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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미스터리에서, 참신성과 개연성은 공존할 수 없는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by 평일 weekdays



안녕하세요. 게임이 세상을 구한다! [평일]입니다.

문득 지인분들과 진대하다가… 스토리 기반의 게임 장르, 특히 머더미스터리나 크라임씬에서의 창작자들은 참 고충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특한 기믹과 놀라운 반전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몰입도 높은 서사를 완성해야 한다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니까요.

또 소설책처럼 혼자 읽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플레이하니 창작자의 기획의도가 왜곡되기도 너무 쉽구요.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바는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달라질 소지가 있고, 한번 플레이하면 리플레이가 불가능하니 타 게임 장르처럼 반복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저였다면, 어디에 기준점을 두고 게임을 만들어야 하나 참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게임 창작자로서 고민한 내용, 주변의 여러 지인과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1] 스토리 장르 게임에서 “참신함”이란 곧 기믹 또는 독특한 시스템의 도입을 의미함. 하지만 개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치밀한 설정과 서사 연결고리가 필수이기에 충돌이 잦음.



[2] 반면, 개연성 높은 스토리는 흔히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기 쉬움. 경험 많은 플레이어에게는 참신함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음.



[3] 이 두 요소가 과연 반대극점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건지 고민해보게 됨.



"한 번의 게임 경험 안에서 '와우 포인트'와 '탄탄한 이야기' 모두 얻을 수는 없을까?"



[4] 추리와 서사를 동시에 잡았다는 명작들도 결과적으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기도 함. 누군가에게는 올타임 레전드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작품임.



[5] 스토리 장르 게임 특성상 '개연성'이 '참신함' 보다 중요하다는 평이 많음. 문제는 플레이어마다 그 기준이 다 다르다는 것. 같은 작품도 사람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짐.



[6] 스토리 장르는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완벽한 만족감을 줌. 근데 누구 한 명이 정보를 말하지 않거나, 특정 단서가 공개되지 않는 등 변수를 만나면 의도한 재미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움.



[7] 완벽한 설계를 했다 해도, 창작자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 수 밖에 없음. 그래서 같은 게임을 플레이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곤 함.



[8] 근데 참 묘한 건, 이미 결말을 아는데도 한 작품의 다양한 플레이 양상을 보고 싶어 다른 파티의 플레이도 찾아보게 된다는 것임. 즉, 이 예측불가능성은 곧 자유도로 치환되고, 장르의 묘미이자 마성의 매력을 만들어주고 있음.



[9] 그러면 이제 창작자에게는 지옥문이 열림.



[10] 자유도를 높이면서 개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섬세한 유도와 치밀한 검증이 필수임. 근데 또 아예 창작자가 설계한대로'만' 흘러가는 것도 유저들이 싫어함.



[11] '선택권이 없다'는 느낌을 플레이어가 받는 순간,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



"그럼 스토리 장르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12] 심리·정치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마인드 장르(더지니어스류)는 바뀌는 전황에 따라 전략을 잘 짜는게 중요함. 반면 스토리 장르는 서사를 읽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등, 플레이하는 데 '공이 더 많이 들어' 호불호가 더욱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보임.



[13] 호불호가 갈리는 첫번째 유형은 엔딩 형태임. 어떤 것은 '열린 결말' 방식으로 자유도를 극대화하고, 반대로 '닫힌 결말'로 모든 흐름을 작가 의도대로 이끌어가기도 함.



[14] 두번째 유형은 범인 검거의 중요도임. 대부분 시나리오에 범인이 있는데, 이 때도 범인이 반드시 잡히도록 설계하고(중요하지 않고) 그 외 플레이 목적을 강화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범인이 잡히기 어렵게 설계해 추리 자체를 재미로 내세운 경우가 있음.



[15] 이게 또 고이다보니, 결국 모든 플레이어가 범죄에 가담했었고 실제 누구의 막타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밝혀야하는 특이점까지 옴.(이건 개인적으로 불호. 그냥 찍기 게임이 돼서 그전까지 했던 플레이가 무의미해짐.)



[16] 이 상황에서 깨달은 팩트는, 스토리 장르를 즐기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임. [범인 검거]가 중요한 사람도 있고, [서사 몰입]이 우선인 사람도 있으며, [롤플레잉]이나 [개인 미션 달성]에 즐거움을 느끼는 플레이어도 있음.



[17] 이러한 성향이 한 게임 안에 섞이면, 누구는 대단히 재밌다고 느끼고 누구는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하게 됨.



[18] 결국 이제 창작자가 장르를 분석하고 어느 요소를 우선순위에 두고 기획할지 분명히 해야하는 시점이 온 것 같음.



[19] 스토리 장르, 머더미스터리라는 대분류도 음악이나 영화처럼 점점 세분화되어야함.



[20] 특정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정밀하게 겨냥한 작품들이 그 차별점을 드러내며 판매를 해야함. 그리고 유저가 그 차별점을 인지하고 구매해야 함.



"공포영화를 보러가서, 영화가 무서웠다며 실망하는 사람은 없다."



[21] 최근에는 어디서나 통용되는 '범인 찾기' 공식을 따르지 않는, 아웃라이어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어서 좋음. 각기 다른 유저의 취향을 고려한 유니크한 시나리오가 더욱 많아져야 함.





좋아하는 주제로 글 쓰는 건 참 재밌네요.

어느 정도 내본 결론이 어떠신가요?

이와 별개로 “나는 그럼 이 씬에 어떻게 기여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레이어가 하나의 작품안에서 ‘와우 포인트’와 ‘탄탄한 이야기’ 모두 얻을 수 있도록, ‘창작자’를 돕고 싶어요.

보드게임카페, 동호회 운영부터 출판, 수출까지 해본 경험을 살려볼게요. 인사이트 가득한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게임 테스터풀, 보석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은 인스타로 DM주세요!)

다음에 또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뵐게요! 글 열심히 쓸 수 있게 당근과 채찍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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