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께밭 Mar 21. 2019

타지마할을 보다

생일 선물



1250루피(약 22000원). 인도의 물가를 반영하면, 정말 어마 무시한 돈을 입장료로 지불했다. 하루치 방값이 200~300루피였으니, 약 5일 치의 숙박료를 한 번에 지불한 셈이었다. 인도에서 쓴 돈 중 가장 큰돈이었지만, 인도의 랜드 마크를 안 보고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릴없이 돈을 지불했다. 비싼 입장료를 내서인지 생수 한병도 함께 주더라.


실제로 마주한 타지마할은 상상보다 더 웅장하고 더 새하얗고, 과연 아름다웠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은 아내 뭄타즈 마할를 잃고, 아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기로 했다. 시공 기간만 22년. 그 오랜 기간 동안 타인의 노동력으로 사랑하는 이의 무덤을 건축했다 하니, 아름다운 순애보라고 칭하기엔 이 순백을 거쳤을 무수한 검은손들이 떠올라 씁쓰름했다.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하는 인도 아저씨들이 있어,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사진을 부탁했다. 하지만 인도 아저씨들의 사진 철학은 나를 당혹게 했다.


수평은 당연히 맞지 않아 타지마할은 기울어져 있었고, 오로지 나만이 피사체라 타지마할은 병풍이 되어버린 사진. 지금 보니 이것도 이것 나름 웃기고 재밌다만, 적어도 타지마할에서는 1250루피에 버금가는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오로지 나를 찍어주고 싶었던 인도 아저씨의 사진 철학...


히잡을 쓰고 있는 한 소녀에게 사진을 다시 부탁했다. 날 보고 혼자 배낭여행을 온 것이냐며 멋대단하다 말해준 이 말레이시아 소녀는 포즈까지 수정해주면서 내게 아주 멋진 인생 사진을 남겨주었다.      


진짜 생일 선물은 이 사진


이 날은 마침 내 음력 생일이라, 눈부신 타지마할은 나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덤으로 이 날 물갈이 설사도 함께 선물 받은 것은 후문..

매거진의 이전글 기차에서 행복을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