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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Jul 22. 2021

13년 차 웹툰 덕후가 믿고 보는 웹툰 작가 리스트

웹툰 덕후가 된지도 어연 13년째. 이쯤 되니 플랫폼을 오가며 연재와 완결을 반복하는 작가님들을 왕왕 보게 된다. 그러는 동안 좋아하는 작품의 차기작도 내 취향이라, 신작이 나오면 썸네일보다도 작가님의 이름 때문에 웹툰을 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작품이나 인상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인해 좋아하게 된 웹툰 작가님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내 웹툰 취향을 꼽아보자면 독특한 세계관, 개성있는 그림체, 입체적인 캐릭터, 섬세한 연출과 개연성 중 어떤 하나를 갖춘 작품을 덕질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브런치라는 공간의 격식(?)에 맞추어 나름대로 웹툰을 심도있게 분석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데는 그렇게 구구절절한 이유가 없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작가님의 색깔, 개성, 느낌 같은 추상적인 것들로 마음이 끌린달까.(남자 캐릭터 때문에 입덕할 때도 많고...)


어찌 됐든 이번 글에서는 나의 취향과 덕심을 가감없이 드러내보려 한다. (참고로 순서가 순위는 아니다.)




 <어서오세요, 305호에!>
좌 <하나>, 우 <집이 없어>


1. 와난


나의 최애 작가. 작가님의 데뷔작인 <어서오세요, 305호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속 인생 웹툰으로 자리잡고 있다. 와난 작가님의 여러 작품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참 사람 냄새나는 만화를 잘 그린다."라는 것이다.


데뷔작부터 지금 연재 중인 <집이 없어>까지, 와난 작가님은 한 웹툰에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단순히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인까지도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다. 작품마다 엄청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캐릭터 디자인부터 성격이 한 명도 겹치는 부분 없이 개성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작품에서는 대체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생기는 다툼과 불화가 그려진다. 와난 작가님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얼핏 보면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내용도 작가님만의 개그와 유머로 풀어내는데, 이 개그가 꿀잼이다. 그 덕에 작품에서는 늘 시트콤 보는듯한 유쾌함이 어나온다. 그렇게 와난 작가님의 시선을 따라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웹툰 캐릭터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이 생기고 만다. 그 과정이 참 좋다. 웹툰이 완결날 즈음에는 이 웹툰 속 친구들이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고는 한다.


▶ 와난 작가의 매력 포인트!

캐릭터 설정과 입체성 ★★★★★
캐릭터 심리 묘사와 연출 ★★★★★
빈틈없는 휴먼 스토리 ★★★★★
개그 ★★★★★







<갬블러VS.초능력자>
<매치스틱 트웬티>


2. 마사토끼X도현


개인적으로 마사토끼 작가님은 국내에서 대체될 수 없는 웹툰 작가라고 생각한다. 게임 트릭과 두뇌 싸움에 집중한 스토리 쪽으로는 정말 대체 불가능인 수준 아닐까. 마사토끼 작가님은 거의 스토리 담당으로 다양한 그림작가님들과 협업을 하는데, 그림작가님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도 마사토끼X도현 작가님 조합의 <세계 제일 시리즈>를 매우 매우 애정한다. 마사토끼 작가님이 설정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세계관, 캐릭터와 도현 작가님의 그림체가 엄청난 케미를 보이는 시리즈이다. 


 <세계 제일 시리즈>에서는 독보성, 역량, 미학의 측면에서 특정 분야에 초능력에 가까울 만큼 재능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세계 제일의 이야기꾼, 세계 제일의 테러리스트, 세계 제일의 갬블러 같은 사람들이다. <세계 제일 시리즈>는 이렇게 독특한 설정을 가진 인물들을 활용해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한 스토리 구성과 전개를 보여준다.  또한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세계 제일의 능력을 가진 만큼 이따끔 무서운 광기를 보이는 캐릭터들의 극적인 모습을 도현 작가님의 그림체가 정말 잘 표현했다.  신선함과 임팩트가 잊혀지질 않아서 몇 년이 지나도 이따끔 정주행하러 가곤 가는 시리즈다. 제발 두 분이 자주 합작하셨으면 좋겠다. (근데 <세계 제일 시리즈> 4번째 작품부터 그림작가님이 바뀌셨다. 흑흑)


▶ 마사토끼X도현 작가의 매력 포인트!

독특한 세계관 ★★★★★
캐릭터의 매력도 ★★★★
스토리의 개성과 흡입력 ★★★★★
광기 넘치는 그림체의 연출 ★★★★★






좌 <치즈인터트랩>, 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3. 순끼


너무 유명한 작가님이라서 넣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최근에 연재를 시작한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을 매주 성실히 결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결국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순끼 작가님만의 장점은 아무래도 섬세한 캐릭터 표현과 서사 진행이 아닌가 싶다. MZ세대들에게 오영곤, 김상철, 손민수라는 이름이 특정 인간상을 대표하고 있는 걸 보면, 순끼 작가님이 <치즈인터트랩>에서 얼마나 캐릭터 표현을 잘 하셨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치즈인터트랩>은 대기업 회장 아들에, 명문대 과수석에, 어디에서도 주목받는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집안 형편도 어렵고, 외모도 비교적 평범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흔해 빠진 로맨스 만화 설정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했던 이유는 신데렐라 클리셰를 앞세우기보다, 어딘가 문제가 있는 남자 주인공과 예민한 여자 주인공의 성격을 이용해 치밀한 감정 표현과 묘사로 두 사람의 관계를 진행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덕에 연재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유정의 껌껌한 속내에 대해서 친구들과 떠들기도 하고, 두 사람이 진전이 있을 때마다 이불을 차며 몰입했었다. 워낙 유명한 서브 남주 맛집인 탓에 두 남주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어서는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중학생 철이에게 매주 허덕이고 있으니... 순끼 작가님이 그리는 캐릭터의 매력은 말할 것도 없는 듯하다.


