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
새 책 <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 AI가 채우지 못한 교육의 영토>의 실물을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지금 한창 인쇄 중일 것이다. 19일 이후에 배본 될 예정이라고 한다. 온라인 서점에 책 정보를 올린 지 이틀 만에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의 도서 분류에서 주목해야 할 신간으로 떠올랐다. 사전 구매 예약을 해주신 독자들 덕분이다. 고마움의 말씀을 전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2022년 11월 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이래 중단 없는 진화를 계속해 왔다. 감탄과 우려를 포함한 여러 의견이 있으나 현실을 말하자면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몇 가지 생각의 흐름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기술결정론적 관점이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 변화를 이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인간은 기술 진보에 적응해야 한다. 교육 역시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술의 효율성과 가능성에 주목하지만, 인간의 주체성이 기술에 종속될 위험을 간과하기 쉽다.
둘째, 기술배제론적 관점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훼손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특히 교육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개입은 학습자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한다.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기술을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일상에 깊이 스며든 기술 현실을 외면한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도구적 활용 관점이다. 인공지능을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잘 쓰면 유익하고 잘못 쓰면 해롭다는 실용적 입장을 취한다. 교육에서도 인공지능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여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어떻게 쓸 것인가'에 집중하다 보면 '왜 쓰는가', '무엇을 위해 쓰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을 놓치기 쉽다.
넷째, 인간중심 협력 관점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동반자이되, 판단과 책임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고 본다. 교육의 역할은 인공지능을 잘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과 협력하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잃지 않는 사람을 기르는 데 있다고 본다.
책을 쓰면서 내가 생각한 결말 중의 하나는 인간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능력을 확장하듯이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협력이 없다면 단순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탁월한 명령, 즉 잘 짜인 프롬프트를 만나 더욱 빼어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사실은 AI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다른 결말이 있다. 인공지능의 사용은 기존 인간 사이의 능력 격차를 한층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극은 생산성에서 큰 차이로 나타난다. 보통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은 이미 지식을 가진 자, 경험을 많이 한 자, 검증 능력이 있는 자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직업 세계의 입문기에 들어서는 사람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아직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체화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활용이 힘들다. 그러나 지식과 경험이 충분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결과물을 어떻게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지 안다. 그래서 신입사원 열 명의 몫을 하는 인공지능과 경력자가 결합하는 형태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청년 세대가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질문에 답하지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좋은 질문은 풍부한 지식과 깊은 성찰에서 나온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이 길러야 할 힘은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힘, 그리고 그 답을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배움의 주체는 사람이고, 삶의 의미를 묻는 것도 사람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을 때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으며,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교육은 바로 그 물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내가 <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라는 책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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