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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미상궁 라하 May 23. 2024

02.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3권

인류에가 차오르는 피폐 재난 탈출물 - 현판, 연산호, 리디

육지의 생물들이 누릴 수 있는 바다의 모습은 여기까지다.
악어와 하마도 이 이상 잠수하지 않는다.
이 아래의 바다는 육지의 생물들에게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포용력은 모두 거두고
오직 잔인함만이 남는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화 中


0.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여러분!

1번 글을 쓴 이후 엉뚱한 작품으로 뵙네요.

원래 정말 정말 진심으로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으로 뵈려 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해당 작품은 리디북스에서 연재형과 단행본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총 16권, 연재형으로는 422화 분량이니 다소 길지요?

하지만 딱 62화까지만 읽다보면 흠뻑 빠져들어서 주인공 '박무현'에게 오감을 이입해 즐길 수 있답니다.

하루에 한 편씩 무료로 볼 수 있는 '리디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으로 '찍먹'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연재형 기준, 약 9천 명이 평균 4.9점 별점을 준 이야기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 4800만 명이고

글씨를 읽을 줄 알면서 웹소설 결제가 가능한 나이대를 2600만 명이라고 치면

2600명 중 한 명은 어바등을 잃고 그냥 지나치는 대신 손수 평점을 매겼다는 얘기가 됩니다.

더불어, 이 이야기는 2022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기도 하지요.

이야기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초점화자인 주인공은 한국인 남성 치과의사 박무현으로,

치과의사라는 점을 제하면 완벽한 소시민입니다.

본인도 풍족하지 않은 형편인 자기가 치대를 졸업해 치과의사가 된 걸 두고 '개천용'이라고 얘기하죠.


개원할 돈이 없어서 국제 해저기지에 입사한 주인공.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음식, 더없이 훌륭한 시설과 업무난이도는 그의 마음에 쏙 듭니다.

해저기지 내 병원을 꾸미고 환자들을 가혹하게 치료하면서 직업적 만족감을 느끼는 주인공.


안타깝지만 그가 입사한 지 닷새 만에

기숙사에서 물이 줄줄 샙니다.


당장 종아리까지 물이 찰랑찰랑 차올라

탈출해야 하는 상황.

주인공은 냅다 문을 열어제끼고

모든 방문을 두드려대면서 사람들을 깨웁니다.


탈출해야 하는 사람은 많은데 전 세계적으로 유구한 안전불감증으로,

웬만한 탈출정과 잠수정은 고장난 상태에 이미 사람들을 태우고 탈출한 것마저 도로 가라앉고 있는데요.


박무현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 발발발 떨다가

얼떨결에 리더쉽 강한 한국 사람들을 만나

함께 탈출을 도모하게 됩니다.


고구마 가득한 '선비'스러운 그의 얼레벌레 피폐 탈출기가 궁금하시다면

이제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주세요!


1. 작품 소개

3,000m 아래 해저기지에
입사한 지 닷새 만에 물이 샌다고?


2. 분석

플롯

저는 지금 4권 초반부를 읽고 있는데요.

3권 중반부, 그러니까 연재분으로는 62화쯤에

아주 충격적인 장면과 사건들이 몰려 있어서

그 부분 이후로는 도저히 손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바등의 호흡은 타 웹소에 비해 다소 느린 편이라, 전 개인적으로 e북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연재형으로 봤을 때는 정말 재미없었는데,

e북으로 보니 새벽까지 쉼없이 달리게 되는 매력이 있었거든요.

아직 16권을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3권 중반까지 이야기로 이후 구조를 얼추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이상 얘기하는 건 불필요한 스포일러나 무의미한 이야기가 될 듯해 이만 줄이겠습니다.

분명한 건, 이 이야기가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보이는 끔찍한 이기심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실 인간의 밑바닥은 누구든지 알고 있지요.

그걸 굳이 드러내고 확인하고 과시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게 인간 대 인간의 도리니까요.

재난을 마주했을 때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이야길 쓰는 건 얼마나 간단한가요.

이야기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추악함뿐이 아닌,

인간의 선의를 향한 사고실험이 될 때 생긴다고 봅니다.


