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언니네 마당> 창간준비호 중
나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자줏빛 현재 생활에서 바라는 점이나 이랬으면 좋겠다, 그런 게 있나요?
마님 난 집안일을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어. 집안일이 나에겐 정말 제일 어렵거든. 진짜 내가 좀 더 벌어서 정기적으로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불렀으면 좋겠는데 명분이 안 서. 집안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한때 집안일해주시는 분을 불러 본 적이 있긴 한데 내가 맘이 편치 않더라고. 어디를 어떻게 부탁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풍뎅이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 딸아이 어린이집을 옮겼더니 경제적 부담이 커졌거든요. 그래서 가정경제에 좀 보탬이 되고 싶어요. 특히 요즘 들어 부모님 부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최근에 아버지랑 같이 병원에 갔다 왔는데 큰 병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까 부모님 부양 준비도 조금씩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루 저는 좀 제가 제 일을 찾아서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힘들어도 꾸준히 할 만한 일을 찾았으면... 결
혼 문제는 좀 더 있다가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 가졌던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이젠
없어서…. 결혼은 그냥 남자 친구가 원하니 일단 혼인신고만 하고 나중에 심심할 때 결혼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도 저는 안 낳을 생각이라...
마님 나도 요즘 이제 성인이 된 내 딸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옛날엔 딸이 물으면 “엄마는 네가 결혼했으면 좋겠어”라고 서슴없이 얘기하곤 했는데, 주위에 보면 시댁과의 갈등이나 남편과의 갈등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결혼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 정답은 없지만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은 결혼이 어쩌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자줏빛 요즘엔 사회생활하는 것보다 집안일하는 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고, 아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 주는 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꽤 있더라고요. 부부가 함께 해서 더 큰 시너지를 내기도 하고요.
결혼이란 [... ]다.
자줏빛 그럼 이제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결혼이란 무엇인지를 한 번 얘기해 볼까요?
마님 난 좀 교과서적인 얘기일 것 같긴 한데, 내가 부서지는 최초의 경험도 결혼 이후에 처음 해봤고, 또 다른 집안을 만나 적응하면서 새롭게 배웠고, 인간관계 측면에서 다른 존재들과 만나면서 나를 다시 알아가는... 결혼생활은 "사회생활"인 것 같아.
풍뎅이 난 ‘둥지 같은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싶어.
마님 감옥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감옥이라고 많이들 얘기하던데….
풍뎅이 감옥은 아니에요. 언젠가 부서질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안에서 편안한 것.
미루 나에게 있어 결혼은...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집단?’(폭소) 이건 딱딱하게 말해서 그렇고... 나 혼자 나를 알아가기엔 너무 힘들어. 그렇지만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나를 알아가고, 사람을 알아가는 것 같아. 결혼은 그러 의미에서 인간을 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지 않을까?
마님 시월드라는 사회가 참 묘한 것 같더라고. 아예 남이면 안 보면 되는데, 피가 섞인 형제도 아닌데 가족이어서, 남과 내 혈육의 그 중간 어디쯤 되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같아. 남도 아니고 내 핏줄도 아닌 그 관계를 굉장히 잘 설정해야 할 것 같아. 참 흥미로운 관계이지.
그 날 우린 결혼에 대한 수다를 ‘시월드’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결국 한국에서 결혼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가족 집단들의 문제인 걸까? 아님 개인(여성)과 집단(시월드)의 문제인 걸까? 하기야 신문 기사 중에 ‘시월드는 갔다. 처월드 시대 도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것도 같다만.
끝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34691579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