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대체 뭐길래… (1)

결혼은 왜 하셨나요? / <언니네 마당> 창간준비호 중

by 이십일프로


4명의 여자들이 창덕궁, 그 역사적이고 의미 깊은 장소에서 결혼을 주제로 수다를 떨었다. 남들보다 일찍 결혼해서 20년 넘게 결혼 생활 잘 하고 있는 마님 언니, 평생 혼자 산다고 고집하다 30대 중반에서야 돌연 결혼해 버린 자줏빛 언니, 부모의 정년퇴직에 떠밀려 얼떨결에 사귀던 남자와 결혼한 풍뎅이 언니, 그리고 그동안 수차례 결혼할 기회는 있었지만 나이 40에 접어들어도 결혼을 딱히 할 필요를 못 느끼는 미루 언니. 나이도, 살아온 과거도, 하는 일도, 관심사도 모두 다르지만 4명의 여자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결혼’이라는 주제를 놓고 수다 좀 떨어보았다.



미루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니까 결혼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많아요. 부부, 자녀, 양육, 결혼식, 가정, 연애 등등. 그래서 딱 결혼이라는 그 단어에 가장 충실한 주제를 꼽는다면 ‘부부생활’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마님 부부생활? 부부? 그건 결혼과는 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자줏빛 결혼이라고 얘기할 때 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내가 우리 각자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봤어.



여성지 "언니네 마당" 창간준비호 중에서



결혼은 왜 하셨나요?

자줏빛 일단 여기 결혼한 사람이 세 명, 결혼 안 한 사람이 한 명. (마님을 향해) 먼저 언니는 결혼 왜 하셨어요?

마님 난 아무 생각 없이 했지. 연애의 연장이라 생각했지.

미루 연애의 결론!?

마님 연애의 결론이라기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연애를 쭉 오래 하기보다 그냥 확 붙잡고 싶다고 생각했나? 서두르기는 저 쪽에서 서둘렀어. 그냥 연애하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시어머니를 모실 상황이었다면 결혼이 좀 고민이 됐을 텐데, 멀리 계셔서 고민 대상도 아니었고…. 우리 엄마가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하셨으니까, 난 그것만 아니면 된다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가 지방에) 멀리 계시니까 그냥 어린 나이에 별생각 없이 (결혼했지).

미루 별 고민 없이?

마님 생계 대책, 이런 것도 없이 그냥.

자줏빛 결혼 일찍 하셨죠? 스물….

마님 스물다섯.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여중생 정도가 결혼하는 것 같이…. 진짜 아찔하다. 창피하다.(웃음) 갑자기 말하고 나니...

미루 준비된 게 충분했을 수도 있어요. 부모님들도 사윗감에 대해 충분하다 생각하고.

마님 아냐. 좀 성에는 안 차셨었지. 남편이 그때 당시 직업을 아직 갖고 있진 않았었으니까. 그래도 맏인 내가 빨리 해야 차례대로 자식들을 결혼 보낼 수 있다 생각하셨는지... 난 결혼식이 가장 하기 싫었어. 모두에게 주목받는 그게 (그 당시) 가장 난관이었지 다른 건 뭐…. (웃으면서) 우리 남편이 불쌍하다. 이런 생각으로 결혼했다니.

풍뎅이 맞아. 나도 결혼식은 정말 하기 싫었어.

자줏빛 풍뎅이 씨는 왜 결혼했어?

풍뎅이 개인적으로는 일단 아버지가 정년퇴임이 다가오고 있는 때여서 (집안에) 누군가 한 명은 결혼해야 했어요. (다 같이 폭소)

마님 진짜로 중요한 문제지. 어른들한테는.

풍뎅이 응. 남편도 외국에서 공부 중이었고 나도 결혼할 상황은 안됐는데 남편이 공부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결혼했어요. 숨 가쁘게. 내 입장에서는 결혼이 독립을 하는 기준이었던 거 같아요. 물론 남편도 사랑은 하지만 이런저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내가 독립하는 관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는 나이가 차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는 줄 알았죠.

자줏빛 많은 여자들이 독립을 위해서 결혼을 생각하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아.

마님 아! 그래 나도 집에 있기 좀 싫었거든. 그 무렵에.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풍뎅이 그런 때가 오는 것 같아요.

