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는 정말 감사드렸다. 고칠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셨고,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누굴 걱정할 처지가 못 되는 자신의 삶이 큰 고민이 된 모양이다. 마치 우연한 사고로 눈 하나 잃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막막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고칠이는 자신의 아이큐를 안 이후 동네 인근 도서관들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당시 아이큐에 대해 학교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다.
고칠이는 아이큐에 대한 책에서 아이큐와 학교성적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의 상관관계라는 말은 중학교 때 어렴풋이 수학시간에 배운 거로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이큐와 학교성적은 비례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아이큐가 높으면 어느 정도는 학교성적이 높을 수 있다는 것.
“아이큐는 1905년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가 정신박약아를 검출하기 위한 지능검사법으로 고안해 낸 것입니다. 언어 수리 추리 공간지각 등을 항목별로 측정하며, '정신연령/생활연령*100'으로 산출돼요.”
“맞아요, 저도 책에서 읽었어요.”
“고칠씨는 아이큐에 대해 많은 걸 읽어봤나 보네요.”
“그렇죠. 걱정이 많았거든요.”
“20세기 초쯤 프랑스는 의무화 교육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이 때 교사들은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이해력이 빠른 학생들의 학업진도를 막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에 따라 교사들은 학생들을 학습능력에 따라 나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죠.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가 이 문제를 놓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알프레드 비네는 교사들이 흥미가 결여된 학생과 능력이 결여된 학생을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는 학교에서 학업 수행보다는 지능과 잠재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개발했는데, 이 테스트가 아이큐 테스트의 유래가 된 셈이죠. 이 내용도 알고 있겠네요?”
“당연하죠. 이 내용을 읽으면서 밤새 울기도 했어요. 내 처지를 비관했거든요.”
“울기도 했다고요? 그 정도라는 생각을 못했네요. 그래도 고칠씨에게도 살아나가야 할 이유는 있어요. 아이큐 테스트는 순간적이고 즉흥적이며 타고난 재질을 더 많이 반영하지만, 인간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축적된 지적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칠씨는 책에서도 이 내용을 발견하고 종교적 구원 같은 정신적인 해방감을 얻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표현하길 '단순하다'고 말한다. 꾸준한 노력을 하면 자신의 학교성적과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이 말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분석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벼락치기하며 공부했던 것을 좀 줄여나가기로 했어요. 평소에 열심히 하기로 했고요. 새벽 2시까지 엄청 쓴 블랙커피를 마셔가며, 책 내용을 외우고 또 외우고 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열악해서 이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요.”
BOOK PR 한양대 도서관에 있는 아이큐77.
그는 수업시간에 편안히 듣기만하면 되는 머리 좋은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터득해 나가기로 했다. 아이큐 77인 그는 듣기만 하면 무슨 말인지 몰라, 속도감 있는 선생님의 강의 내용을 써 내려가면서 이해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나중에 또 다시 정리해 나갔다.
“고칠씨,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이것을 사회와 연관시켜보면, 보수수의 개혁주의 급진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거예요.”
보수주의는 사회의 기존 질서를 유지 보존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배 계급이 이를 지지한다. 학급에서도 아마도 반에서 1등인 학생은 이처럼 기존 공부 방식대로 유지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개혁주의는 기존 질서를 부분적, 점진적으로 개혁하려는 입장이다. 지배계급, 피지배계급 가운데 일부가 이를 지지할 듯싶다. 그런데 고칠씨 경우는 공부 방법을 약간만 수정해선 성적이 많이 올라가기 힘들다.
급진주의는 사회의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입장이다. 피지배계급이 이를 지지할 것 같고, 고칠씨도 완전히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공부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급진주의를 진보주의라고 해서 보수와 진보를 이 기준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는 공부를 평상시 안 할 때는 정말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아이큐가 낮은 탓이리라.
나중에 안 건데, 이를 극복하려 하면서 아이큐가 낮은 고칠이의 공부 방법은 적중하고 있었다. 그는 유명학원 주최로 치러지는 대입 모의고사에서는 아직 큰 점수를 못 올리고 있었지만, 학교 내신 성적은 거의 반등수를 10등 이상 올리고 있었던 거다.
“저는요, 성적을 올릴 출발점이라 생각됐던 ‘꾸준한 반복 학습’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큐가 낮은 사람들은 반복 학습밖엔……공부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