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크의 IT이야기 Apr 03. 2019

외국계 게임회사처럼 만들어 보겠습니다

IT 본부장으로 살아남기 : 1편

본부장(이사)라고 하면 왠지 사원들과는 무언가 달라 보이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명의 회사원이랍니다. 중견 교육업계에서 월급쟁이 중 한 명인 IT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배웠던 다양한 조직 운영과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에필로그 


필자는 약 20여 년간 IT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전체 경력 중 약 절반은 게임업계이고 나머지는 제조업, 테마파크에서 웹 & IT & 온라인 마케팅 관련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왔다.


하지만 20여 년 가까이 IT 업무를 하면서 교육업계에서의 IT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은 내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경험이 가득한 곳이기도 했고, 조직의 운영과 관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주었다. 물론 지금도 계속 알아가는 중이다. 또 한편으로는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을 해야 하는 월급쟁이의 아픔을 알게 해 준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현재도 현업에 재직 중이기 때문에 회사 이름의 이니셜도 밝히지 못하는 점은 양해 바란다. ^^


IT본부장을 하면서 과거 내가 욕했던 임원들이 왜 그렇게 업무 지시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임원들이 월급을 일반 팀원이나 팀장보다 더 많이 받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고, 수십여 명의 조직원들을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잘못된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인해 수십 명이 몇 달간 삽질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조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해야 하고, 본부원들과 팀장들의 각종 민원(??)들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 시스템 장애나 오류로 인해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점 역시 어쩔 수 없는 IT본부장으로서의 일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고단한 일이 싫어서 필자는 정말 IT업계를 떠날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고 우리 셋째 아들이 20세 성년이 된 19년 후에.. ^^; (세 아이의 아빠이면서 동시에 IT본부장으로 살아가는 건 정말 살아남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이제 겨우 3년 차에 접어든 IT본부장 겸 CTO 이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 임원이 되었다가 보다는 타이밍과 운이 남들보다 조금더 좋아서된 임원,  특별히 잘날 것도 없고 특별한 능력을 지니지도 않은 그냥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임원이라고 보면 된다.


"IT본부장으로 살아남기"라는 주제를 통해 아직은 많이 부족한 IT본부장이지만 내가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IT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즐겁게 소통하기를 기대해본다.



외국계 게임 회사처럼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 5분 정도의 짧은 마케팅 영상을 본 후에 업무를 시작한다. 


임원이라는 Job title을 단 한 번도 달아본 적 없던 필자는 사실 조회(?) 나 주간업무 회의의 연설(?)은 꼰대들의 잔소리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연설을 지독히도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연설은 은하 영웅 전설의 주인공 중 한명인 얀 웬리의 연설처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잘해보시죠" 정도의 1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연설이다.


출근 후 5분간 짧은 마케팅 영상을 본 후에, 팀장이나 본부장이 한마디 하는 시간이 있다.

대부분의 주제는 업무 파악이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는 정도의 수준도 있고 마케팅 영상에서 본 것에 대해 느낀 점들을 가볍게 나누기도 한다.


출근 첫날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바리하던 필자는 마케팅 영상을 본 후 

본부원들을 위해 한마디 연설(??)을 하라는 말에..!

제가 전 직장이 외국계 게임회사였습니다. 그 회사는 자유로움과 책임감을 통해 전 세계 1위의 게임을 만들었고 이러한 문화를, 이 IT 본부에 적용하여 외국계 게임 회사 이상의 업무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라는 짧은 연설 아닌 연설을 했었다.


정말 외국계 게임회사처럼 만들어 보자는 특별한 미션이나 비전을 이야기했다가 보다는 내가 있었던 좋은 기업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들을 이 회사에 잘 도입해서 즐겁게 일할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라는 의미의 이야기였다. 아주 특별할 것 없는 그냥 10초간의 아주 짧은 스피치.....!


그런데 나의 말에 반응하는 본부원들의 눈빛은...

저 임원이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네!
분명 제정신이 아닌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하는 눈빛으로 필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뭐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등골이 오싹한 그런 기분???


조금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의 전임 IT본부장들이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짐을 싸서 집에 가기도 했고, 당시 IT본부의 경우 마케팅 부서, 영업부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는 동네북이 되었던 상황이다 보니,  조직의 분위기가 최악인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본부원들이 새로 온 신임 본부장인 필자 역시 당연히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집에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건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본부의 분위기가 최악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프로모션 오픈이 지연되면  IT본부 탓, 프로모션 의 참여자수가 적어도 IT본부 탓, 서비스에 오류가 생겨도 IT본부탓, 아무튼 QA 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했던 오류나, 도저히 물리적인 시간이 나오지 않아 어쩔수 없이 오픈이 지연이 되더라도 모두다 IT본부의 탓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로 인해 모든 조직원들은 축 늘어진 어깨에 이직할 회사들만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때 당시에 필자는 아! 내가 본부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되면 3개월이 아니라 1개월도 버틸 수 없겠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임원이 되고 한참지나서야 안 일이지만, 본부장이 이거 하자 라고 한다고 해서 모든 본부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수행하지 않는다. 왜 해야하는지, 이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본부장이 믿을만 한지,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가 되는지가 명확해질때, 즉 본부원들이 본인이 하는일에 정확하게 공감할때 능력의 100%를 발휘하게 되며,  강압적이거나, 고압적이며 일방적인 업무지시로는 능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팀원이 공감하지 않은 업무 지시는 단기적인 성과를 낼수는 있으나 3개월 이상의 프로젝트에서는 절대로 성과를 낼수 없다.

임원이 되기 전에 필자는

임원이라면 대표이사에게만 아부 잘하고 정치력만 잘 발휘하면 능력이 없어도 쭈욱 오랜 기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조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하루도 조직을 올바르게 유지할 수 없고, 조직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할때 본부장으로써 성과를 낼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조직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성과를 낼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대표이사나 다른 본부장들에게 열심히 까이게 된다. 

따라서, IT본부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벌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의 신뢰를 얻는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를 얻기 위한 첫걸음으로  "모든 본부원과 식사하기 그리고 모든 본부원들에게 사케 사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필자가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때의 조직원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사실 지금 IT본부장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는 큰 힘이 된 것 같다.


다음은 조직원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본부원과 식사하기 그리고 모든 본부원들에게 사케 사주기"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또한 이러한 조직원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IT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하였는지에 대해서도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