자줏빛 몇 살에 결혼했는데?

풍뎅이 서른 살.




자줏빛 저는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살았어요. 평생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미리 독립도 했었고, 그리고 혼자 살아갈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나도 그가 싫지 않았고... 그가 함께 있는 걸 원하니까 거기에 떠밀려서 결혼까지 갔어요.

마님 떠밀려서?

자줏빛 그 떠밀렸다는 게 결혼이 가지고 있는 제약들이 있잖아요.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 육아 문제…. 내 의지로 한 가정을 만들고 잘 꾸려나갈 자신이 없었어요. 저는... 전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이 사람이면 내가 좀 못해도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그가 잘 채워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독립심이 강한 저의 기질도 잘 지키면서... 그래서 마지못해 결혼하는 척하면서 결혼했죠. (웃음)

마님 따질 거 다 따져서 결혼했네.

자줏빛 내가 먼저 결혼을 결심해서 한 건 아니라는 거죠. 이 남자도 사실 처음엔 “너랑 살고 싶어”라고 했지 “결혼하고 싶어”라고는 안 했었어요.

마님 맞아. 동거를 할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왜 곧바로 결혼을?

자줏빛 부모님께 숨기고 누구랑 같이 사는 건 양심에 걸려서 (부모님께) 얘기를 했죠. “아무개가 나랑 같이 살러 온대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선뜻 “결혼하고 살아라” 하시더라고요 (웃음). 한 마디로 남편도 우리 부모님한테 떠밀려서 결혼한 거죠. 저에게 결혼은 일종의 ‘허가증’ 같은 거였죠. 한 남자와 같이 살 수 있는 허가증. 솔직히 결혼에 대해서 그 이상 더 깊이 생각해 보고 결혼하진 않은 것 같아요.

마님 내가 어떤 TV 드라마에 대한 평을 읽은 적이 있는데, 드라마 속 여자가 한 번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하고 또 헤어지고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어쩌면 결혼은 상대가 바뀐다고 결혼생활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그 여자와 맞지 않은 건 아닌가, 라는 평을 본 것 같은데…. 결혼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한 남자로 인해 그 모든 생각을 버리고 결혼을 할 수 있었지?

자줏빛 결혼 당시엔 '어렵고, 의무감과 책임감이 많이 따르고, 때론 숭고하고 등등'의 결혼에 대한 나름의 선입견을 까마득히 잊고 결혼을 아주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번 해보고 아님 말고 뭐 그렇게. (웃음) 결혼식도 아주 조촐한 공간에서 가족과 친구들 40명 초대해서 식사 함께 하고, 남편과 제가 서로에게 전하는 편지 읽고, 친구들 나와서 각자 한 마디씩 하고, 주례도 없고, 축의금도 안 받고, 아주 조그만 가족 행사처럼 아기자기하게 했거든요. 결혼이 나한테는 내 생활 속 하나의 이벤트였지, 뭐 운명이고, 그 이후엔 되돌릴 수 없고,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풍뎅이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할 때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결혼하는 것 같아요. 겪어보지 않은 미래는 잘 모르니까.

자줏빛 미루씨는 왜 결혼을 안 했어요?

미루 지금은 약간 때를 놓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굳이 안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이십 대 중반에 연애도 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부모님께 소개하고 했는데, 부모님이 제가 결혼하는 것보다 일단 커리어를 쌓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길 바라셨고, 또 제가 사람 보는 눈도 없다고 생각하셔서, 두 번이나 부모님 때문에 결혼이 성사되지 못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물론 부모님과 많이 싸우고 대립하고 그랬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철없던 시절 결혼해서 지지고 볶고 살면서 일찍 결혼한 걸 후회했을 수도 있었겠다’ 고도 생각이 들어요. 자기애가 강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 기질이 어디 가겠나 싶어서요. 결혼했으면 가족들 힘들게 하고 내 위주로 살고 그랬을 것 같은…. 그러니까 딱히 독신주의를 고집해서 결혼을 하지 않은 건 아닌데, 대신 나의 기질이 결혼이랑은 잘 맞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가…. 난 내가 너무 중요하니까.



다음에 계속...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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