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째 주 수요예술회
전시명 :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장소 : 석파정 서울미술관
기간 : ~2021. 2. 14
갈 때마다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부터 드는 부암동. 자하문 터널을 지나면 있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에 방문했다. 제일 먼저 석파정부터 가본다. 건물을 통해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인왕산이 보이고 또 다른 쪽에는 한양도성길이 보이는 이 곳,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이 임시 거처로 사용했던 곳이다.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 - 석파정
흥선대원군이 탐을 내어 결국 손에 넣었다는 일화만큼이나 호젓한 분위기와 아늑한 느낌이 너무 좋은 곳, 봄이 되면 또 와봐야겠다.
어쩌면 코로나는 우리의 '거리두기' 혹은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 외롭게 되는 길'을 조금 당겨주고, 세상에 드러내어 준 것일 수 있다.
유독 이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 선택한 이번 전시는 도시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 출신의 사회학자인 게오르그 짐멜은 그의 글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서 외롭고 고립된 개인, 강한 사회적 유대를 상실한 장소로 거대 도시의 문화를 이야기했다. 태어날 때부터 도시와 함께 살아온 새로운 세대들에게 도시란 외로움과 자유의 성질을 갖고 있는 곳, 도시에 대한 향수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는 전시,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아름답게 빛나는 청춘의 순간을 '핑크빛'이라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표현한 이 시대 청춘들의 핑크빛 현실.
햇살의 움직임만 있는 텅 빈 농구코트, 쓸쓸해 보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품
영화감독 Kerith Lemon의 A Social Life, SNS에 중독된 20대 여성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2015년 작품이라 2021년을 살고 있는 지금 모두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그저 끄덕끄덕 거리며 본 영상작품이다.
아스팔트에 고인 물 위로 비치는 율동감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우리를 끝없이 자극하며 동시에 알 수 없는 평온함을 안겨줍니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사물 혹은 사람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데 작품에 대한 설명이 새롭게 와 닿는 작품이었다.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보면 판타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 역시 스토리가 주는 힘을 느낀다.
정소윤 작가는 재봉틀로 실을 엮으며 가족과 사람들을 추모하며 동시에 복원한다.
가족 때문에 대학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많았다던 작가의 아픔과 고통을 작품을 통해 따뜻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관심이 생겨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니 인물뿐만 아니라 풍경을 표현한 작품도 안아주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밀집되어 있는 도시의 삶을 코로나 전, 후로 표현한 작품. 동판화 작품이라 부재의 표현이 자유로운 것 같다. 또 다른 시대가 오면 얼마나 많은 부재가 생기게 될지?
순지에 채색하여 아련하게 오후의 그림자를 표현했다. 오후의 시간, 그 찰나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일상의 시각이 유독 따뜻하게 다가왔다.
또 다른 시각의 빛의 그림자.
반려견과의 정서적인 연대를 생각했을 때 반려견은 사람보다 더 큰 존재라는 생각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판타지적으로 이야기를 풀었지만 극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그 감정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올해 1월 작고하신 김창열 작가의 작품 (해당 전시와는 관련 없이 미술관 소장으로 있는 것 같다.)
한지에 번지는 수묵채색의 매력
다음 전시의 맛보기를 보여주는 섹션.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전시가 기획 중인 것 같다.
3층 미술관 소장품 전시
사진보다 더 진짜 같은 극사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사임당의 친정 오죽헌 뜰에 핀 꽃과 나비, 방아깨비 등을 그린 초충도를 신사임당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우리에겐 5만 원권의 인물로,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더 알려져 있는 신사임당은 당대에는 천재화가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화가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화가 신인선'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 500년 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석파정은 조선왕조가 망하고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왕족 소유에서 민간 소유가 되어 고아원, 병원 등으로 사용되다 유니온약품 그룹 안병광 회장이 인수하면서 석파정 서울미술관으로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문화재인 석파정과 개인 미술관이 어떻게 같이 운영되는 건지, 개인 미술관 이름이 서울미술관인 게 의아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놀랍고 무엇보다 정말 부럽다.
BK 한줄평
다양한 작품에 비해 큐레이팅이 좀 아쉽지만, 석파정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