▶ 순끼 작가의 매력 포인트!

남주 맛집 ★★★★★
심리 묘사와 연출 ★★★★★
인물 간의 개연성 ★★★★★
복선 회수를 활용한 점층적인 전개 ★★★★★






<인간의 숲>
<악연>


4. 황준호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이라는 사이코패스를 다룬 소설이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사이코패스나 인간 내면의 더러움과 어두움을 다룬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 그런 장르에서 황준호 작가님은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계신 것 같다. 주로 인간의 심연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그 내용이 작가님 특유의 어둡고 간결한 그림체와 잘 맞아떨어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황준호 작가님의 웹툰은 주로 소재 자체는 어둡지만, 그걸 어렵게 꼬기보다는 담백한 전달과 연출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 표현이 부담스러울 만큼 불편하지도, 꺼려질 만큼 과하지도 않아서 더욱 좋다. 무거운 소재에 비해서 쉽게 읽힌달까. 하지만 다 읽고 나면 황준호 작가님만의 작품 분위기가 머리에 맴돈다.

언젠가 <인간의 숲>이나 <악연>처럼 사이코패스를 다룬 작품을 다시 그려주셨으면 좋겠다.


▶ 황준호 작가의 매력 포인트!

독보적인 작품 장르 ★★★★★
인간의 심연에 대한 표현 ★★★★★
어두운 분위기 ★★★★★
장르와 그림체의 시너지 ★★★★★






<롭플롭>


4. CTK


이 작가님의 작품은 뭐랄까. 신비하고, 강렬하다. 처음 <롭플롭>을 읽었을 때 “이런 웹툰이 있었다고?"라고 감격하며, 밤새 아껴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웹툰을 봤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단연코 새로웠다. 특히 <롭플롭>에서 주인공이 자각하지 못하는 환각과 이를 관찰하는 친구의 극단적 집착을 표현한 괴기하고, 신비롭고, 예술적인 연출 방식은 CTK 작가님에게서만 볼 수 있는 강렬함이었다. 작가님의 웹툰에는 캐릭터 간의 끊임없는 긴장감이나 정신병처럼 보이는 광기 넘치는 신념들이 작품 곳곳에 배어난다. 이러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일러스트를 방불케하는 그림체로 표현하고 있으니, 작품을 보는 내내 완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는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CTK 작가님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분위기를 엄청 좋아한다. 유달리 작가님의 작품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잭슨의 관>을 보면 느와르 같은 장르에서도 독보적이시다. 다만 최근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데빌샷>은 이런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는 대중적인 웹툰이라 좀 아쉽다.


▶ CTK 작가의 매력포인트!

일러스트급 그림체 ★★★★
강렬한 연출 ★★★★★
괴상하고 신비한 분위기 ★★★★
캐릭터 간 긴장감 ★★★






최근 애정작 <양의 사수>


5. 준쓰 


더티 섹시 남주 맛집이다. 이 이상 표현할 길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의 전작과 연재 중인 작품의 분위기나 그림체가 너무 달라서 소개할지 말지 좀 고민했다. 다른 좋아하는 작가님도 많은데, 그럼에도 굳이 준쓰 작가님을 소개하기로 한 이유는 연재작인 <양의 사수>를 너무너무 재밌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그림체랑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대박이다.


물론 그림체만 화려한 것은 절대 아니다. 준쓰 작가님 작품을 보면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짜고 전달하는 연출도 충분히 훌륭하다. 다만 그 위에 올라간 개성 있는 그림체와 남자 주인공이 웹툰의 매력을 팍팍 올려주는 느낌이랄까. 매주 쓰레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감기는 걸 보고 있으면 로맨스 덕후인 나는 그냥 가슴이 두근거린다. 로맨스 덕후인 사람들은 꼭 <양의 사수>를 보기 바란다. (어쩌다 보니 웹툰 추천)


▶ 준쓰 작가의 매력 포인트!

캐릭터 디자인 ★★★★★
개성 있는 그림체와 색감 ★★★★★
캐릭터 간의 관계 서사 ★★★★
덕후의 마음을 훔친 로맨스 ★★★★★






이 외에도 좋아하는 작가님들은 너무너무 많다. 세계관 설정 최강자 카레곰 작가님, 로맨스 레전드 추혜연 작가님, 확신의 남캐 얼굴 맛집 맥퀸 스튜디오 작가님, 천재 만화가 랑또 작가님, 썸머 작가님, 박지연 작가님, 정서 작가님, 포고 작가님, 네온비X캐러멜 작가님 등등... 쓰다 보니 정말 끝이 없어서, 최근에 좋아하는 작가님 위주로 글을 써보았다. 필력이 딸리는 탓에 점점 설명이 엇비슷해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쓰다 보니 깨달은 건, 나는 마냥 대중적이기 보다는 그림체나 분위기에서 자기 작품만의 색깔이 강렬한 작가님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웹툰을 오래 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점점 성장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독자로서의 즐거움이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나날이 발전하는 그림체나 성숙해지는 연출력을 보고 있으면 감동받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들의 현재 연재 중인, 그리고 앞으로 연재를 시작할 작품들이 더욱 기대된다. (이제 열심히 돈 벌 일만 남았다.)






글. 강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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