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웹툰도 문학이다.
본고에선 모든 문학이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가 있으면 매체에 상관없이 ‘문학’이라고 전제 후 글을 시작하겠다. 다시 말해, 이 글이 문학 비평이라는 점을 독자가 알아주길 바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원작 드라마)는 마이너 방송사인 ENA의 최대 흥행작이다. 2022년 6월 29일에 방영된 1화에서 0.9%였던 시청률은 2022년 8월 18일 마지막 화 방영에서 17.5%로 치솟았다.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시청률이 약 19배로 껑충 뛰었다. 한국인을 4,800만 명이라고 치면, 8만 4천 명이 8월 18일 오후 9시에 TV 앞에 앉아 마지막 화를 동시에 시청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이 작품을 두고 나온 칼럼도 상당하다. 드라마 칼럼니스트들은 대개 우영우 인물의 캐릭터성이나 성장 서사의 자연스러움, 장애 요소를 다루는 미디어의 책임, 흥행 요소 등을 두고 비평했다. 그들이 간과한 점은, 원작 드라마를 ‘그대로’ 그린 각색 웹툰의 실패다. 매체 무관 매력적인 이야기라면, 원작 드라마와 매우 유사한 각색 웹툰 또한 마찬가지로 크게 흥행했어야 그 논리에 맞지 않을까.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각색 웹툰)은 그 누구도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아주 확실한 실패작이다. 그 판단 근거는 여럿이 있겠다. 첫 번째 사건을 다루는 1화에서 6화까지 뚝뚝 떨어졌던 별점, 독자들의 일관적인 부정적 반응 등이다. 가장 단적으로는, 1화의 베스트 댓글 개수와 마지막 회차인 65화의 베스트 댓글 개수가 극단적으로 차이난다는 것이다. 1화에서 16개였던 베스트 댓글 개수는 65화에서는 고작 3개로 줄었고, 해당 회차들의 가장 인기 있는 댓글의 공감 수는 2024년 6월 6일 기준 57,560개에서 310개로 99% 이상 급감했다. 웹툰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례적일 만큼 확실한 실패 사례가 분명하다. 웹툰의 성패는 초반부 성적으로 결정되곤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웹툰화한 <삼체>와 비교해 보자. <삼체>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두 웹툰의 별점 시작점은 전자가 10점 만점에 6.5점, 후자가 7.3점으로 비교적 유사했다. 오히려 <삼체>가 더 낮았다. 그러나 전자가 6화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며 9.5점을 기록한 것에 반해, 후자는 6.2점으로 하락하면서 두 작품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더불어, 웹툰 <삼체>는 초반 6화까지 매우 안정적인 별점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웹툰 <이상한 나라의 우영우>는 4화에서 6.0점으로 급락하는 소위 ‘죽음의 계곡’을 맞기도 했다.
각색 웹툰이 실패한 원인을 매체적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총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겠다. 첫째, 그림 작가가 스크롤 웹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둘째, 각색자는 감상자가 기대하는 ‘각색’의 요건을 고려하는 대신, 드라마를 그대로 요약해 전달하는 목적에만 충실했다. 셋째, 드라마 방영 기간 내에 1화를 시작해,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전달하여 감상자가 웹툰으로 찾아올 이유를 주지 못했다. 원작 드라마의 주제 의식과 흥행, 개인적으로 그 작품에 지닌 애정을 떠올리면 매우 아쉬운 결과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문학이라고 할 법한 웹툰 장르를 둘러싼 잘못된 전달, 연결 방식의 예시로써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분석하고 그 해결책 등을 제시하려 한다.
각색 웹툰을 만들기에 앞서, 연출자인 콘티 작가는 매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현재 장르 웹툰 대부분은 스크롤 형식을 쓴다. 한때 가로로 넘기는 컷툰, 흑백 톤만 이용한 흑백 툰, 사진을 이어 붙인 포토 툰, 스마트폰 진동 등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툰 등 여러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으나 지금은 컬러 스크롤 웹툰으로 정착했다. 이는 정적인 그림을 연속으로 보는 출판만화와 달리, 독자가 직접 스크롤 속도와 움직임 요소를 통제할 기회를 준다.
