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처에 칩거 중인 나를 바다로 이끈 것은 저기 잠들어 있는 친구였다
오늘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것처럼 잠들었으나 여지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친구의 해양장을 치른 23번 부표 주변엔 갈매기가 활기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숨지기 전 몇 년 간 연락 없이 지냈다. 그때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음을 어제 확인했다. 친구들은 회한에 빠져 미안해했지만, 그 모든 마음은 추모배에서 틀어주는 장송곡에 실려 바다 저편 허공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10킬로 이상 체중이 빠져 나타난 나에게 친구들은 건강 잘 살피라고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었다. 추모를 마치고 들어간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섯 중 한 명이 침묵을 깼다. "이 와중에 밥은 맛이 있구나." 그 말을 듣고 모두 어색하게 웃었다.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고 시간은 무심하게 흐른다.
어제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유골을 바다에 뿌렸다는 전언도 낯설었다. 해양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추모를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서식처에 칩거 중인 나를 바다로 이끈 것은 저기 어드메쯤 잠들어 있는 친구다. 더는 고통 없는 곳에서 안식을 찾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