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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봄 Sep 04. 2019

'행복한 이기주의자'

어쩌면 추석의 가장 완벽한 가이드북. 복세편살, 그냥 좀 살아보려고요. 

복세편살, 그냥 좀 살아보려고요.

책을 읽는 건 레퍼런스를 얻기 위함일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나의 철학을 쌓아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게 아닐까? 어떤 지침이 되어주고, 한번 씹어 삼켰던 것이라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사실 그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건 그래서, 저건 저래서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직장을 잡기 전,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결국 나의 불안이었다.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힘든 줄 몰랐지만, 일과 일 사이를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불안이 쌓이고 쌓여 일년에 두번 무너져내리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명절이었다. 가장 무서웠던 말은 "너 어디 다니니"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집에 있었으므로, 카페에 가서 일했으므로 딱히 나가는 곳이 없었다. 


어릴떄는 그렇게 기대했는데,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은근히 돌려서 말하는것도 나를 힘들게 했다.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은 내게 왜 이렇게 살이 쪘냐, 왜 이렇게 말이 없냐, 연봉은 얼마냐, 결혼은 할 거냐, 왜 이렇게 매사 부정적이냐는 등 가뜩이나 나에 대한 불안으로 쌓은 성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명절에 가족들을 보지 않기로 결정한 내게,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책은 '행복하고 싶은 이기주의자'의 입장에서 가장 끌리는 제목이었다. 가족들을 보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냐'는 말을 들었던 내 입장에서는 부러운 제목이기도 했다.


'나의 가치는 내가 결정한다'는 부제 역시, 내게는 눈길이 가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상황을 진단하고, 그것을 인정한 다음 내가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복세편살, 나씨나길(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나는 씨X 나의 길을 간다)'이라는 말을 알고 나서 빵 터졌던 내게, 이 책은 말하자면 '복세편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먼저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다음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책도 걱정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 선택은 내가 기준이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이고,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행동하며 화를 내는 나와 평정심을 갖춘 나를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아주 거칠게 이 책을 요약하면 이런 말이다. 다 좋은 말 뿐인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면, 당신은 나와 비슷한 독자다. 그런데 이 책은, 총 300여페이지(역자후기 포함)를 통해 그 방법을 설명하고, 그로 인한 효과를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운동이 좋다'는 말이 10개의 챕터를 요약한 문장이라면, '그러니까 재미있는 운동을 찾고, 직접 한번 해 보라'고 말한 다음 '당신이 흥미를 느낄만한 운동을 시작하는 법'을 적어놓은 것이 이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직접 해 보면서 달라지는 나를 느끼고, 거기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아주 세세하고 자세하게 풀어놓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 페이지를 꼽겠다. 183페이지, 6번째 챕터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의 첫 페이지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이 책 역시, 자신의 문장들이 진리가 아님을 역설한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되는 책이다. 그 길을 가지 않음으로써 아낄 수 있는 시간은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데에 쓰면 된다. 단순히 가르치고 윽박질러서 '독자가 틀렸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책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가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다시 내게 두려웠던 명절이 돌아온다. 명절이 되면 자취방에서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을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이 책을 알았더라면- 같은 말은 무의미하지만, 어쨌든 그 불안했던 때의 내가 나를 조금 더 사랑하고, 걱정을 빠르게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그리고 그걸 설명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 불안했던 시기의 나는 충분히 나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것 같아서, 나에게 조금은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미래지 과거가 아니다.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180도 달라지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먼 미래에서 봤을 때 지금의 1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변화는 당신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그 변화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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