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질시스터즈 Sep 06. 2021

섬뜩하게 현실적인 스릴러 웹툰 3종 추천

웹툰 <마스크걸>, <위대한 방옥숙>, <팔이피플>


무서운 영화, 스릴러 영화를 잘 보시는 편인가요? 쫄보인 저는 전혀 아닌데요. 이상하게도 '이' 작가님들의 작품은 섬뜩하면서도 계속 보게 만드는 감칠맛이 있어 보게 되더라고요. 바로 웹툰 <마스크걸>, <위대한 방옥숙>, <팔이피플>을 같이 쓰고 그리신 매미/희세 작가님입니다.


<팔이피플>은 최근 연재작이라 완결이 나진 않았지만, 세 작품 모두 작가님들만의 특징을 팍팍 느낄 수 있는데요. 작가님들의 작품 세계 특징을 분석해보면 재밌겠다 싶어 오랜만에 웹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마스크걸>, 2015~2018

[작품 소개]
끝내주게 못생기고 끝내주게 몸매 좋은 여자, 김모미


햇수로는 3년간 연재된, 시즌 3짜리의 짧지만은 않은 호흡의 작품인데요. 못생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닌 '모미'가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성형 후 살인자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시즌 1은 그래도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외모 콤플렉스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소해보려는 모미의 상황이 엽기적으로 그려지는데요. 모미 나름의 노력에도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인터넷상 반응들과 주변 인물들로 인해 상황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 끝에 모미는 두 번의 살인을 저지르고, 성형을 통해 새 이름과 새 얼굴로 살아가게 되는데요. 그렇지만 모미로 인해 외아들을 잃은 김경자의 복수, 그리고 오랜 방황 끝에 얻은 딸 '미모(현지)'를 지키기 위한 모미의 행동까지… 타인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사람은 지키려는, 극단적인 가족애를 후반부 이야기 키워드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위대한 방옥숙>, 2019~2020

[작품 소개]
한강 조망권 지키려다가 한국에 시체를 유기한 여자들의 이야기. “내 집 값은 내가 지킨다!”


구두쇠로 악착같이 살아 반지하 살림에서 한강뷰 아파트에서 살게 된 ‘방옥숙’ 여사. 한강뷰를 가리는 희세2지구 재개발로 아파트값이 똥값이 될 것을 걱정한 방옥숙이 노블 골드 캐슬 부녀회 사람들과 집값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입니다. 번드르르해 보이는 한강뷰 아파트에 살면서도 속을 곪게 만드는 사연들을 가진 부녀회 사람들의 실상과 그들이 아파트값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 <팔이피플>, 2021~연재 중

[작품 소개]
SNS에서 육아용품 파는 평범한 유부녀 박주연,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인 김예희는 팔로워 70만의 셀럽으로 엄청난 부와 명성을 누리는 중이다. 박주연은 김예희를 미워하는 동시에 집착하고 있는데, 과연 그녀는 김예희의 과거를 폭로하고 셀럽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아직 연재 초반인 작품이라 작품 설명은 [작품 소개]로 대신할게요!






1) 등장인물 중 '정상'이 없다.


매미/희세 작가님들의 작품은 등장인물들에 '정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작품 속 인물은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는 등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데다가, 모두 각자의 욕망대로 행동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인물들이 만화적 과장으로 볼 수 있는 극적인 사건과 환경을 만나며, 일그러진 욕망이 끝까지 치닫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작품이 막장으로 보이거나 기괴하게 비칠 수는 있어도, 등장인물이 입체적이고 비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명확히 보여서 막장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는 않았어요. 작가님들도 이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후기를 남기셨답니다.


저희는 현실에 마냥 착하기만 하거나, 마냥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중 인물들의 행동이 과장되고 극단적이긴 하지만,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없는 캐릭터로 보이도록 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모미의 경우, 마냥 이 시대의 피해자로만 그려지거나, 혹은 천하의 악녀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점들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독자님들에게 정상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고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습니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습니다.


나쁜 여자가 좋아!


특히, 작가님들은 저희는 나쁜 여자에 매료되어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나쁜 여자들을 그리고 싶습니다.”라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마스크걸>의 김모미, <위대한 방옥숙>의 방옥숙, <팔이피플>의 박주연은 동경할 만한 이상적인 주인공들은 아니지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욕망,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 모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주체적인 인물들로 나옵니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이기도


사실 애초에 (<마스크걸>의) 시작은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웹툰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결말을 만들어봤었는데요. 심지어 모미와 주오남이 사랑을 시작할 듯 말 듯하게 끝나는 로맨틱한 결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진행이 되면서 모미가 저희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더군요. 가장 큰 갈림길은 핸섬스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때 모미는 핸섬스님을 죽이지 않는 것으로 했었는데, 모미는 거기서 핸섬스님을 죽여버렸습니다.