그럼, 세로 필름처럼 생긴 스크롤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인물 그림과 말풍선, 배경 일러스트와 식자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개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여백이다. 웹툰은 스크롤이라는 애니메이션 요소를 포함한다. 영화의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 등 화면 연출은 출판만화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웹툰은 그걸 간단하게 해낸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흰빛에 가까운 여백이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검게 변할 때, 독자는 그걸 회상 도입부라고 알아듣는다. 검은빛에서 흰빛으로의 변화는 색채나 명도 변화 자체 이상으로, 옛 기억에서 현재로의 귀환을 의미한다. 흑백 대비가 아니라고 해도, 중간중간에 스크린톤을 넣거나 작은 오브젝트를 배치해 여백 비율을 조절하는 식으로 클로즈업이나 인서트샷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여백도 스크롤, 즉 필름의 일부임을 간과했다. 각색 웹툰을 살피면 공백이 대개 흰색이고 그라데이션 등 유의미한 연출이 없다. 컷과 컷의 배치 간격 역시 중구난방이다. 이 탓에, 독자들은 대사와 인물 표정, 배경만으로 작품 에피소드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억지로 인위적인 추론을 하려고 웹툰을 보지 않는다. 작가는 연출 의도를 은근히 숨겨 독자가 스스로 그 의도를 체화하고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콘티 작가나 그림 작가가 알지 못한 점이야말로 각색 웹툰 실패의 일등 공신일 것이다.
국가 대표 포털이라는 얘기에 알맞게, 네이버 웹툰은 무료 연재를 위주로 성장해 왔으므로 처음부터 유료 컨셉으로 시작한 레진 코믹스 등과는 아주 다르다. 상대적으로 네이버 독자들은 소비 전환 비율이 낮다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해당 각색 웹툰은 유료를 전제하는 웹툰보다 ‘후킹’ 요소가 강해야 했다. 그러나 매체 전환에 따른 즐거움은 앞서 얘기했듯 이미 물 건너갔다. 그러므로 남은 선택지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이야기적 각색이었을 것이다. 권위 있는 각색 이론가인 린다 허천은 그의 저서 <각색 이론의 모든 것>에서 ‘변화 없는 각색은 각색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본고에선 이 말을 서사 분야에 적용하려 한다.
해당 각색 웹툰의 댓글 반응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반응이 있다. 드라마를 똑같이 베껴 그리니, 굳이 웹툰을 찾는 수고로움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댓글이 피드백으로서 유의미하진 않으나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나오는 일관적인 얘기라면 다르다. 원작 드라마는 약 70분씩 16부작이고 주 2회 방영되었다. 약 1,120분 분량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작업에는 생략과 축소, 과장과 완급 조절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각색 웹툰은 개중 무엇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대사를 듣는 것과 웹툰 식자로 대사를 읽는 것은 감상자의 피로도부터 매우 다르다. 콘티 작가나 각색자는 이를 고려해, 대사를 말풍선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줄이고 축약하면서도 그럴듯한 구어체로 통일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든 에피소드가 드라마의 정보량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그쳤다. 시각과 청각으로 나누어 전달했던 정보를 오로지 시각만에 의존해 전달하는 건 감상자에게 매우 피곤한 일이다. 더욱이 다른 무료 웹툰이 다수 있는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했으므로, 이 웹툰이 무수한 경쟁자들에게 독자들을 전부 빼앗긴 건 당연지사다.
그러므로 웹툰을 드라마로 바꿨다면 매우 수월한 작업이었겠으나, 드라마를 웹툰으로 만드는 데는 매우 미숙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여느 목요 웹툰이 그렇듯,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목요일에 한 편씩 연재되었다. 원작 드라마는 주에 2회, 수요일과 목요일에 한 편씩 방영되었다. 드라마가 8주 만에 완결을 맺은 점과 달리, 각색 웹툰은 최소 65주 동안 연재되었다.
감상자의 피로와 집중도를 고려했을 때, 미숙한 연출과 각색을 떠올리면 웹툰은 최장 8주 안에 끝냈어야 소위 박수를 받을 때 떠날 수 있었다. 원작 드라마 1화에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노년 여성이 남편을 무쇠 다리미로 때려서 살인미수로 기소당한 일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로펌에서 주는 자료에 만족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펼쳐 검사 주장의 허점을 알아내고,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얻는다. ‘주인공의 과거 – 사건 장면 – 로펌 변호사의 오판 – 주인공의 자체 수사 – 1차 공판 – 주인공의 자체 수사 – 2차 공판 – 승소’ 구조다. 이 모든 구조가 70화 안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감상자에게 전달된다. 웹툰은 이 에피소드를 6화로 연재했다. 6화면 6주니까 한 달 반이다. 웹툰이 2022년 7월 29일에 처음 연재되었으므로, 이 시점에서 감상자는 이미 드라마 여덟 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있었다. 웹툰 1화만으로 그것이 원작 드라마와 아무 차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 독자들은 당연히 드라마로 쏠렸다.
