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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오일여행자 Jul 08. 2019

[출간] 부칠 짐은 없습니다

feat. 배낭없이 배낭여행 

오랜만입니다. 새 글 알림을 보시고 ‘내가 이런 사람을 구독하고 있었나’ 깜짝 놀라신 분도 계시겠죠? 인사를 전한 지 그만큼 오래인가 봅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요. 프라이탁 가방에 몇 가지 물건만 넣고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배낭없이 배낭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위클리매거진에 연재했던 오랜 여행 이야기죠.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무거운 배낭이 지긋지긋해서, 물건 정리하는 데 영 재주가 없어서, 그저 재미 삼아 시작한 여행이 200일을 넘겼습니다. 


가볍게 여행하면서 앞으로의 여행법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반성했습니다. 무거운 배낭, 불필요한 물건에서 시작한 고민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질문, 꼭 지키고 싶은 삶의 가치로 조금씩 커져갔습니다. 그 이야기가 <부칠 짐은 없습니다>라는 이름으로 7월, 출간되었어요.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사실 책을 계약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마치고 대략 1년 1개월 만에 책이 나왔으니까요. 처음에는 정말 책이 나오는 건지, 진짜 계약이 된 건지 의아한 마음이었습니다. 믿기지가 않았거든요. 하지만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마지막 3개월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대체 왜 책을 낸다고 했을까. 나의 무지와 무뢰가 배추흰나비처럼 박제되는 일이었는데, 내가 뭘 몰라도 한참 몰랐구나.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누구라도 붙잡고 용서를 구하고픈 심정이었습니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다는 게, 용서를 빌어야 할 만큼 괴팍한 잘못으로 여겨졌거든요. (잘못이라니, 얄팍하네요. 죄라고 하겠습니다.)


표지가 나오고 인쇄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편집자님께 전화를 걸고 싶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전부 다 취소할 순 없겠죠? 계약을 없던 일로 할 순 없을까요? 위약금이 얼마인가요?’ 그냥 다 엎어버리고만 싶고, 세상에서 딱 사라지고 싶고. 마음이 온통 진창이었습니다. 구겨진 종이처럼 엉망이었어요. 이렇게 괴로운 일인 줄 알았으면 다음 책 계약도 하지 않는 건데 말이죠. (죄가 확실합니다.)


지금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떨고 사소한 사건에도 걱정부터 앞서는 조연 타입이라, 제가 주인공인 일에는 영 서툴고 겁만 나거든요. 그래서 출간 소식을 전하기까지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리 늦어졌네요. 그럼에도, 약속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젠 정말 빠져나갈 구멍도 없고, 이 책은 더 이상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까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 순간 다정한 K (K가 아니었다면 여행도, 글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을 겁니다), 어설픈 글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긴 시간 고생하신 편집자님, 제 글보다 더 훌륭한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작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을 위한 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나긴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매하시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만, 부디 넓은 마음으로, 꼭 마지막까지 읽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고, 매일 실수를 주워 담으며 사니까요. 


책에서 발견하신 부족은 전부 제 탓이고, 책을 읽으며 어느 구절에 공감하셨거나 마음에 담고 싶은 순간을 발견하셨다면, 그것은 전부 책을 만들기 위해 애써주신 여러분들의 수고입니다. 부디 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책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말] 

출간 소식을 알리는 브런치 글과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추첨을 통해 다섯 분에게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책을 읽은 후의 소감을 공유해주신 세 분께는 직접 준비한 선물도 드릴 예정이에요. #부칠짐은없습니다 혹은 @weekdaytraveler를 태그하여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간단한 후기를 올려주세요.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브런치 구독자 분들은 번거로우시겠지만, weekdaytraveler@naver.com로 메일을 주셔도 좋습니다.) 


준비한 선물은 책에 등장하는 물건 중 하나이자 ‘7월'과 관련이 있습니다. 선물의 정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곧 공개할게요. 마지막으로, 본 책은 재생종이에 인쇄되었습니다. 투박한 질감에, 요즘 책답지 않은 색깔이지만, 책을 다 읽으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선물에 대한 힌트이기도 합니다!) 


한 여름이네요.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살짝 더운 온도의 여름 바람을 쐬며 차가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실 수 있거든요. 오늘 밤도 공원에 나가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짧게 지나갈 여름밤 공기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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