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9

[ADHD 아이와 부모의 생활을 다룬 ADHD 초밀착 다큐 에세이]

by 위아영 WeAreYoung

-초등교사 엄마의 금쪽이 둘 양육 에세이- [9. 대학로 소극장에서 살아남기]


온 가족이 서울 나들이를 가기로 한 날이다. 대학로에 가서 금쪽이가 먹고 싶어 하는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내가 추천하는 연극도 보고, 금동이가 원하는 실내 낚시 체험도 하기로 했다. 각자 이유는 달라도 설레고 신이 나는 것은 똑같다. 서울 지리에 제일 훤한 남편은 듬직한 가이드 역할이다.

금쪽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에 유치원이 방학 기간일 때면 금동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둘이 가끔 대학로 연극 데이트를 하기도 했었다. 그때의 추억이 벌써 5년 전이고, 그 사이 아이들은 참 많이도 자랐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연극이 그때 이후로 처음이다. 금쪽이에겐 5년 만에 처음인 연극이고 금동이에겐 인생에 첫 대학로 연극이다. 금동이에겐 금쪽이처럼 함께 다양한 추억을 못 쌓은 게 미안한 마음이 스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연극을 좋아할까? 연극이 재미있을까? 그리고 애들이 1시간 30분이나 되는 연극을 매너 있게 잘 관람할까? 하는 걱정도 함께 스친다.


금쪽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피자이다. 지난번 금쪽이의 치아 문제로 예약한 인근 대학병원의 진료가 끝난 뒤 남편과 금쪽이가 함께 와서 먹었던 피자집이 맛집이라며 또 가고 싶어한다. 해당 음식점이 맛집으로 유명하기도 해서 피자를 좋아하는 나도 그 맛이 기대가 된다. 2층이 피자집인데 1층 밖 거리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가 합류하여 줄이 더 길어진다. 맛집이라면 이렇게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행복이다.


맛있는 식사 다음은 내가 선택한 연극을 온가족이 함께 보는 코스이다. 초등학생이 볼 수 있는 연극들 중 후기를 열심히 살피며 고른 [시간을 파는 상점], 제목부터 신기하고 흥미가 생긴다. 연극에 앞서 분위기를 잡아주시는 배우가 나와 관람 매너를 설명하시며 간단한 퀴즈를 낸다. 금쪽이가 당당하게 손을 들고 배우가 금쪽이를 지목한다. 금쪽이가 담담하게 답을 말하는데 진짜 정답이다. 금쪽이 덕분에 각종 쿠폰이 들어 있는 봉투가 우리 것이 되었다. 뜻밖의 선물도 얻게 되고 연극 보러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소극장의 불이 꺼졌다가 켜지며 연극이 시작된다. 가까이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며 울고 웃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생긴다. 아이들도 그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크르릉"

금쪽이가 콧물을 마시는 소리를 낸다. 감기에 걸린 것인지 콧물이 나오나 보다. 휴지라도 있었으면 건네줄텐데 휴지가 없다.

"크르릉"

또 소리를 낸다. 이번엔 아무 대사가 없는 조용한 상황이라 금쪽이의 콧물 마시는 소리가 소극장에 크게 울린다. 코를 푸는 게 아닌 이상 콧물을 마셔도 잠시 후 또 콧물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도 이번이 끝이겠지? 이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금쪽아, 코 풀러 갈래?"

작은 소리로 물어본다. 금쪽이가 고개를 젓는다.

잠시 후

"크르릉 크릉"

아, 텀이 너무 짧다. 이건 콧물인 건가, 틱인 건가? 금쪽이가 일상 생활 중에 코를 크르릉 거렸는데 내가 몰랐던 것인가, 조용한 극장이라서 알게 된 건가.

또,

"크르릉 크릉"

생각해보니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아니다. 이건 틱이 맞나 보다.

우리 앞줄에서 관람하던 아이 둘이 뭐하냐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 금쪽이를 바라본다. 금쪽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소리를 낸다.

"크르릉 크릉"

몇 년만에 보는 연극인데 이대로 나가면 아깝다는 생각에 금쪽이에게 낮은 소리로 부탁해본다.

"금쪽아, 크르릉 소리 좀 내지 마."

이게 틱이 맞다면 소용이 없을 얘긴 줄 알면서도 말을 꺼내본다.

그러자 더 크게 더 빨리 소리를 낸다.

"크르릉 크릉"

"크르릉 크릉"

내 말이 금쪽이의 틱을 오히려 자극한 것 같다.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것일 거다.

사람들이 더 쳐다본다. 관객들의 연극에 대한 몰입 뿐 아니라 연극배우의 연기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연극 초반부에 이러는 것 보면 앞으로 남은 많은 연극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크르릉 소리를 낼지 뻔하다. 소극장이라 앞 뒤 간격이 좁아 밖으로 빠져 나오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 빠져 나오기 힘든 상황이 문제가 아니다. 어서 서둘러 밖으로 나온다. 남편도 금동이도 따라 나온다.

"금쪽이 왜 저러는 거야?"

남편이 작은 소리로 나한테 물어본다. 당황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틱이 또 생겼나봐. 요즘 또 틱이 생겼는지 몰랐었어."

"앞으로 연극은 못보겠다."

금쪽이의 틱이 아니라 남편의 이 말이 기분을 나쁘게 한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내버리는 말에 말문이 막힌다. 아이들한테 좋은 영향을 줄리 만무하다. 나한테 소근거리며 한 말이고 부부 사이라 편하게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혹여나 금쪽이랑 금동이가 들었을까봐 걱정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남편에게 예전에는 말을 참고 삼킨 적도 있지만, 부부는 맞춰 가는 것이다. 내 생각이 다르면 속으로 쌓아놓지 말고 말해줘야 서로 의견 조율이 가능할 것이다.

"못 보긴. 앞으로 매너 지킬 수 있으면 또 보러 오는 거지."

"금쪽아, 금동아, 다음에 재밌는 연극 있으면 또 보러 오자. 금쪽이가 받은 선물 봉투에 뭐가 들었나 볼까?"

혹여나 자기 때문에 연극 관람을 망친 건 아닐까 속으로 의기소침해 있을 금쪽이를 염려하며 화제를 전환해본다.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무료로 아이스크림 작은 사이즈를 먹을 수 있는 쿠폰, 특정 의료기관에서 건강 검진할 때 검진 항목을 추가할 수 있는 쿠폰, 일정 기간 내에 해당 소극장 연극을 무료로 볼 수 있는 1인 쿠폰이 들어 있다.

"와, 금쪽이 덕분에 좋은 쿠폰이 많이 생겼네."

연극 공연 중간에 나온 터라 아직 시간이 많아 쿠폰으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린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사람이 많다. 빈 테이블은 하나고 남은 의자는 딱 2개다. 나와 금쪽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하고 남편과 금동이는 그동안 주변 거리를 구경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민트초코 아이스크림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는 금쪽이 기분이 좋아보인다. 또 쫑알쫑알 이런 저런 말을 하는데 중간 중간 나오는 크르릉 소리의 빈도가 연극 때보다 줄었다. 아깐 금쪽이도 긴장했나 보다. 진작에 내가 금쪽이의 틱을 알아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럼 이런 난처한 상황을 굳이 겪지 않고 다른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만 보낼 수 있었을텐데.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애들과 보내는 시간이 짧고, 애들은 하기 싫어하는 공부시킨다며 학원에 보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짧으니 알 턱이 있나. 앞으로 금쪽이와 금동이에게 더 시간을 쏟아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예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금쪽이와 대학로 연극 데이트를 자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금동이도 함께 말이다.

금, 토 연재
이전 08화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