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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밭 Apr 05. 2019

상한론 야외수업


학교 농장에서 키우는 개들이 새끼를 낳았단다.

교수님께선 봄 날씨도 좋은데 꽃도 보고 강아지도 보고 오자며 수업을 내려놓으시곤 밖으로 우릴 이끄셨다.


교수님께선 양명병을 더 잘 아는 것보다 목(木)의 기운을 실제로 느끼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 말씀하셨고, 우리는 정말 학교 농장으로 향했다.


햇볕은 따뜻했고, 학교 곳곳에는 나도 모르는 새에 꽃들이 무성히 펴있었다.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까지.


잘 가꾸어진 본초 밭


학교 농장에는 본초 밭도 꾸려져 있었다. 단단한 땅을 뚫곤 머리를 내밀고 있는 본초들을 보니, 실로 목(木)의 기운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교수님께선 오늘 하루 느낀 봄의 기운을 시나 그림으로 표현해오라고 과제를 내주셨다.

이 특별한 수업에서의 특별한 과제를 특별히 해내고 싶어 시험공부를 미루고 시를 적는다.




木  春 靑 發散 酸 風 ...

木氣의 특성과 더불어 다채롭던 靑赤黃白黑 의 五行 빛깔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시는 오행 이론을 작위적으로 표현해낸 것일지 몰라도, 이를 위한 이론은 옛 선조들의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선행된 것이기에 전율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봄을 즐기고 느꼈을게다. 그 감동을 꾸어 글에 담아본다.





개들도 저들의 젖먹이를 낳았고
나무도 저들의 꽃을 피워냈고
단단한 땅을 뚫고
작약도 고개를 내밀었다.

이 모든 게 발산(發散)하는 목(木)의 기운이라,
파란 하늘 아래
붉은 매화도 노란 산수유도 새하얀 목련도
그리고 까만 털의 강아지들도
결국 모두 푸르르다.

바람은 이미 이렇게 생(生)을 깨웠다.
어쩌면 웅크려 봄을 놓친 건
나뿐인 건 아닐까

시큼한 냄새가 난다.
봄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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