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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Aug 02. 2019

한일관계와 시민사회

파국적 결과와 동북아 질서의 재구축 사이에서 시민사회의 역할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상호의존적 이웃'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동북아 미래를 가져온다.  지금 일본은 전쟁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자국 내 혐한 정서를 이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에 경제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 보복조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이미 한국의 경제 사이즈 역시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져있다. 그리고 상대를 타격하면서 생기는 반작용은 그들에게도 충분히 충격을 줄 정도이다.


IMF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경제규모는 4조 9천억 달러로 세계 3위였다. 한국은 1조 6천억 달러로 세계 11위권인데, 이는 일본의 약 1/3 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의 경우 한국이 3만 2천 달러, 일본이 4만 1천 달러로 3 : 4 정도로 비교된다. 일본이 23위, 한국이 29위 정도가 된다. 이 같은 지표는 양국이 상호의존적으로 관계를 맺느냐, 적대적 관계가 되느냐에 따라 분쟁 당사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질서를 흔드는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 같은 수치 비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두 나라의 현주소와 이후 파장에 대한 오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 예를 들어 보았다.


좀 더 다른 결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보면, 국가를 상부구조로 하고 경제를 토대로 보는 전통적 담론 사이에 끼어든 것이 시민사회다. 그람시는 이 시민사회의 존재와 영향력을 높게 보았다. 이것이 헤게모니론이다. 한국이 욕망으로 들끓는 사회라고 하나 보기 드물게 시민사회를 성장시켜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권력이 일탈하면 시민사회는 이를 용인하지 않고 재조정하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역사를 통해 누적해온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아베 집권 이후 시민사회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군국주의 부활을 노리는 국가권력을 견제할 시민사회가 기능하지 못하니 오늘과 같은 비상식적 사태가 벌어진다. 한국의 입장에서 답답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만약 한국에서 국가권력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다면 바로 시민사회가 들고일어날 텐데 일본은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언론도 거의 아베 편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한마디로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독주하는 형국인데 이는 국가의 민주적 기능을  매우 위험하고 취약한 상태로 빠뜨린다.


현대국가에서 시민사회가 가진 견제와 조정력은 그 국가의 또 다른 힘을 상징한다. 일본은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개별화된 개인과 통제불능의 국가 사이에 놓일 시민사회를 상실한 상태로 보인다. 파국 직전의 상황을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은 경제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일본 사회의 시민적 동력의 문제다.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아울러 일본 불매운동은 격화할 것이다. 일본 또한 수출길이 막히고 관계 악화에 따른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양국은 소모적 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아마도 일본은 예전의 한국만 생각하고 한국 쪽에서 먼저 백기를 들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위에서 비교해 보았듯이 지금 한국은 국가총생산 11위권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로 입는 손해만큼은 상대에게 타격을 가할 능력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도 그 이상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나는, 이렇듯 외부의 적을 향하여 시민들의 단결된 의지와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경험이 우리의 시민성을 더욱 고양하는 계기로 작용해야지 배타성을 키우거나, 민족감정을 부추기거나 하는 쪽으로 퇴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가 성숙한 시민성을 보여줄 때만 일본의 시민사회도 움직일 것이라 본다.


한편, 그렇다고 오로지 정치적,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서 어설픈 타협을 기대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 문제는 역사와 정치, 경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나타나는, 풀어야 할 과제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태가 동북아 질서를 재구축하는 계기가 될지, 양국 모두 파국적 결과 속으로 밀어 넣을지는, 이에 대처하는 시민적 역량에서 비롯한다고 믿는다. 국가가 주도하고 시민사회가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성을 낳는다. 두 나라도 시험대 위에 올라서 있지만, 시민사회 역시 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asia.nikk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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