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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넘어서 미래를 그리게 하는 철학

장 폴 주아리 저 <불안사회 생존철학> 에 대한 서평

by 이윤수




1. 철학이 밥먹여주나?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과 이론들... 누군가는 '철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따분함을 느끼며 실생활과 무관한 정신적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유희를 즐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가질 법한 것이지"라며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바로 철학은 멋있고 그럴듯한 뜬구름잡는 소리가 아니라, 현실에서 시시각각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탁월한 조력을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나는 이 책의 제목처럼 철학이 불안한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존'을 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를 그리게 하고 꿈을 가지게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철학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당장 취업을 위해, 승진을 위해, 연마하고 쌓아야 하는 스펙과 실력이 중요한데, 철학이 어떻게 나를 생존하게 하고 내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냐고. 그런 의문이 떠오른다면 꼭 이 책을 일독해보기를 추천하며, 이하에서는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 철학의 유용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한다.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와 모습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보다도 더욱 원하는 것이 있고, 심지어 그것을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바로 '자유'이다. 나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찰나의 스쳐지나가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행복한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러나 매시간 혹은 며칠, 몇개월 등등 상당히 긴 텀의 시간 동안 항시 행복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런 찰나와 같은 순간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기 보다 '자유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자유'를 추구하고 원하는 이유는, 현재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예도 아닌데 왜 자유롭지 못할까? 우리는 스스로 삶을 주도해나가기보다 무언가에 이끌려서 타의적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욕구에 따랐을 때 나는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무엇인가가 삶을 이끈 것이기 때문이다.
- 불안사회 생존철학 p.114.


선택의 여지가 드문 삶, 표면적으로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주어진 환경과 여건 속에서 결국 나는 정해진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삶. 단기적인 욕구에 호응하고 반응하는 삶. 이것이 부자유한 삶이다.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결국 시스템의 노예처럼 된다. '자본주의의 노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에게 더이상 우스갯소리로 느껴지지 않고 섬뜩함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거두절미하고, 그렇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질문과 생각. 이 두 가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모든 질문은 삶을 스스로 주도하고자 하는 이들의 사고력을 확장한다
- 불안사회 생존철학 p.12.


질문은 문제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의식을 가진 인간은 더이상 대체가능한 부품이 아니다. 심지어 문제의식은 당신을 돈방석에 앉게 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가진 문제의식의 씨앗을 통해 전세계의 수많은 인구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창업자들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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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 수도 있다'는 것을 뛰어 넘어서서, 궁극적으로 철학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이 질문은 내가 가진 모든 질문과 문제의식의 원천이며 '자유로운 삶'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질문해보고 충분한 고민 끝에 그에 대한 답을 내렸다면, 그때부터는 외부의 그 무엇도 장애물이 될 수 없다. 옳은 질문과 옳은 생각을 통해 내가 원하는 인간상을 찾았다면 그것은 외부의 환경이나 조건과 무관한 것일테니까.



3. 자유로운 삶의 청사진 : 디오게네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의 삶이 매우 인상깊게 다가왔다. 디오게네스는 '견유학파' 혹은 '냉소주의' 철학자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디오게네스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디오게네스.jpg 니콜라 앙드레 몽시오,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 오일에 캔버스. 1818년.


일화 1 : 광장의 석판 위에서 햇볕을 쬐며 낮잠을 자고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왔다. 당시 알렉산더 대왕이 탄 말의 그림자가 디오게네스를 가렸고, 사람들이 디오게네스를 깨우자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의 소원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군중들에게 선언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그렇다면 햇볕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라고 말했고, 알렉산더는 이에 감탄했다. 디오게네스는 자신의 좌우명인 "태양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를 보여준 것이다. 아무 것도, 심지어 알렉산더도 없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말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다시 태양이 디오게네스 몸에 쏟아지도록 했다.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자신의 궁정에 와서 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그렇게 되면 더는 자신이 식사 시간을 선택할 수 없고 알렉산더가 배고픈 시간에 자신이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알렉산더 대왕은 "짐이 만약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게 된다.

(불안사회 생존철학 p.201~202.)


일화 2 : 시노페의 시민들이 자신에게 추방형(刑)을 내렸다는 말을 듣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는 그들에게 체류형을 내리노라."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1 p.514.)



4. 마치며


<불안사회 생존철학>에서 소개하는 여러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던진 질문들, 그들이 남긴 문제의식을 음미해보니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으로까지 이어졌다. 과거의 여러 철학자들이 남긴 질문이 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문제의식이 미래의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갈 것인가. 철학을 통해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보았고, 그를 위한 우선순위를 점검해보았다. 이 내용을 자세히 풀어보기에는 지면이 모자라기에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려고 한다.


생존과 자유를 위협받는 현대사회 속에서 철학을 통해 한줄기 빛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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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감했던 한 일본 네티즌의 SNS 게시글. 철학도 세상의 해상도를 올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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