원작 드라마가 마무리될 즈음 웹툰은 1화 에피소드의 2/3을 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명작이라도, 이미 아는 이야기를 변화 없이 옮겨놓은 작품을 굳이 다시 찾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 시간에 드라마를 한 번 더 정주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각색 웹툰의 실패는 작품 자체의 시각적, 서사적 완성도가 모자란 점도 있지만, 아무런 후킹 요소 없이 드라마와 동시 연재라는 방법을 택한 방송사의 과실도 상당하다. 웹툰 독자는 감상자이나 소비자에 가깝다. 그들은 그들만의 동기가 없으면 소비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간과한 점이 각색 웹툰의 가장 큰 패착일 것이다.
원작 드라마가 흥행에 이어 시즌2 방영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약 시즌2 또한 웹툰화할 의지가 있다면, ENA와 각색자, 콘티 작가가 아래 사실들만은 염두에 두고 작업해 주길 바란다.
앞서 실패 요인 분석으로 스크롤 웹툰에서 필수적인 여백 활용이 매우 미숙하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그것만 미숙한 건 아니었다. 주인공 우영우는 원작 드라마에서 반향어를 쓰거나 맥락에 안 맞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었다. 이외에도 그는 대화 상대와의 눈맞춤에 서툴거나 쉼이 거의 없는 말씨를 쓰기도 했다. 이들 전부는, 설령 시각 위주 특징이라도 청각 요소 없이는 그 맥락을 전달할 수 없다. 드라마의 주 요소로 청각을 활용했다면, 청각을 전할 수 없는 웹툰에서는 어떻게 이를 표현해야 할까. 영상매체에서 음향은 배경음악, 효과음, 대사로 이루어진다. 웹툰의 경우에는 자체 OST가 있지 않은 이상 효과음과 대사로 이루어진다. ‘쿵’, ‘팍’ 등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는 물론, ‘으아악’ 하고 비명 지르는 소리를 다른 서체로 표시해 강조하는 건 이제 독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만 각색 웹툰은 캐릭터 조형에 가장 필수적인, ‘대사’의 글씨체나 글자 간격 등을 전부 통일했다. 우영우가 특유의 따발총처럼 빠르게 쏘아대는 말투를 쓸 때는 글자 간격을 다닥다닥 붙이거나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글씨체로 변화를 주는 게 나았다. 명확한 정보 전달보다 인물 특징을 명확히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특징을 기억한다면, 각색 웹툰 시즌2에선 ‘그냥 평범하게 독특하고 발랄한 여주인공 같아요.’라는 댓글 반응만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즌2 제작에 앞서,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웹툰 시즌2가 드라마 시즌2 옮겨 그리기, 즉 그대로의 재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원작 드라마와 유사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똑같아서는 안 된다. 특히 이야기 진행이나 구성이 그렇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와 웹툰을 감상하는 순서는 대개 드라마 후 웹툰이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도 굳이 각색 웹툰을 클릭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두 가지 전략을 써야 한다. 첫째, 원작 드라마 인물들을 향한 애정 이용하기. 사랑에 빠지면 그 존재를 더 잘 알고 싶어한다, 캐릭터에게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그렇다. 드라마에서는 미처 표현 못 할 그만의 에피소드가 있음을 암시한다면,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웹툰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둘째, 원작 드라마의 대적자 시점에서 전개하기. 이건 첫째 전략과 약간 다르다. 전자는 여러 인물에게 분산 투자할 수 있지만 후자는 대적자 한 사람의 매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각색자는 드라마 시즌2의 캐릭터 매력이 분산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하려면 드라마에 일부러 공백을 만들어야 한다. 전반적인 이야기에 큰 결함이 되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틈을 만들어야 하므로 드라마 대본 작성 시점부터 웹툰 각색자와의 협업은 필수다.
