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경 Aug 10. 2020

드림카 따위 쿨하게 포기하기

대단한데 평범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내 친구 S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결혼'에 대한 '관계'에 대한 '행복'에 대한 지금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들, 어쩌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절심함에 대한 이야기.


공대 출신 내 친구 S는 웬만한 남자인 친구들보다 차에 대한 욕심도 많고 관심도 많았다. 나와는 다른 관심사에 대한 문제지만 차 브랜드도, 종류도, 사소한 정보도 잘 알고 있는 S를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S는 좋은 차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서로의 드림카가 뭐였는지, 드림카를 꼭 타게 된다면 어딜 가장 가고 싶은지 등의, 드림카에 대한 소원을 꼭 이루었을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될 것 같은 S의 반짝거리는 눈을 잊을 수 없다.


적어도 S에겐 차와 같은, 나에겐 한적하지만 이동이 편리한 곳에서 살고자 하는 집? 동네? 와 같은 특정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행복의 목표를 두고서 우린 상상하고 꿈꾸며 설레었고 기대했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함을 함께 느꼈다.


드림카 대화를 한 시점으로부터 1년이지만 조금씩 어른에 가까운 나이를 먹어가며 그리고 곧 결혼을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계획들을 구체화하고 실현해가는 S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을 보며 자연스레 진짜 내 행복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보편적으로는 정말 특정 한 사람과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부터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꼭 해야 할까에 대한 부분 까지도, 최소한 결혼 후 어느 정도의 것들을 영위하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아직 시작점이지만 결혼을 준비하며 S가 겪은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어머니의 반대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복되는 싸움과 반대, 반면에 곧 잘 투닥투닥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형성되어있는 관계를 둔 상태에서의 누군가의 반대는 더 치명타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는 지금 아프고 슬프고, 아주 가끔 기쁘다.


드라마-이번 생은 처음이라中


"친구야 난 그냥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적당한 나이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살고 싶어. 남들보다 잘나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는 욕심 많았는데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평범하게만 살고 싶어"


S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몇 안 되는 친구지만 요새 내가 모난 돌 마냥 뾰족해 다 들어주고 다 품어주지 못할 때가 많았다. 오늘 S에게 들은 저 말 한마디 때문에 수개월간 적어보지 않았던 이곳에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을 만큼 내 친구 S를, 그리고 나를 돌아보고 싶다.


드라마-이번 생은 처음이라中


어쩌면 가장 평범하지 않고 가장 어렵기만 한 일, 보통사람으로 보통의 삶을 사는 것,


보통사람들 사이에 묻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들, 그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각자만의 이유를 근거로 한 절심 함들, 평범을 꿈꾼다는 건 지금 내가 너무 평범하거나,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는 증거, 가장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지금 이미 내가 속해있는 것. 그렇게 크게 실감하지 않는 것일 뿐, 보통의 나로 보통의 날을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혹독한 아홉 수의 신년맞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