인증샷을 올리면 주변으로부터 “부자야?” 혹은 “또 샀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한 때 이런 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웃어넘긴다. 옷 부자니까. 돈은 별로 없지만 옷은 많다.

나에게 소확행은 꾸준한 소비다. 음주, 흡연을 하지 않고 그 돈으로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소비를 한다. 월별 소비액을 따로 정하지는 않지만, 대충 어느 정도 쓰면 되겠다는 감이 있다. 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중고거래 등을 통해 알뜰하게 팔기도 한다. 가끔 자신에게 투자하는데 망설이는 친구들을 보면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게 분명 필요하다. 소비의 기쁨, 나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찾았을 때의 만족감 등 구매라는 행위 하나로 인해 나 자신이 바뀐다는 걸 느껴봤으면 좋겠다.



적절한 소비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안경. 중학생 때부터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열 두 개 정도 가지고 있다. 라식이나 라섹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안경도 그 날의 코디의 일부라 생각해 옷에 어울리는 안경을 쓰면 나라는 사람을 더 멋있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타르트 옵티컬의 아세테이트 소재 안경을 5년 넘게 꾸준히 써오고 있다. 견고하기도 하고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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