어차피 이야기는 작가가 쓰는 건데,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 할 겁니다. 그런데 가끔, 주인공이 작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주인공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땐 작가는 그냥 그 주인공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미를 숨 가쁘게 뒤쫓아가다 보니 이러한 결말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들을 그려내다 보니, <마스크걸>은 당초 계획하신 것에서 이야기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되고 인상이 깊었던 대목이었습니다. 저도 소설을 조금 써본 입장에서 스토리 얼개를 짜 놓아도 정작 캐릭터를 그 상황 속에 넣고 보면 다르게 움직이기도 하더라고요.


김영하 작가님께서 <살인자의 기억법>의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라는 존재는 의외로 자율성이 적다. 첫 문장을 쓰면 그 문장에 지배되고, 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을 따라야 한다. 소설의 끝에 도달하면 작가의 자율성은 0에 수렴한다. 마지막 문장은 앞에 써놓은 그 어떤 문장에도 위배되지 않을 문장이어야 한다.라고 하신 부분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2. 혐오와 연민, 등장인물에게 드는 이중적인 감정


작가님들의 특징이 있다면 캐릭터를 매력적이고 호감형으로 그리기보다는, ‘혐오’와 ‘연민’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모두 들게 만든다는 점이었어요. <팔이피플>의 박주연을 예로 들면,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서 고통받은 점에선 연민의 감정을 들게 만들지만, 동시에 학교나 SNS에서 거짓 소문을 퍼트리며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또 자신을 괴롭혔던 김예희를 질투하고 싫어하면서도 동경하고 노예 노릇을 자처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혐오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작가님들은 그런 모습들을 작가님 스스로를 돌아보며 담아냈다고 밝히셨어요. 스스로에게 느끼는 불편한 감정, 외면하고 싶어 하는 싫어하는 모습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니, 독자들에게는 혐오와 연민의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닐까 해요.


- 매미 작가님: 거의 모든 캐릭터에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제가 싫어하는 저의 모습들을 모든 캐릭터에 조금씩 담았습니다. 나르시시즘, 자기혐오, 이중성, 허영심 같은 점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작가의 이야기이고 한 것이죠.

- 희세 작가님: 모미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모습에서 저희 모습을 봅니다. (중략) 이런 고민이 어떤 상황을 만날 때 어디까지 극적으로 가게 될까 상상해 본 이야기가 마스크걸입니다.



3. 그 외 소소한 특징


작가님들 작품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포인트 컬러가 있다는 점이에요. <마스크걸>에서는 시즌별로 각각 노란색, 주황색, 청록색을 사용했는데요. 시즌 1에서는 노란색을 통해 엽기적인 느낌을, 시즌 2에서는 주황색을 통해 잔혹한 느낌을, 시즌 3에서는 청록색을 통해 슬프지만 희망이 있는 느낌을 주었어요.


<위대한 방옥숙>에서는 파란색과 갈색을 사용했는데요, 파란색은 한강 강물을 상징하고, 갈색은 90년대 아파트 인테리어 특징인 체리 몰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팔이피플>은 예외적으로 풀컬러로 연재 중이지만, 인스타그램을 소재로 사용해서 그런지 분홍색이 돋보여요.


이런 포인트 컬러는 단행본 인쇄를 생각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제한적으로 색을 사용하신 것인데, 하다 보니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느끼셔서 두 작품을 모두 이런 식으로 연출하셨다고 합니다.


또, 두 작가님께서 공동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묘미도 있는데요. 글 작가님이 능글맞은 캐릭터로 짰는데, 그림작가님이 좀 더 귀엽게 표현해서 캐릭터 성격을 바꾸게 된다든지, 콘티보다 그림 작가님이 상황을 박력 있게 그려서 <위대한 방옥숙> 속 하준이 재희에게 반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나오게 되었다고 하네요.




매미/희세 작가님의 작품 특징과 작품별로 짧게 소개를 해보았는데요. 이전 두 작품에서는 모두 살인과 납치가 주된 극적인 사건이었다 보니, <팔이피플>에서는 살인 없이 작품이 전개될지, 아닐지가 저의 주 관전 포인트입니다. 박주연 캐릭터가 과연 어떻게 움직여 줄까요? :)


여름은 다 지나가긴 했지만, 섬뜩함을 느끼고 싶은 밤! 매미/희세 작가님의 작품을 정주행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 S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