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민교육

벌거벗은 힘의 시대,
‘상호의존의 윤리’를 묻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힘’이라고 가르쳐야 하나

by 교실밖

새해를 맞아 우리는 인류의 문명사적 퇴행에 가까운 소식을 접한다. 트럼프가 유엔 산하 66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것에 서명하고,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는 현실은 '힘이 곧 정의'가 되는 19세기적 약육강식의 문법이 부활했음을 알린다. 수십 년 간 인류가 공들여 쌓아온 다자주의적 신뢰와 연대의 성벽이 ‘자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책이 마약 테러리즘 척결과 역내 안보라는 ‘미국식 정의’를 명분으로 삼았다면, 이번 국제기구 무더기 탈퇴와 동맹국의 영토 위협은 그 어떤 법적·윤리적 정당성도 찾기 힘든 '적나라한 욕망의 분출'이다. 이는 다자주의적 질서를 지탱해 온 국제법적 상식과 상호 존중의 규범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또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 노선의 변화를 넘어 ‘세계시민’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기후 위기, 팬데믹, 에너지 고갈 등 현대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일국의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조 체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침몰하는 배 위에서 자기 객실의 문고리만 걸어 잠그는 ‘전략적 맹목’에 가깝다.


특히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인 주권 존중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힘에 의한 지배는 잠시 승리할 수 있을지언정,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 역사는 패권적 지배가 늘 더 깊은 저항과 분열을 낳았음을 증명해 왔다.


이 사태는 내가 10여 년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온 ‘세계시민교육’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그동안의 세계시민교육이 글로벌 이슈를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은 타자의 고통이 곧 나의 위협으로 연결되는 ‘상호의존적 존재’로서의 자각이며 '서사적 상상력'의 실천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과연 자국의 울타리를 높게 쌓는 것으로 가능한가?"


진정한 주권은 고립된 힘이 아니라, 국제 사회와의 책임 있는 연대 속에서 완성된다. 미국 지식인들이 이번 조치를 '자해적 행위'라 비판하는 이유도, 협력의 네트워크에서 스스로를 지우는 것이 결국 자국의 미래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각자도생의 논리가 아닌 ‘상호의존의 윤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국의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를 보며 내가 우려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의 방향이다. 삶에서 최소한의 규범과 윤리, 관계와 존중을 배제한다면 교육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우리는 미성숙한 교육 대상을 향해 ‘중요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힘’이라고 가르쳐야 하나. 인간은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안전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 그것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교육자의 일이다.


커버사진 https://kids.nationalgeographic.com/geography/countries/article/green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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