캐릭터

단독 남주인공 박무현

해저 3천 미터 국제해저기지에 입사한 유일무이한 치과의사 한국인.
한쪽 눈이 푸른 색이다.
남의 입안에 드릴을 처박고 윙윙 돌려야 하는 직업이지만,
본인은 충치를 치료하면서 통쾌하고 깨끗한 만족감을 느낀다.
초음파 치료, 신경치료 등을 할 때마다 파들파들 떠는 사람들에게
주황색 고래인형, 노을이를 안겨놓고 무자비한 치료를 이어나간다.
사망진단을 내리는 건 내과나 외과 등 다른 분야 의사들의 일이라고
무의식중에 기분 좋게 안심하고 있다.
워라밸이 훌륭한 새 직장에 만족하고 있던 중,

입사 닷새만에 탈출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주인공, 박무현입니다.

소시민적인 사고방식에 이렇다 할 특징이라곤 파란 눈밖에 없는 한국인 남성입니다.

작중에선 한국인 캐릭터들에게는 '무현 씨', 외국인 캐릭터들에게는 '닥터' 등으로 불리곤 하는데요.

어쩌다보니 총기액션물이 되어버리는 상황에서는 벌벌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총을 쏘더라도 자기가 쏜 사람이 죽었을까 봐

파들파들 떨면서 응급처치를 시도하는

연약하고 나약한 데다 결심이랄 것도 없는 고구마 인물입니다.

총을 쥐어본 적도 없는 답답한 유리멘탈을 작가님이 주인공이자 1인칭 시점화자로 정하신 의미는

읽어 내려가다 보면 차츰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추천 사유

(1) 선한 의지만큼은 지키는 주인공

최근 '참교육'물이 참 많지요?

사실 참교육이라는 말은 전교조에서 학생인권운동을 지지하며 주창한 개념입니다.

아시다시피, 1990년대만 해도 학교에서 학생이 어른 교사에게 뺨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말을,

'인간쓰레기를 압도적으로 강한 인물이 죽기 직전까지 폭행해 억지로라도 굴종시킨다.'는 뜻으로 쓰더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굴종은 반성이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아주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법합니다.

현시대의 주요 감성인 '참교육'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으니까요.

주인공은 자길 죽이려고 하는 사람마저

무고하게 다칠까 봐 걱정하고,

두고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어린애나 고양이 등을

억지로 억지로 탈출 여정에 데려가죠.

자기 목숨 챙기기도 바쁜데 무슨 위선이냐며

욕도 여러 번 먹습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 '엑시트'가 떠올랐는데요.

극중 윤아 배우님이 맡은 행사 업체 직원 캐릭터는  

고객들을 모두 태우고 난 다음 탈출하는 게 직원의 도리라며

첫 번째 탈출 기회를 양보합니다.

박무현이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가 특별히 강하고 선하고 대단한 인물은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해야 하는 일'을 당연히 행하는 용기를 지닌 인물이죠.

더불어, 그와 비슷한(?) 인물도 종종 나옵니다.

좀처럼 제 사람 못 버리는 한국팀 팀장이나

팀의 발목을 잡을까 봐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들 등이요.

물론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에는 이기적이고 끔찍하고 멍청하고 쓰레기 같은 인물이 왕왕 나오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까닭과 맥락 역시 분명해서

마냥 '참교육'할 대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선의가 침몰하고 부패한 악의가 부상하는 요즘,

이런 작품은 얼마나 반가운지요.

인간 대 인간의 '선'을 지키는 박애주의자 주인공의 행보를

리디북스(혹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 소위 '웹소설답지 않은' 완성도 있는 묘사

이 글을 시작하며 뒤에 써둔 문구는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화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보통 웹소설은 1화부터 아주 커다란 사건을 터뜨려

독자들의 주의를 사로잡고 시작하곤 합니다.

그래야 이탈 독자 없이 수익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건 한 화 팔아서 40원 정도 가져가는 작가들의 생존 전략이니 충분히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이야기는 1화 전부를

바다를 앞둔 인간의 나약함과 무력함을 설명하는 데 할애합니다.

첫 화를 보면 정말이지 웹소설 문법에 맞지 않는 맥락뿐이라 자연스럽게 뒤로가기를 누르게 됩니다.

이후 한 5화까지도 왜 썼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잔뜩입니다.

그래도 꾹 참고 한 30화까지만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30화면 3천 원이고,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니까요.

아래로 여러 문장들을 소개할 테니,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에게 불리해진 경우에만 협조를 원하고
유리한 경우에는 짓밟는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3권 中
모든 게 뿌옇게 보였다.
인간은 물 속을 자유롭게 볼 수 없다.
그래서 물안경을 쓰는 거지.
우리는 육지를 선택했거든.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3권 中

당연한 이야기와 문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역시 작가의 역할이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아주 많답니다.

