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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밭 Mar 11. 2019

사막에서 별을 꿈꾸다.

인도-자이살메르

1. 인도 사막에서 별을 보다


  중학생 때, 체육 선생님께서는 인도 사막에서 별을 보고 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월식으로 달빛이 거의 없던 사막의 별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절경이었다며.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막에서 별을 보겠단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


자이살메르 쿠리 사막



그 소원을 이루는 날이 왔다.

인도를 찾은 것은 갠지스 강도 있었지만, 중학생 시절 막연히 꿈꾸었던, 사막에서 별 보는 것을 이루기 위함도 있었다. 별을 보기 위해 찾은 사막 도시 자이살메르는, 사막의 황량한 모래빛이 아닌 황금빛 도시라고 불리고 있었다.


오로지 별을 위해, 그 날의 달 모양까지 계산해 날짜를 맞추어 자이살메르를 찾았다. 별 보기에 아주 좋은 초승달이 뜨는 날이었다. 나를 포함한 6명의 여행자들은 팀을 꾸려 사막으로 향했다. 우리들은 각자의 이름도 나이도 인도를 찾은 이유들도 모두 달랐지만, 자이살메르 사막을 찾은 이유는 모두 같았다. 밤하늘의 별이었다. 


그렇게 같은 이유를 품고 우리는 사막의 땅을 밟았다. 낙타를 타고 도착한 사막 마른풀들과 모래, 그리고 작은 초소 같은 아지트뿐이었다.

분명 출발할 땐 날씨가 맑았는데...


아지트에 짐을 풀고 사막을 구경하고 있던 때에, 점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쾌청했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흐려졌다.


우리는 설마를 외쳤지만, 무심히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비바람은 세차게 몰아쳤다. 온통 모래뿐인 사막 한가운데에서의 비바람은 모래까지 섞여서 매섭고 따가웠다. 우리는 모두 이불을 뒤집어쓰고 비바람을 피했다.

비가 오는 데도 신났다ㅎㅎ



설상가상으로 천둥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 천둥과 번개를 가릴 그 무엇도 사막에는 없었다. 지극히 선명하게 보이는 보랏빛 번개는 어쩌면 별보다 절경이었을 터. 카메라도 담아내지 못하는 번쩍이는 빛무리는 사막에 온 이유조차 잊게 만들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려서 생각해보니,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라니? 이곳은 비가 오지 않아 사막이 된 것이 아니었나?

물음에 대한 답 대신, 우리는 사정없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았다.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어처구니없어서, 별을 못 보면 어떠하랴 사막에서 별을 보는 것보다 비를 만나는 것이 더 귀한 일이다 라며 모두가 웃음을 터트리며 그 상황을 즐겼다. 점차 비바람은 물러났지만, 먹구름이 가득해 별은 보이질 않았다.

먹구름이 가득해도 즐거운 우리들


그런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는지, 우리를 이끌어준 가이드들은 모닥불을 피우곤, 그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 난리를 함께 겪어서인지 전우애(?) 따위가 생긴 것처럼, 모두 낯설지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라는 것 또한 배웠다.  

    

주애 대현 수정 은희 수연과 함께한 사막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밤이 깊어가더니, 갑작스레 가이드가 소리를 질렀다.


The star is coming!



고개를 드니, 비바람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는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하늘에 펼쳐졌다. 오히려 빗물에 씻겨나간 하늘이라 더 쾌청이 빛났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중학때부터 막연히 꿈꾸어 오던 순간을 맞닥뜨리니, 오히려 허무할 정도로 먹먹했다.



2. 꿈



나는 원래 꿈이란 너무도 소중한 것이라,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삶의 희망 따위라 여겼다. 그래서 꿈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조심히 여겼다. 가볍고 사소한 소망 따위를 꿈이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이 있었다.


사실은 두려웠던 건 아닐까. '꿈'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라며, 꿈꾸기를 쉬이 여기지 않는 스스로를 대단히 여기고 그렇게 자위하며, 꿈꾸는 것을 회피했던 건 아닐까. 꿈이 실현되지 못할까 봐, 혹은 그렇게 대단히 여긴 꿈이 별 볼 일 없을까 봐, 차라리 품으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겁쟁이 아니였을까.


오랜 소원이었던 사막에서 별보기를 실현하고 나니, 꿈이란 것이 별 게 아니란 걸 알았다. 그 꿈 안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저 사소하고 소박한 것에 그칠 수도 있다. 꿈은 그렇게 대단한 판도라가 아니라는 걸, 사막은 그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더 많은 꿈을 꾸기로 했다.


 

사실 이루어질지 몰랐던, 사막에서 별을 보겠단 꿈. 막상 그 꿈을 실현했지만 내가 상상했던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 순 없었다. 그럼 뭐 어떠하랴. 이 날도 수많은 별을 보았고, 다시 별을 본다면 이 날의 추억이 떠오를 것인데. 별 볼 일 있는 날이었고, 별 볼 일 있는 꿈이었다.



그리곤 나는 이제 은하수를 보겠단 꿈을 새롭게 꾸기로 했다.

(은하수 이야기는 모로코 사하라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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