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대체 뭐길래… (2)

결혼, 해보니 잘 했다 싶은가요?/ <언니네 마당> 창간준비호 중

by 이십일프로



결혼, 해보니 잘 했다 싶은가요?


자줏빛 마님 언니는 현재 결혼 21년 차인데 어때요? 결혼하길 잘 했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님 난 그동안 남편이 자주 참아 와서 그럭저럭 결혼생활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날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워하던 시기에 애까지 낳아서 어쩔 수 없이 아이까지 돌봐야 했고, 그러면서 남편은 거의 신경을 못 써줬었거든. 결혼생활은 사실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가야 되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남편한테 의지하면서 그렇게 지내왔어. 그동안은 사실 몰랐었는데 요즘 들어 ‘아~ 내가 무임승차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부터 잘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자줏빛 풍뎅이는 어때? 결혼 생활?


풍뎅이 결혼한 지 지금 만 8년 됐는데, 그때 아버지가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이 사람이랑 과연 결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이 성격이 무난해서 제가 집안일 잘 못해도 크게 타박 안 하고, 여러 면에서 고맙죠. 저도 마님 언니랑 좀 비슷한 편이에요. 처음엔 집안일하는 거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집안일은 기본적으로 여자가 하는 거고 남자는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그런 남편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일생을 함께하는 동지로서 어떻게 노동을 나누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인지 너무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 당시에는 우리가 맞벌이 부부여서 집안일을 그래도 어느 정도 나누어했으면 했는데, 결국은 내가 마음을 접고, 일을 그만두면서 그 일에 대한 투쟁이 많이 없어졌어요. ‘전업주부니까 내가 한다’ 어떻게 보면 완벽하게 정리 안되고 그냥 넘어간 상태예요. 내가 다시 일을 하게 되면 다시 불거질 소지가 있죠.


자줏빛 저도 마님 언니랑 비슷해요. 남편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과 격려를 해주고 있고, 제가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채워주고 있어요. 상호보완적인 그런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어 남편에게 고마워요. 단지 제가 가계 재정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 대해 남편에게 좀 미안하고, 스스로 좀 떳떳하지 못하고 그런 게 있긴 해요.


마님 아이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고 그 이유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건데도 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위축감이 있다는 거야?


풍뎅이 우리나라에서는 육아보다 돈을 벌고 직장을 나가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누가 “요즘 뭐해?”라고 물으면 “아이 키운다”라고 하기보다 “요즘 놀아”라고 대답하죠. 말로는 육아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돈 버는 게 우선이다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줏빛 미루씨는 결혼하지 않은 지금 생활이 어때요? 만족? 불만족?


미루 음…. 만족하고 있는 느낌?(놀란 듯) 지금이 저로서는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상태예요. 객관적인 걱정거리. 애가 있나, 속 썩이는 남편이 있나, 빚이 있나,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없는데 그렇게 썩 행복한 느낌이나 뿌듯한 느낌은 안 들어요. 현재 완벽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오는 만족감은 있는데, 진공 같은 느낌, 고립된 느낌이 들어서…. 지금 생활에 만족은 하고 있지만,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지는 미지수. 그래도 뭐든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좋아요. 그렇지만 성취감이나 뿌듯함에서 오는 행복감은 별로 없어요. 그리고 남들 다하는 거 저만 안 하고 있으니까 공감대도 많이 없어지고…. 인간관계도 좀 소원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결혼 이후에 자신이 달라진 점이 있어요?


자줏빛 마님 언니는 결혼 이후에 언니 자신이 달라진 점이 있어요? 성격에서나 외모에서 혹은 경제적인 면 혹은 다른 면에서?


마님 난 애 때문에 내가 좀 달라졌지. 내가 힘들어도 애는 내가 낳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키워야 하니…. 애가 최초로 날 희생해 본 대상인 것 같아. 그전까지는 누구를 위해서 살아 본 적이 없었거든. 그리고 결혼 직 후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시댁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라는 생각에. 전형적인 공주병이긴 한데, 다들 그런 얘기는 하던데?


풍뎅이 맞아. 처음 낯선 사람들 가득한 시댁에 가서 새벽까지 요리하고 설거지할 때는 정말….


마님 눈물이 나지. 종 같은 느낌…. 명절 때만 되면 진짜 그런 생각이 들어. 왜 시댁부터 무조건 가야 하나. (시댁 갔다) 돌아올 때마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 ‘명절 싫어서 정말 이혼해 버릴까?’


풍뎅이 그러니까 그 (시댁에서 하는) 노동이 그냥 내가 일하기가 싫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일이 있으면 당연히 할 수도 있는 거지만…. 뭔가 내가 일하는 사람 취급받는다는 느낌. 부리는 사람이 된 느낌이 싫은 거 같아요.


마님 난 정말 노동이 싫어서 (시댁에서) 일하기 싫은데. (웃음)


풍뎅이 전 결혼해서 제가 변했다기보다 결혼 전과 후의 차이점이라 해야 하나? 결혼하고 나니까 이성에 대해 ‘더듬이’가 잘린 느낌이 있어요. 결혼 전에 일 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만난 이성들이 그 당시에는 제가 전혀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나니 ‘그때 내가 그래도 그들을 이성으로 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님 난 결혼 후 이성을 이성으로 보지 않게 되어서 매우 편하던데….


풍뎅이 물론 해방감도 있어요. 이제 (나의) 에너지를 그런 짝 찾는 데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한 점도 있죠. 또 일상에서는 주부 생활이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잖아요.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까 내 한쪽 다리가 구덩이에 빠져있는 느낌이 들어요.


마님 육아도 좀 마찬가지인 것 같아. 똑같은 일 반복해야 하고.


풍뎅이 맞아요. 이런 느낌은 결혼이 아니라 육아로 인해 더 드는 것 같아요.


자줏빛 난 일단 외모가 너무 초췌해졌고, 나한테 관심을 둘 시간이 별로 없는 거야. 남편을 보면 결혼 후에 자기 취미나 기호 같은 것들이 별로 변하지 않았거든. 거기에 시간 투자도 많이 하고... 그런데 난 내가 그전에 뭘 좋아했고 여가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생활에 찌들어 하루하루 정해진 일만 하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


풍뎅이 맞아요. 예를 들면 당장 쌀을 안 씻어 놓으면 밥을 먹을 수 없으니까, 닥친 일부터 해 놓아야 하니까 나에 대한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죠.


자줏빛 나를 가꾸고, 느끼고 할 시간은 없고, 나의 색깔도 이제 사라지고…. 그렇지만 성격적인 면에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별로 잘 웃지도 않고, 까칠하고 나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도 보이고, 더 많이 웃고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결혼하고 많이 사람 됐죠. (웃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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