마케팅 담당자는 각색 웹툰만의 특색있는 장점이 없으면 사람들은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드라마나 웹툰 등 대중문화가 자극의 정도에 비례해 흥행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흥행은 감상자의 비용 대비 성능, 즉 가성비의 만족도에 따른다. 지나가다 우연히 볼 수 있는 드라마와 달리, 웹툰은 일부러 클릭해야 볼 수 있다. 감상자들은 본인들이 들인 일련의 수고에 상응하는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고 믿는다. 즉 마케팅 담당자는 감상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굳이, 하필, 수고롭게 웹툰까지 찾아볼 이유를 그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와의 동시, 장기 연재는 명확한 전략이 있지 않은 이상 반드시 피해야 한다. 드라마는 웹툰에게, 웹툰은 드라마에게 감상자를 빼앗기는 건 물론이고 자칫 시즌1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강조했듯, 웹툰화를 할 생각이라면 일전에 얘기한 ‘다른’ 이야기를 내용으로 드라마 방영 전이나 방영 후에 연재하는 게 좋다. 드라마를 향한 기대를 돋우는 목적으로 방영 전에 연재할 경우, 방영과 겹치는 기간을 고려할 뿐 아니라 처음과 끝에서 2~3화씩 연속으로 공개하는 이른바 ‘연참’ 전략 역시 필수적이다. 주 2회 연재도 고려할 만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웹툰 제작사와 드라마 제작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웹툰을 전략적으로 공개하면서 감상자를 안달하게 하려면, 이를 총괄하는 마케팅 기획자는 물론 전문가여야 할 것이다.
웹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패작이다. 앞서서는 이 사실을 구획으로 나누어 얘기했지만, 사실 이 실패는 결정 구조 면에서도 충분히 다뤄야 한다.
어떤 기성세대 경영자들은 1029세대를 아무 웹툰이나 쥐여 주면 자동으로 기획자가 의도한 행동을 출력하는 로봇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또, 각색이라고 하면 고스란히 베껴 그리는 걸로 이해하는 것도 같다. 이는 명백한 오류고, 무례하면서 피상적이기까지 하다. 드라마는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일이고, 거대 자본 기업은 대부분 수직적인 결정 구조를 지닌다. 각색 웹툰의 실패 책임을 오로지 콘티 작가, 각색자, 마케팅 담당자의 미숙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를 보고도 문제의식을 제기하지 않은 결재자는 누구도 그의 의견에 반기를 들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인 구멍이다.
각색 웹툰의 실패는 단지 각 부분 담당자의 서투름으로는 이유를 댈 수 없다. 혹자는 그럼 뭐가 문제냐고 어이없다는 양 반문할 것이다. 이 물음에는 태도가 문제였다고 답하고 싶다. 애초에 드라마가 웹툰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게 첫째, 웹툰 제작사가 드라마를 이해하거나 이해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오만함이 둘째, 짧은 시간 안에 각자 별개인 두 작품을 하나로 묶어 판매할 수 있다고 내린 오판이 셋째. 이 모든 점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있을 수 없는 오류였다. 다시 말해, 적어도 웹툰 제작을 졸속 결정한 쪽은 대중 감상자를 명백히 얕본 것이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으니 다음 시즌은 더 나을 거라는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
여태 무수한 칼럼니스트들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자폐 스팩트럼 장애에 초점을 맞춰 비평을 썼다.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 이후 생겼다는 ‘우영우 놀이’ 등으로 우리 사회의 숨 쉬듯 존재하는 차별과 무례를 지적하는 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쉬운 점은, 미디어의 중요성이 다소 간과되었다는 점이다. 미디어, 즉 매체는 삶과 관련이 매우 깊다. 모든 소통과 전달의 매제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평등 등으로 이어진다. 각색 웹툰에 ‘드라마 똑같이 베꼈으니 실망스럽다.’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그 대댓글을 보면 ‘누구나 시청각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좋았다.’라는 반응이 있었다. 아마 그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그런 대댓글을 달았을 것이다. 매체적 특징을 따지고 분석하는 건 학문과 콘텐츠 영역을 넘어서서, 우리 삶을 더 나아가게 하는 데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리어프리 등 최근의 뜨거운 이슈들도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체가 얼마나 보편적으로 통용되는가에 관한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들은 실패하긴 했으나,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되는 유의미한 시도였다.
물론, 웹툰화로 인한 이득이 없으면 안 하는 게 맞다. 제작사는 재능기부자가 아니라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실패한 웹툰화에 재도전한다는 건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그러나 모든 선택을 사업적 성공만을 위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로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결정이 있다. 필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만일 웹툰 시즌2가 이전의 결함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다면, 대중문화 콘텐츠 역사에 ENA라는 이름을 충분히 다시 새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디 감상자들이 기껍게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임수연. 시네21. (2022.9.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 인터뷰 ①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0846
원프로젝트, 회음조, 이예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웹툰 1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 (24.5.21.)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173&no=1&week=finish
백은지. (2021). 웹툰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확장 발전 방안 연구 -노블코믹스 사례를 중심으로-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285-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