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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정 Oct 10. 2019

[웹툰기획] 완벽하기를 바라서는 완성할 수 없다.


1.     일단, 원고를 만들어본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할 때, 이야기의 시작점이 매우 차이나는 부분이 하나 있다. 

한 화라도 좋으니 원고를 완성해 본 경험이 있는 경우와, 아직 원고를 완성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이다. 

애초에 대화의 시작점 자체가 달라진다.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본 경우라면 그 과정에서 본인이 느끼는 부분이 생긴다. 

그걸 기반으로 본인이 어려웠던 점이나 잘 되는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개선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원고를 해 본 적이 없는 경우,

너무 막연해서 시작조차 해 본 적이 없다는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작가가 될 수 없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서, 잘하지 못할 것 같아서 시도도 안 하는 상태가 길어지면?

그 사이에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게 되고, 꿈이 멀어지는, 안타깝지만 아주 평범하게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이 걸어가는 길로 가게 된다. 

노트에 그림 좀 그려본 걸로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원고를 일단 잡고, 짧은 분량이라도 좋으니 완성을 해보자. 

그 안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전개를 본인이 직접 짜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구도를 잡고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그려낸다. 

내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내가 짠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자꾸 해봐야 점점 나아질 수 있다. 

완벽하게 연습해서 완벽한 원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 완벽한 시점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베테랑 작가에게 물어도 이번 원고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경우는 드무니까 말이다. 


2.     타인의 평가에 대해


용기를 내어 짧은 원고라도 완성했다면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라고 권하고 싶다. 

첫 원고라니,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을 테고 타인의 평가도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작가를 꿈꾼다면 내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과정은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웹툰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내 원고를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지 않나.


반드시 첫 원고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원고를 만들어보면서 조금의 자신감이라도 생긴다면 자신의 작업물을 SNS나 게시판들에 올려보길 정말 권한다. 

그게 어렵다면 주위의 작가 지망생들끼리라도 돌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혹평을 받기도 하겠지만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런 타인의 냉혹한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나는 아직 초짜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원고를 또 만들고 또 만들어본다.

원고 서너 번 만들어 본 걸로 바로 대단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면 그건 판타지 속 먼치킨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뭐든 연습이 필요하고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원고를 계속해서 만들고, 계속해서 타인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사람이 성장의 속도가 빠르다. 


3.     완성도와 만족도


작가마다 본인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기준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신인 작가의 경우에 습작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작업 속도와 완성도 사이의 밸런스이다. 

완벽한 이야기로 완벽한 그림을 그려내겠다는 욕심은 조금 내려둘 필요가 있다. 

대신 본인이 목표한 시간 안에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최대의 완성도로 원고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이 있다면 완성도가 더 올라가고 본인의 만족도도 올라가겠지만

현실적으로 웹툰은 대부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연재 주기에 맞춰서 작업해야 한다. 

한없는 시간을 들인 한없는 완성도 따위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원고를 하나 둘 만들어가다 보면 내가 일주일에 몇 컷 정도를 어느 정도 완성도로 해낼 수 있구나 하는 감이 생기게 된다. 

일주일 내내 원고만 할 수는 없으니 주 5일을 목표로 움직인다고 보자.

그 안에서 내가 만족할 수준의 완성도를 만들기 위해서 며칠을 구상과 콘티에 쓰고, 이후 선화와 칼라를 하루에 몇 컷씩 할지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 속도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퀄리티보다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너무 낙담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 안에 낼 수 있는 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연습을 해보자. 

무진장한 시간을 들인 완성도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낼 수 있는 완성도가 작가라는 직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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