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이유

직장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

by 이진수

나는 지금까지 28년간 총 4번의 이직을 했다.

첫 취업을 포함하면 총 5개의 기업을 다니는 샘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이었겠지만, 그 사이 나를 떠난 후배 사원들도 족히 백여명은 되는 것 같다.

가능한 떠나는 분들을 퇴직 면담이나 별도의 환송회를 통해 격하게 응원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사실 퇴직 면담은 지금도 불편하다.


여러 구성원분들을 떠나보내다 보니, 퇴직하는 사유, 혹은 이직하는 사유에는 몇 가지 유형이 존재했다. 이러한 유형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미만인 주니어 분들과, 5년 ~ 15년 사이의, 한창 전문가 소리를 들을 시니어 분들, 그리고 그 이상의 리더 층에 따라 명확히 달랐다.


보통 공식적인 퇴직 면담 시에 퇴직하는 분들께서 말씀해 주시는 퇴직 사유는, 좀 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는 진짜 사유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퇴직 면담 기록에는 구성원분들께서 말씀해 주신 표면적인 사유를 기록한다. 하지만 나와 좀 친했던 분들과는 진짜 사유가 뭔지 별도로 알아보고자 노력한다.

퇴직의 진짜 사유를 이해하는 것은, 리더로서 앞으로의 시간동안 마주할 많은 후배분들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바람직하게 발전시키는데 소중한 지혜의 씨앗이 된다. 또한 떠나는 후배분들에게는 보다 진심어린 조언과 응원을 전할 수 있다.


이렇게 모아진 퇴직 사유들은 물론 개인마다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으로 주니어, 시니어, 리더 그룹별로 더 중요시하는 그들의 이직 기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주니어의 경우는 특히 IT 계열에서는 전문직으로서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여건이 본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네임류를 상대적으로 중요시한다고 느꼈다. 어쩌면 아직 사회생활이 짧은 만큼, 기왕이면 네임 밸류가 높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아무래도 대기업은 연봉 처우는 물론 자기 발전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다 보니, 주니어가 기대하는 기업의 조건들을 다방면에서 보다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을 것이고, 실제로도 대다수 주니어분들에게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의 경우는 조금 다른 듯하다. 아무래도 가족을 꾸린 직장인 분들이 많다 보니 워크-라이프 밸런스와 처우, 직장과 자택과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리고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주니어와 동일하나 그 관점이 조금 다르다. 주니어에 있어서 성장이란, 배움을 통한 성장이다. 하지만 시니어의 경우는 실제로 개인의 역량이 발전한다는 관점 다는, 지금 몸담고 있는 기업을 통해 본인의 몸값의 가치가 성장하거나, 팀장과 같은 직책을 통한 성장, 이력서 커리어 섹션에 그럴듯한 한 줄을 더 넣을 수 있는 성장 등, 주로 역량 자체보다 남들이 본인을 바라봤을 때의 성장에 기준이 맞추어저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기업의 네임밸류만을 보기 보다는, 그 안에서 본인이 포지션할 수 있는 위치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불리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기업의 네임밸류 자체는 주니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 있다.


뱀머리가 될지 용꼬리가 될지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사실 이에 대한 정답 또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누군가에게는 뱀머리가, 누군가에게는 용꼬리가 더 성장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점은 명확한 듯 하다. 만일 본인이 리더의 자질이 있어서 주체적으로 상황을 리딩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면 뱀머리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더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작은 기업은 본인의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프로젝트를 이끌고, 본인의 성과를 경영진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즐기는 성향의 인재라면 기꺼이 뱀머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주어진 업무는 착실히 잘 해나가지만, 나서서 리딩하거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는, 기왕이면 좋은 말에 올라타서 말의 도움을 빌어, 말이 멀리 달려갈 때 함께 멀리 달려가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단순히 남의 도움을 빌어 숟가락을 얹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좋은 말에 타서 함께 달리다보면, 본인도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본인도 성장하게 된다. 스스로 빨리 달리던, 좋은 말 덕분에 빨리 달리던, 빨리 달려봐야 빨리 달리는 법을 어떤 식으로든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시 이 경우에는, 본인이 선택 가능하다면, 기왕이면 네임밸류가 높은 기업에서 착실하게 성장해 나가는 것이 더 본인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리더급들의 이직에는 좀더 복잡한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리더들은 상대적으로 이직 자체의 기회도 적고 이직 과정도 더 까다롭다. 그리고 채용하는 곳과 본인 모두, 보다 구체적인 기대치가 있다보니, 이직할 기업과 본인과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이직이 쉽지 않고 적응도 어렵다보니 이직을 보수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적응이 힘들기라도 하면, 젊은 분들에 비해 손쉽게 대안을 고민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리더급들에게는 먼저 손을 적극적으로 내밀어주는 기업에게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이직 이후에 포지션 안착에 수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리더급들은 이직 이후에 본인이 맡을 업무나 미션을 명확히 기업이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에 대해 본인이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수용할 수 있는 유형의 업무와 역할인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리더급들의 이직은, 이직을 하고자 하는 기업과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도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인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일에는 기업과 함께할 사람들 모두가 따라온다.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인연들의 복합체인 샘이다. '좋은 인연'이란 마치 운명처럼 정해지는 것으로 생각될지 몰라도, 많은 경우 상호 작용에 의해 인연은 좋게 발전되기도 하고 나쁘게 발전되기 마련이다. 즉 내가 더 노력한 만큼, 지금의 인연도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이유가 뭐든 이직을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