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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생활을 돕습니다"

IN YOUR CART 2: 이주연님

IN YOUR CART는 팀 렛잇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온라인 장바구니를 살펴보는 본격 취향 탐구 인터뷰 코너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욕망과 감각이 담긴 위시리스트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사람들과 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잘 살도록 돕는 이주연님입니다.



이름: 이주연

직업: 식물 큐레이터



식물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공간의 환경과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분류한 식물군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을 한다. 식물 생활을 돕는 사람의 직업을 뜻하기 위해 식물이라는 단어에 큐레이션을 결합해 직접 지었다. 최근 ‘식물 큐레이션(plant curation)’에 대한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 식물 큐레이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고 싶다.

알수록 어려운 식물의 세계에서, 서로 다른 공간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식물을 추천하는 일에 정답은 없다. 그래서 먼저 식물을 두려는 공간 특성, 식물에 대한 취향, 의뢰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알고자 각 10개씩 객관식(5지선다형)으로 약 서른 개의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답을 기초 정보로 삼고 간단한 상담 후 내용과 일정을 정하는 식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그만큼 식물을 키우는 것은 시간과 마음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 과정일 수밖에 없는 식물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한다.
 
 

카페 등 공간 조경도 많이 하는데, 기억에 남거나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타르트 전문점 ‘피스피스(peace piece)’ 일산 성석동점. 마당 곳곳에 구근을 비롯해 초화와 그라스, 허브를 조금씩 심어 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식재 관리를 하고 있는데, 완성형 정원을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직접 가꾸실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조성해 나가는데 목적을 둔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지만, 정원을 가꾼다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는 현장이라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카페 내부 역시 환경적 조건의 한계가 많지만 화분과 흙 배합 등을 고민하며 식물 생활을 돕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피스피스에서 식물과 함께 맛있는 파이를 즐기기를! 

Photo by 이지영 작가(Woo Project) @피스피스



직접 운영하고 있는 ‘식물을 위한 작업실’에 대한 공간도 소개해달라.

1차적으로는 말 그대로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서울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배수가 잘되는 흙, 충분한 햇빛, 환기 용이한 큰 창문이나 문, 수도 등 식재 작업에 용이한 환경, 그러니까 식물에게 필요한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아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식물을 주인공으로 전시하는 일종의 쇼룸 역할도 한다.
  


어떤 계기로 식물에 빠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식물이나 조경과는 무관한 영어교육과를 나왔다. 여고에서 일하기도 했고, 한때 국회에서도 근무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열심히 일했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외숙모가 양재 꽃시장에서 일하셔서 갈 일이 많았는데 거기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특히 식물을 죽이는 주변 지인들에게 식물 생활을 알려주면서 재미를 느꼈다. 식물이라는 콘텐츠로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지금의 일이 무척 즐겁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식물 사진이 예술작품 같다. 꽃, 식물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이 있다면.
잘 찍는다기 보다, 여러 번 찍은 다음 골라서 그런 것 같다. 우선 공간에 사람, 그리고 식물이 다 들어간 사진을 좋아한다. 전체 구도에서 균형 있게 공간을 배치하고, 빛이 들어오는 곳에 식물을 자리하게 해서 여러 각도에서 찍어보는 편이다. 빛과 어둠이 확실히 대비된 공간에 식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있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식물 말고 동물도 좋아하는지?

반려동물은 좀 어려워하는 편이다. 어려서는 막내 동생이, 결혼 후엔 남편이 알레르기가 있어 반려동물과 생활해볼 기회 자체가 없었다. 사실 말도 움직임도 없는 식물의 요구가 어쩔 때는 반려동물보다 어렵다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조용한 식물들이 걸어오는 말을 알아차리는 게 동물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

 


식물을 가꾸는 일은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원래 부지런한 성격인가?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게으름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고 싶다.

워낙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웃음) 어려서부터 언제나 바지런히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간혹 에너지를 잘 나눠 쓰지 못해서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가 있다. 그때 찾아오는 무기력함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한 음악, 대개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 산책을 하거나 전시를 보고 글을 읽거나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이나 찾는 곳은?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니기 좋아한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아크앤북, 이라선, 노말에이, 더북소사이어티, 부쿠M 등 대형 서점부터 독립 서점까지 군데군데 들러 국내외 서적을 살펴본다. 근처 고궁들을 돌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궁터의 나무들과 식물들을 기록해 집으로 돌아와 자세히 알아보기도 한다. 또 박서영 작가님의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와 '문장에 대하여' 수업을 2년이 넘도록 참여해 왔다. 다양한 사람들 여럿이 모여 각기 다른 주제로 그림책과 글을 보고 읽고 느끼는 감상을 나누는데, 일상과 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못 가고 있지만, 나에게 가장 특별한 일상이라고 할 수 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항상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말해준다면.

땀이나 손을 닦을 일이 많아 손수건을 늘 가지고 다닌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작업을 하기 때문에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하는 빗도 필수다. 그밖에 현장 방문 시 필수 아이템인 줄자, 잠시 쉬고 싶을 때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도 챙겨 다닌다. 그리고 나의 분신 같은 작업 가방. 가드닝 도구를 가지런히 정리해서 넣어 다니는 용도다. 워커들을 위한 성실한 작업복을 모토로 자체 디자인 제작을 하는 스튜디오 ‘지향사’에서 맞춤 주문했다.





사진 출처


@simd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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