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클럽에서 만나요 #1
직접 일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각자 원하는 기구에 가서 반복적으로 쇠질을 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근육 1g을 더 만들어 가는 헬스장에서 무슨 진상이 있을 수 있을까. 땀 닦은 수건에서 쉰내가 난다던지, 기구가 마음에 안 드니 새로 사달라느니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다 가는 정도겠지 싶었다. 그러나 나의 상상력을 벗어나 창의적인 일들이 한 달 반 동안 무수히도 일어났다.
코로나로 인해 쫄딱 망해버린 채 단원생활도 때려치우고 진로를 방황하며 음악 학원 강사라는 타이틀만 간신히 붙잡고 살며 수입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절. 안정적인 고정 수입이 절실하게 느껴져 아르바이트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몸 쓰는 일은 체력이 부족해서 어려울 것 같았고, 사무직 보조로 들어가기에는 엑셀 함수 하나 제대로 모르는 컴맹인지라 컴퓨터를 다루는 일에 도무지 자신이 없어 지원조차 할 수가 없었다. 모르는 게 무식이라고 지원이나 해볼까 싶다가도, 어차피 일 시작하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거 들통날 텐데.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민폐를 창조하고 싶지 않았다.
알바 구인 공고로 가장 많이 올라오는 카페는 기피 대상 1위였다.
코로나가 심했던 시절, 일이 끊겼고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살림살이를 아껴 꾸려가며 근근이 살아가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적이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니게 되었는데, 카페 하면 떠오르는 운치 있는 분위기와 다르게 근무자로서 마주한 카페는 전쟁터에 가까웠다.
갑자기 밀려 들어오는 수십 잔에 달하는 단체 주문, 배달 포장까지 시작해 업무량이 두 배가 된 듯한 분주함, 매달 프로모션으로 바뀌는 메뉴들의 레시피를 외웠다가 머릿속에서 다시 지우고 다른 새 메뉴의 레시피를 채워 넣기를 반복하는 머리 쓰는 노동은 물론 내내 서서 일하고 설거지거리가 끊이질 않는 카페는 은근 고강도 노동직이었다.
그렇게 계속할 수 있는 일과 너무 어렵지 않은 일 사이에서 타협을 봐가며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내려보던 중, 헬스장 FC공고를 발견했다. FC란, Fitness Counselor의 약자로 피트니스 상담원을 뜻한다. 공고를 보자마자 허리디스크 문제로 필라테스와 PT를 받기 위해 다녔던 헬스장에서 데스크에 앉아 업무를 보던 직원이 떠올랐다. 크게 하는 일이 없어 보였던 데다가, 업무 자체도 단순해 보였다. 심지어 업무 시간이 분명한데 도중에 운동도 하고 샤워까지 하는 모습을 갈 때마다 보았다. 한 번은 환불 관련해서 물어볼 게 있어서 기다리다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질 않아 짜증이 났었는데, 이른 아침 시각이라 아직 출근하지 않은 점장 모르게 농땡이를 피웠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농땡이를 피우든 땡땡이를 피우든 그 사람의 근무태도를 떠나, 헬스장 일이 바쁘지 않다는 증거로는 충분했다. 게다가 회원 등록을 받을 때를 제외하면, 딱히 사람을 상대하는 경우도 없어 보였다. 거기에 협업할 동료 없이 혼자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내향인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 브이로그를 통해 구체적으로 조사 작업에 나섰다. 헬스장마다 운영방식에 따른 업무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세탁의 경우 큰 규모의 헬스장에서는 빨래업체를 이용하는지라 뽀송하게 말려 온 옷감들을 그저 제자리에 차곡차곡 넣어주기만 하면 됐다. 규모가 작은 곳은 직접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를 돌리거나 직접 청소기를 끌고 운동기구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먼지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대체로 오전에 일하는 사람들은 독서나 개인 공부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자기 할 일만 하고 나면 회원들은 그저 운동하러 알아서 들어왔다가 나가니, 방해받는 일이 적어 보였다.
좋다, 이대로 내가 일할 최상의 조건을 갖춘 헬스장을 고르고 골라 일을 하리라 다짐한 지 2주 뒤.
원대로 어느 한 헬스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온갖 종류의 진상들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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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작가 [지친 잉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