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10

[ADHD 아이와 부모의 생활을 다룬 ADHD 초밀착 다큐 에세이]

by 위아영 WeAreYoung

-초등교사 엄마의 금쪽이 둘 양육 에세이- [10. 그 많던 머리카락은 어디로 갔을까]


금동이가 신이 나서 킥보드를 타고 저 멀리까지 한달음에 간다. 차마 금동이 속도에 맞춰 따라 뛰지는 못하겠고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금동이를 쫓아가 본다. 빨리 걸으니 운동이 좀 더 되는 것 같다. 목적지는 집 근처 공원이다. 저 멀리까지 갔던 금동이가 쌩하고 내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 온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함께 운동 겸 산책을 하기로 해서 금동이가 기분이 좋은가 보다. 이럴 때 신이 나는 금동이를 보면 비글이 생각난다. 매우 활동적이어서 집에 가만히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비글. 그래서 자주 산책을 나가줘서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고 한다. 금동이는 비글이랑 딱 닮은 것 같다.

킥보드를 타고 오는 빠른 속도에 바람이 생겨 금동이 앞머리가 뒤로 넘어간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가까이 오면 올수록 점점 확연하게 이상한 부분이 보인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어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크게 떠보기도 한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금동이 앞머리 쪽에 동전 모양으로 구멍이라도 생긴 게 분명하다.

"금동아, 멈춰 봐. 머리에 이게 뭐야?"

내 앞에 온 금동이를 멈춰 세우고 앞머리 부분을 확인한다.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특정 부분에 머리카락이 없다. 휑하다. 그것도 500원짜리 동전 크기보다 훨씬 더 크게. 이게 원형 탈모증이라는 건가? 아니면 이게 뭐지?

"금동아, 여기 머리, 왜 이런 거야?"

"몰라, 나도."

얘는 매번 모른다다. 의사선생님께서 얘는 진짜 모를 수도 있다고 하셨다. 손에 움켜쥐고 있는 모래가 자연스레 흘러내리듯이 기억이 흘러내려 없어지나 보다.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거나 들키고 싶지 않아 숨기는 것일테다.

엄마 비글이 되어 금동이와 함께 하는 산책이 마냥 신났었던 잠시 전과 기분이 사뭇 달라진다. 생각이 깊어진다. 뭔가 정보가 필요하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어린이 원형 탈모', '어린이 머리 뽑기' 등 다양한 검색어로 검색을 하고 정보를 얻는다.

'흔히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다'는 어린이 원형 탈모, 그리고 '발모벽, 발모광이라고도 불리며 불안장애,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긴장과 불안이 완화된다'는 어린이 머리 뽑기. 머리카락이 저절로 빠진 것이냐, 머리카락을 스스로 뽑은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도 기분이 편치 않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상황을 얘기한다.

"금동이, 앞머리 쪽에 머리카락이 없어. 머리카락이 빠진 건지, 자기가 뽑는 건지 모르겠어."

"뭐? 금동아? 아빠한테 와봐"

놀란 남편이 금동이의 앞머리쪽을 살펴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금동이한테 왜 이렇게 된 건지 물어보지만 늘상 똑같은 금동이 대답에선 얻을 게 없다. 남편은 우리가 산책간 시간 동안 집청소를 했는데 책상으로 쓰는 테이블 밑에서 머리카락이 많이 나와서 의아했다고 하며 금동이가 머리카락을 뽑는 것 같다고 한다. 오늘 산책 전에 집에서 어제 다녀온 영어 학원의 숙제를 하라고 했는데...너무 하기 싫어 스트레스를 받은 건가.

저녁이 되어 씻을 시간이 되자, 금동이가 간만에 나에게 씻겨 달라고 한다. 금동이는 2학년이 되면서 매일 스스로 샤워하고 있다. 이제 2학년이니 스스로 씻길 바란다는 엄마와 아빠의 독단적인 결정이다. 지구를 지키겠다며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 감는 아이인데 가끔 머리에 비누를 문지를 때 조각 나 묻은 작은 비누덩이가 샤워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렇게 미숙함이 티가 날 때만 가끔 도와준다. 간만에 씻겨 달라는 금동이의 요청을 오늘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다. 샤워기로 몸과 머리를 적시고 머리에 샴푸칠을 해준다. 깨끗하게 헹구려고 이리 저리 샤워기 방향을 바꾸며 머리카락을 헹궈주는데 앞머리가 뒤로 가게 해서 헹궈주니 앞머리의 휑한 부분이 또 흉측하게 보인다. 이렇게 범위가 넓어지기 전에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머리라도 내가 자주 감겨줬으면 진작 알아챘을텐데 후회가 된다.

금동이에게 솔직히 물어본다.

"금동아, 너 이 부분, 머리카락 네가 뽑는거야?"

"응."

금동이는 알고 있었다. 앞선 두 번의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한 건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서였나 보다.

"왜 뽑는 거야?"

"몰라, 나도 그냥 뽑고 싶어서 뽑았어."

"그래, 금동아. 그런데 머리카락 계속 뽑으면 이렇게 된대."

나름의 충격요법으로 인터넷에서 가장 흉측한 발모벽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공포심을 심어 준다. 이러면 안 뽑겠지.

"계속 뽑고 뽑고 또 뽑으면 그 부분의 머리카락이 아예 안 난대."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의 소중함을 금동이가 알려나 싶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전해준다.

"그러니까 뽑지 말자, 응?"

"응."

금동이의 자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 같지만 다짐은 받아 놓는다.

며칠 후 의사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강박증임을 확인하고 약을 처방받는다. 금동이의 발모벽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사라진다.


일 년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다행히도 금동이의 발모벽은 재발하지 않아 나의 기억 속에서도 발모벽은 아예 지워진 말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머리를 감겨주다 보니 일 년 전 그 위치 그대로, 어느새 그 크기보다 더 크게 머리카락이 뽑혀 있다. 서둘러 금동이가 숙제를 하던 테이블 밑을 살펴본다. 머리카락이 없다. 남편한테도 물어보니 머리카락을 못 봤다고 한다. 가끔 오셔서 일하는 딸네의 집을 청소해주시는 친정어머니께도 여쭤본다. 뽑혀 있는 짧은 머리카락도 금동이가 머리카락 뽑는 모습도 못 봤다고 하신다. 몰래 머리카락을 뽑는 걸까? 뽑은 머리카락을 먹는 사람도 있다는데 이번엔 머리카락을 먹기라도 하는 걸까? 도대체 그 많은 머리카락들은 어디로 간 걸까? 발모벽이 며칠 사이 진행된 걸까, 진행된지 오래 된 걸까? 이런 식으로 재발하다보면 아예 그 부분의 머리카락이 다신 안 나게 되는 건 아닐까? 너무도 많은 걱정이 앞선다.

이번엔 담임선생님께도 학원선생님께도 금동이의 발모벽을 알린다. 두 분 다 처음 접하시는 듯 생소한 발모벽 얘기에 적잖이 당황하신다. 금동이가 혹시 머리카락 뽑는 걸 보시면 그러지 말라고 제지해달라고 도움도 요청드린다. 당연히 의사선생님께도 알린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이건 진정 딱 내 얘기다. 금동이 하나 평범하게만 키우자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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