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불안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도서출판 북극곰은 '프레드릭'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운영한다. 그림책 작가이자 서점 대표 이루리 씨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 <프레드릭>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교보문고에 들렸다가 서점 한 구석에서 <프레드릭>을 펼쳤다. 이야기를 읽다 보니 <개미와 베짱이>의 들쥐 버전으로 뻔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친구 들쥐들이 겨우살이를 위해 열심히 곡식을 모으는 동안, 시인 들쥐 프레드릭은 한가롭게 광합성을 하며 햇살을 만끽한다. 친구들이 뭐 하고 있냐고 물을 때마다 햇빛, 색깔,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고 대답하는 프레드릭. 상사가 일을 안 하면 내 업무가 되는 사회에 사는 나에게 그 모습은 꿀밤을 때리고 싶을 만큼 얄밉게 느껴졌다.
어느덧 프레드릭과 들쥐들에게 겨울이 찾아온다. 어두운 돌담 아래에서 봄을 기다리는 들쥐들에겐 풍성한 먹을거리보다도 한 줌 햇살이 더 그립다. 다른 들쥐들이 모은 곡식을 얻어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프레드릭은 추위에 떠는 친구들을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눈을 감아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얼음은 누가 녹일까?", "달빛은 밝히는 건 누구일까?"
프레드릭이 한마디 한마디 건넬 때마다 책이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얼음은 누가 녹일까?" 한 문장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였다. 앞만 보고 돌진하면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마음이 불안하고, 엉덩이가 들썩거리기에 몸은 빈둥거려도 마음은 편치 않다. 벌써 2019년이 두 달 지났다. 남은 열 달을 더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3월에는 잔뜩 빈둥거려야겠다. 봄의 햇빛과 색깔과 이야기를 가득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