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better
오랜만에 몸에 글자를 새겼다.
even better. 풀이하면 "오히려 좋아, 차라리 잘됐다, 더 낫다" 정도의 의미이다.
이젠 지나간 고민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한글이 더 이쁜 것 같기도.
각설하고.
이 문구를 새긴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나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변수와 변화, 그리고 반전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게
나를 똑바로 잡아주기 위한 말이였고.
또 하나는 그런 순간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30여 년의 인생에서 굴곡은 늘 있어왔다.
그렇다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하는 류의 굴곡은 아니지만
사연 있는 여느 집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 태어나 많은 사연을 경험하며 자랐다.
어릴 때 나는 매번 그 타이밍이 찾아오면 와르르 눈물을 쏟아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혼자 버텨냈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잊어보려 오랜 시간 잠을 자보기도, 먹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도 해 봤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누구나 본인이 감당할 정도의 시련이 주어진다는데, 나는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답은 너무나도 YES.
힘들지만 죽을 것 같지 않았고, 어렵지만 해결 못할 것 같지 않았다.
복잡하고도 답이 없는 인생에서 올바른 길,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적어도 '저 사람은 저렇게 됐는데, 난 뭐 했지?'라는 후회 따위는 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때부터였나.
even better, 오히려 좋다는 이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시련이라면
더 감사한 마음으로 즐겨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썩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오히려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