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77 제6화 02 사는 게 뭐 이리 힘든가요?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by 이윤영

제6화


02


'아니다. 이럴수록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야지. 긍정적으로 해보면, 저렴한 가격의 커피 같은 차를 파는 거야. 나는 자본금이 없으니까, 일회용 커피믹스 같은 걸 파는 거지. 복숭아 맛이 나는 홍차 같은 걸 파는 거. 그래, 예전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어, 차 대리점 모집이 있었어.'

고칠이는 집에 와서 모아 놓았던 생활광고지를 찾아봤다. 아무리 차 대리점 모집 광고를 찾아봐도, 어디에도 없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엄마를 불러댔다.

엄마는 베란다에 가 보면 있을 거라고 하셨다. 빗물이 거실로 흘러들어서 거기에 놔두었다고 하신다. 고칠이는 베란다 쪽으로 얼른 가볼 수밖에 없었다. 차 대리점 모집 광고가 눈에 확 띄었다.


"심봤다!"


고칠이는 오랜 고생 끝에 산삼을 찾은 심마니가 '신의 마음'을 본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차 대리점에 당장 전화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밖에 나가더니, 집에 새벽 2시쯤에 들어왔다.

보증금이 너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고칠이는 K북랜드 사업이 실패한 후에 마셨던 술 보다 거의 두 배 취기가 얼굴에 돌았다. 담배도 몇 갑을 펴댔는지, 담배 냄새가 겉옷 재킷에 자욱했다. 고칠이는 잠 결에도 계속 되뇌었다.


"뭐하고 살지?"


동생은 뭐하는 걸까. 점심때쯤 일어나 피곤한 몸으로 전화해 보니. 항상 바쁜 척한다.

"형, 나중에 전화할게."

무슨 일거리가 그렇게 많은지 도저히 모르겠다.


BOOK PR 갈리아의 운명상담소

“고칠씨가 가야할 길이 참 막막하게 됐죠? 그러나 어쩌겠어요. 또 다른 길을 모색하거나, 열심히 하던 일을 끝까지 이뤄내던가 해야죠.”

“사는 게 뭐 이리 힘든가요?”

“하하.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고칠씨의 개인의 삶처럼 우리의 길도 막다른 골목에 온 것일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겪고 있고, 사회주의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 보니,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의 발전을 주장한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에 많이 끌리나 봐요.”

“제3의……길이요?”

“네, 제3의 길이요. 제3의 길의 정치적 색깔은 중도좌파인데, 영국의 블레어, 프랑스의 죠스팽, 독일의 슈뢰더 등 중도좌파가 이미 집권에 성공함으로써 더욱 관심이 생긴 거죠.”

“예전의 사회 리더자들이네요.”

“그렇죠. 이 제3의 길은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불평등성과 사회주의의 경직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사상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중도좌파라는 점에서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요. 정치적으로는 좌우를 초월하는 실용노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초월하는 혼합경제로 볼 수 있어요."


*제1의 길 :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기반으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근거하여 온 자본주의는 마르크스 이론과 실천을 선두로 한 사회주의에 의해 도전을 받았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소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서구의 복지국가를 건설했어요. 이들을 사회민주주의 혹은 구좌파라고 불렀어요. 이는 영국노동당의 복지국가모델입니다.


*제2의 길 : 자본주의의 토대 아래 개인의 선택과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경쟁력과 부의 창출을 중요하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자 혹은 신우파가 등장했어요. 마가렛 대처에 의해 수용된 신자유주의의 길이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성 세례, 그리고 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