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열두달>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2016년, 서른의 열두달
작년 10월 31일, 아테네의 오래된 빌라에서 팔라펠을 먹고 있었다. 채식주의자였던 호스트 덕분에 아테네 인근의 맛있는 팔라펠 레스토랑을 대부분 섭렵했기 때문이다. 그 날 들른 식당의 팔라펠은 가격도 저렴하고 주인이 아주 친절해 유달리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날, <서른의 열두달>이 브런치북 프로젝트#3에서 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0월 31일이면 할로윈보다 먼저 아테네의 팔라펠이 떠오를 수밖에.
올해 10월 31일에도 물어물어 찾아간 식당에서 팔라펠을 먹었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행운이 따른 시간이었다. 한참 부족한 나의 글을 애정으로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 그의 일상에 작은 진동이라도 일게 할 수 있다는 것. 모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언제나 내 글을 기다리고, 읽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매사 안절부절못하는 소심한 성격 탓에 수도 없이 실패했다. 부디 너무 늦은 인사나마 따뜻하게 받아주시길 바란다.
2017년, 여행을 떠나야 해 서른의 되었을 땐
브런치북에서 수상한 이후에도 꾸준히 <서른의 열두달>에 글을 올렸다. 12개월 동안의 이야기들을 월 별로 올리다 보니, 부득이하게 브런치에 담지 못한 글들도 많았다. 그 글들을 모으고 여행 사진을 정리하여,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출간 준비를 시작했다. 작게나마 출간을 준비하며 기존의 매거진 제목이었던 <서른의 열두달>이 <여행을 떠나야해, 서른이 되었을땐>으로 변화되었다.
[ 텀블벅 펀딩 주소: https://www.tumblbug.com/weekdaytraveler ]
소규모 펀딩을 통해 출판을 시도하는 만큼, 책의 모든 부분을 직접 만졌다. 어설프지만 직접 쓰고, 찍고, 디자인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고, 미련 없이 마쳤다. <서른의 열두달> 매거진에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아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이 출간 소식이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가장 먼저 이곳에 소식을 전해 본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대부분 혼란하고 순서 없는 시간들이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서른 즈음을 여행하며 마주한 1년 동안의 사건, 별 탈 없고 별 일 없는 일상의 수면에 파문을 만들기 위해 돌을 던지고 이리저리 들이받으며 보낸 1년 간의 사고. 이 책에는 그런 사건과 사고들이 있다. 정답 대신 질문이 담겼다. 목적 대신 과정을, 행복 대신 불행을 채웠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느 서른의 열두달이 고스란히 적혔다.
브런치에 있는 독자들, 곧 서른을 앞둔 친구, 그저 바쁘게 살다가 그즈음을 지나쳐 버린 누군가가, 이 글을 통해 세상 끝 어느 모퉁이에 숨어 있던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면, 그것으로 족하겠다. 감히 그런 책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