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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밭 Mar 19. 2019

기차에서 행복을 만나다.

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


바라나시에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떠나는 날. 고작 나흘 만에 푹 빠져버린 바라나시를 두고 떠나려니, 짐짓 아련하고 아쉬웠다. 반드시 이곳에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고, 기차에 올라탔다.

      

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 향하는 기차의 이동 시간은 장장 14시간 정도. 장거리 기차이기에 누워서 잘 수 있는 슬리핑 좌석을 예매했다. 나름 보송한 이불과 베개도 준다.      

기차를 탈 땐 항상 upper칸을 예매했다. upper 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ㅎㅎ


저녁 9시쯤 되면 모두 이부자리를 만들어 잘 준비를 하고, 불을 끈다. 기차는 거대한 요람처럼 모두를 재우고 밤을 달렸다.      


아침이 밝아오면 도시락과 물을 파는 상인들이 기차 안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빠니 빠니 빠니-”

“짜이 짜이 짜이-”

*빠니=물, 짜이=인도식 밀크티     


그 소리에 잠을 깨우고 일어나 얼굴을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자고 일어나 보니, 옆자리에 인도 여자와 그녀의 딸인 꼬마 아이가 앉아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인도 아이들은 참 예쁘다. 그들의 눈은 갠지스강을 닮았다. 맑고 반짝거려 계속 응시하게 돼 '예쁘다'란 생각을 제하고 다른 생각은 잠들게 하는 힘이 있다.


꼬마의 이름은 ‘쿠시’였다. 행복이란 뜻이란다.      


쿠시는 내가 신기한지 계속 날 쳐다보았다. 나도 네가 신기해 계속 쳐다보았다. 손을 흔들며 나마스떼-라 인사하면, 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네 엄마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벌써 내 또래가 누군가의 어머니라니, 동갑이래도 그녀 앞에선 난 한없이 어린 철부지 같았다. 나도 아직 너처럼 품 안의 아이라, 네 엄마보다 네가 더 친구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모사: 인도의 길거리 음식, 튀긴 만두 같은 음식이다.

네 엄마와 아빠는 내게 참 친절했다. 인도의 간식인 사모사도 내게 선뜻 건네주었다. 여행자 설사를 앓을까 봐 길거리 음식은 절대 금기시했지만, 그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어본 사모사였다. 네 가족이 아니었다면, 맛보지 못했을 인도의 분식이라 더 특별했다.



행복이 뭐 멀리 있을까. 좁은 기차 칸에서도 쿠시 너를, ‘행복’을 만나게 되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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