웹소설의 짧고 둔탁한 문체에 진입장벽을 느끼셨다면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확실한 해결책이 될 거예요.


보완점

(1) 출판사 측의 소재 주의 표시 미비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아주아주 피폐한 이야기입니다.

무기 하나 다루지 못하고 쥐여줘도 찌르지 못하는 일반인이 주인공이라,

사람이 죽거나 으깨지거나 맞거나 찔릴 때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이걸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고스란히 보어주거든요.

누구 머리가 어떻게 돼 죽었다든가

다리가 끊어질 듯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팠다든가

몇 번 이빨이 어떻게 부러져서 출혈이 어떻다든가

이런 묘사가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주인공이 치과의사라서인지 이빨이 나가는 표현에 아주 진심입니다.

더불어, 심리적으로 쇼크에 내몰리는 끔찍한 상황들,

이 사람을 죽이거나 저 사람을 죽이거나 선택해야 하는 부조리함,

눈물이 줄줄 나는데도 다리를 움직여서 나아가야 하는 지독한 위기와

이 밖에도 스포일러 없이 보면 매우 충격적인 몇몇 요소들이 많습니다.

출판사와 리디북스측에서 이 점을 미리 경고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마 당시에는 이런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듯 싶습니다.

상해, 살인, 심리적 압박감, 따돌림, 희생강요, 심해 등에 대한 공포가 있는 분은 쉽사리 읽기 어려울 거예요.

이 점을 감안하시고 감상하길 바랍니다.


(2) 종종 보이는, 문법에 안 맞는 표현들

작가님께서 사람이 우는 흐느낌 같은 걸 따옴표 안에 표현하십니다.

"이 정신나간 놈아. 엉엉엉."

이런 느낌인데요,

이따금 이런 점이 분위기를 깬다고 느끼실 수 있어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더불어, 문장부호 두 개를 겹치는 것도 빈번히 보입니다.

'!?' 처럼요.

이런 점들은 작가님께서 급하게 쓰셨을 수도 있고

혹은 일부러 그런 느낌을 의도하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하셔서 즐거운 소비 하시길 바랍니다.

다행히, 저는 '엉엉'등 의성어를 잘 못 보는 편인데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3. 결론

동글지수: ●●●●●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어마어마한 수작이라고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고구마 중의 고구마로 불릴 법한 '착하기만 한' 주인공을 더없이 매력적으로 그린다는 점과

작품 자체의 가치가 약자를 향한, '선한 의지의 순환'을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그린다는 점,

자연(?)재해 SF 장르로 그것을 훼손하는 인간의 덧없음과 무력함을 비판한다는 점까지

뭐 하나 빼놓을 게 없습니다.

물론, 연령가나 주의 소재 미표기 및

문법상 약간 어긋나는 부분이 종종 있지만

후자 같은 경우에는 웹소설 특유의 속도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동글지수 5점 만점에 5점을 드리려 합니다.

왜 새끼손톱 크기도 못한 쇳덩어리가 사람들을 죽이는 거야.
저게 뭐라고 사람이 막막 피주머니처럼 죽는 거야.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3권 中


4. 에필로그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려 했는데, 여러분께 어떻게 닿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름이 나오는 등장인물이 50명이 넘어가는 와중 그들을 잘 기억하시길 바란다는 사실뿐입니다.

작가님은 정말 국제 해저기지에 사는 주요 인물들을 전원 짚고 넘어가실 생각인 것 같거든요.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고찰과 다정하고 선한 마음씨는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덕목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독성이 좋고 밑줄을 긋기 편한 플랫폼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문장과 문단이 워낙 길다보니, 소위 '벽돌'처럼 보지 않으려면

글자 크기와 서체를 지정할 수 있는 e-pub 형식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좋습니다.

아주 빼어난 명작이라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연산호 작가님의 2022 SF어워드 대상 수상소감을 남기며 글을 마칩니다.

이런 좋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라는 작품은
선진국들이 부를 축적하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하면서
자정 능력을 잃은 지구와 그런 지구에서의 생존과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건설된 북태평양 해저 기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무현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힘든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말하고 싶었기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해저 자원 개발과 해양 연구 및 인류의 거주 가능 영역 확대를 위해
이미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해저 기지를 설계하고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2030년 이후에는 해저 기지를
일반인들도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될 거라 예상합니다.
 
그때쯤에는 현실의 두려움과 불안, 서로에 대한 혐오를 이겨내고
인종과 국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협력과 공존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세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무현의 행동들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와 함께,  선하고 안전한 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다음에는 정말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으로 뵐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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