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비평

길 잃은 학맞통 (학생맞춤통합지원)

더 정교한 법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by 교실밖

학생맞춤통합지원(학맞통)의 취지는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위기 등 복합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기존에 흩어져 있던 지원 체계를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담임교사 혼자 감당하던 학생의 어려움을 학교 구성원 전체가 나누고, 교육청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정책의 연수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례는 학맞통의 현장 안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학생의 집에서 밥을 해주고, 학부모에게 대출을 상담해 주고, 집 화장실을 고치는 교사를 '우수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례 선정의 실수가 아니라, 정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 제도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달 과정의 오해 운운' 하는 것은 이 정책 시행 방법의 취약성을 반복하는 일일 뿐이다.


법에 적힌 ‘맞춤’과 현장에서 작동하는 ‘맞춤’


먼저 학생맞춤형통합지원에서 말하는 '맞춤'이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10조 4항은 "학교의 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육감 또는 교육장에게 지원 대상 학생의 선정과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 조항만 보면, 학교가 필요를 판단하고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향식 구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행정적 효율과 실적 관리를 위한 하향식 압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억지 주장이라기보다 현장 교사들이 경험으로 느끼는 직관이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교육적 목표보다, 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고 분류하며 개입의 실적을 만들어내는 행정적 목표가 우선시된다. '학생 중심의 재구조화'는 그저 내세우는 명분이고, 실제로는 행정 편의를 위한 학생 분류 체계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진정한 의미의 '맞춤'은 학생의 고유한 성장 경로를 존중하고, 그가 처한 맥락을 이해하며, 교육적 관계 속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학맞통은 학생을 '지원 대상'으로 분류하고, 표준화된 개입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무한 확장되는 교사의 역할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도 매우 비판적이다. 먼저 교사의 고유한 전문성과 역할이 무한정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습·복지·건강·진로·상담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교사가 사회복지사, 상담사, 의료인, 금융상담사, 심지어 수리 기술자의 역할까지 떠맡게 되는 상황, 혹은 그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해야 하는 상황을 예견할 수 있다. 취지가 좋다고 해도 교사 역할을 무한 확장하여 얻을 수 있는 정책 효과라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전문가다. 학생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지만,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 아니다. 학맞통의 본래 취지가 "담임교사 등 일부 교사 혼자 감당하던 학생의 어려움을 학내 구성원 간 소통을 통해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인데도, 왜 현장에서는 오히려 교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역할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는 '통합지원'이라는 개념이 '교사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의미로 왜곡되었거나, 은연중 교사의 무한 헌신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통합지원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적절한 전문 기관으로 연계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교육청의 학생맞춤통합지원센터는 이러한 연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수업 외 업무 기피’라는 오해


최근 교사들이 수업 외 업무를 기피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정책이 주목해야 할 것은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왜 현장에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본래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업무라면, 교사들이 이를 기피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와 타당성을 이해하기 힘들게 설계했거나 시행 과정에서 해당 업무가 교사 고유의 전문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불분명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정책 입안 과정에서는 '현장 적합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생과의 관계 형성, 수업 설계와 실행, 교육적 판단 등 교사의 본질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시행-피드백' 체계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교사들이 업무를 피한다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자는 이야기다. 그럴 때 학생의 성장을 위한 업무는 기피의 대상이 아닌 교육 실천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시행을 앞두고 필요한 방향 전환


이미 법이 만들어진 지 1년이 지나 바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학맞통이 본래의 취지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학생 지원 체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 분류 체계에서 학생 이해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분류하는 행정적 접근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맥락과 필요를 이해하는 교육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학맞통의 출발점은 행정 시스템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관계여야 한다.


교사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적절한 지원을 연계하는 교육 전문가다.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슈퍼맨이나 언제든 부르면 나타나는 '홍반장'이 아니다. 학맞통 우수 사례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하게 전문 자원을 연계했는가'로 제시되어야 한다.


교육청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센터는 단순한 사업 관리 기구가 아니라, 학교에서 필요할 때 즉각 응답할 수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여야 한다. 사회복지사, 상담사, 의료인, 법률가 등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학교의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상향식 운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학교가 학생의 필요를 판단하고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하면, 교육청은 그에 맞는 자원을 제공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교육청이 실적 목표를 정하고 학교에 하달하는 방식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한다. 우리는 선의에서 만들어진 법이 어떻게 현장을 왜곡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제도는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궁극적으로, 학생 지원은 법의 시행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실현된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도, 학생과 교사 사이의 신뢰, 학교 구성원 간의 협력,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학맞통이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제도가 되려면, 행정적 효율이 아니라 교육적 의미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학생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학생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제도가 현장의 저항에 부딪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제도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제도를 위해 사람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학맞통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답은 더 정교한 법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있다.



이 글은 '교육희망' 칼럼으로 실렸습니다.

https://news.eduhope.net/27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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