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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19. 2024

탄핵 이후 국가 교육 거버넌스 재편 방향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및 교육감의 역할 제안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안을 기초로 통과된 국교위법은 위원 구성에 있어 대통령의 추천권을 과도하게 설정하여(21인 중 5인) 정부의 성격에 따라 교육정책이 종속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실패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국교위의 위원 구성 조항은 국가 교육정책의 핵심 권한을 윤석열 정부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작용하였다.

현재까지 국교위 운영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국민참여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 10년 단위의 교육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중장기적인 교육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합당한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국교위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고, 교육부의 권한을 더욱 크게 유지시켜 주었다. 그에 따라 주요 정책 어젠다의 수립과 집행을 교육부가 유지, 강화하고 국교위는 존재감을 상실하였다.  


현재 국교위는 실질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부와의 역할 분담도 모호하고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애초 설립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교육 정책의 안정성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 교육부는 국교위가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할 굵직한 정책을 정부가 가진 집행력에 실어 과감하게 실행했다. 디지털 교육전환, 유보통합 등 영유아 보육/교육 글로컬대학, 늘봄학교, 교육발전특구 등 현장의 저항을 부르고 있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2024년 말 현재 정치 지형은 급속하게 불확실성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논리에 포획된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을 자초하였다.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에 무장 병력을 투입하는 무모한 결정은 대통령이 얼마나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대로라면 헌법재판소는 내년 봄 어느 때에 탄핵 인용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정부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앞으로 1년 안에 펼쳐질 교육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교육 거버넌스의 재편과 주요 국가 교육정책도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분이 그토록 즐겨 썼던 '상식과 원칙'에 기초하여 앞으로 교육 거버넌스의 재편 방향을 고민해 보자.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사실상 국가 교육 거버넌스의 중심이다. 새로운 교육적 요구에 따라 세 기관을 각자의 고유한 역할에 따라 재편하여야 한다. 국교위는 정책 결정권을 확대하고 교육부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여 독립적인 기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적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시대적 요구인 교육 불평등 해소와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중간평가를 통해 국교위 설립 법안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조항을 개정하여 독립적 위상을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위상을 주자면서 대통령과 국회가 이러한 비율로 위원 추천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교위의 재편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토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취지대로 하자면서 취지와 동떨어지는 방책을 내어 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교육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국교위 출범 이후 교육부의 역할이었다. 학교 현장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교과서 정책을 비롯한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 역할을 축소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축소보다는 재설정이 필요한 단계라고 본다. 자칫 지나친 기구 축소로 예산 확보마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다.  주요 교육정책의 결정은 국교위가, 예산확보와 집행/지원은 교육부가, 실질적 정책 실행은 시도교육청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정책의 동시 집행으로 인한 혼선을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중간 점검을 통하여 경중완급을 가려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책의 폐기, 유보, 수정을 통해 학교 현장의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감은 각 시도의 다양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가 교육정책의 어젠다를 수립하고 이를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하여야 한다. 특히 학교 자율성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학교교육을 대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감들은 각 시도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 국가 교육정책의 주요 리더로 인식하고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교육감 직선제 등 교육자치의 도입 이후 시도의 교육정책 역시 교육감의 정책방향과 시도의 제 세력 간의 개입이 섞이는 국면이 반복되고 있다. 학교를 중심에 놓지 않고, 정책 변수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왜곡된 흐름 역시 선출직 교육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변동성이 큰 시기에 어떻게 제 세력 간 갈등을 조정하고 학교 중심의 교육정책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교육감들은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무모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에 헌재의 인용과 대통령 선거의 실시, 이에 따라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고 해서 교육정책과 그 실행도 획기적으로 변화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의 교육정책이 단지 사람의 문제가 아닌 5.31 교육개혁안 이후 30년 동안 강화되어 온 '시장주의적 교육질서'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새로 뽑고 국가 교육 거버넌스를 모조리 새로운 사람으로 채운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교육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그동안 경험에서 익히 알고 있다. 나아가 정책 결정자는 '추상적 교육 공공성'을 강조하고, '수요자는 욕구 실현의 수단으로 교육을 생각하는' 고착화한 풍경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한국 교육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교육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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