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이야기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

'자유전공' 진로상담 가이드

by 교실밖

나는 지금까지 기계, 수학, 컴퓨터교육, 교육과정 등 모두 네 가지 전공 분야를 공부했다. 이전과는 다른 전공을 선택할 때마다 기준이 됐던 것은 그 분야가 ‘나를 끌리게 하는가’였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라는 충고도 제법 들었지만, ‘넓고 얕게’ 공부한 덕에 공부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전공’은 평생의 업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기보다 ‘그저 그 당시에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였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전공’은 제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신철균 교수가 쓴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를 읽었다. ‘자유전공 진로상담 가이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고교 진학지도 현장과 대학 진로상담 과정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내놓으면서 많은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확대하고 있다. 연세대가 11년 만에 진리자유학부로 부활하고, 서울대가 학부대학을 신설하는 등 대학 입시 지형도 변하고 있다.


이 책은 ‘자유전공’의 개념을 짚는 것에서 출발해, 자유전공의 교육철학, 구체적인 교육과정, 학생들의 실제 경험, 합격 전략, 국내외 대학 사례까지 빠짐없이 다룬다. 진로지도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가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을 예상하고 답을 준비한 듯한 느낌이다. 저자는 자유전공이 단순히 ‘인기 학과 진입의 우회로’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성장 과정이어야 한다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철균 지음,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

인상적인 것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구체적인 학업 경로와 생활상을 담은 부분이다. 1학년 때 다양한 학문을 탐색하고, 성적이 아닌 적성과 흥미로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성장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자유전공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상상력을 제공하자는 저자의 배려와 의도가 책 전반에 촘촘하게 배어 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교육에서 자유전공이 갖는 의미에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조기 전공 선택으로 인한 진로 고착화, 문·이과 분리의 경직성, 대학 입시에서의 전략적 선택 등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들 속에서 자유전공이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들, 예컨대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 전공 진입 과정에서의 학점 경쟁, 소속감과 정체성의 혼란 등 자유전공학부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솔직하게 다룬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 책을 더욱 믿음직스럽게 만든다.


이 책은 고등학생과 학부모, 진학지도 담당 교사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아직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용기를, 자유전공을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구체적인 정보를, 진로지도를 하는 교사에게는 상담의 틀을 제공한다.


대학교육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자유전공학부가 본래의 취지인 ‘간학문적 인재 육성’을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어떤 교육 철학과 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목으로 쓴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는 독자들에게 역설적으로 들린다. 성급하게 정하지 않고, 충분히 탐색하고,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한다면 곧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용기를 내는 과정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걸어주는 안내자 같은 책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거나 전공 선택을 앞둔 대학생들, 그들과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덧붙임> 책을 쓴 신철균 교수와는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 신 교수께서 장관 보좌관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근무했던 연수원에 방문하여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분은 참 진지하고 성실하다. 그 답게 책을 아주 담백하게 썼다. 새벽에 책을 읽으면서 여러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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