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의 성과’가 품은 진짜 의미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 - 평가와 리뷰 이야기

by 이진수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내가 몸담은 기업에서도 이제 슬슬 평가가 시작된다. 정기 평가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11월 말부터 12월까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혹은 연말 평가를 진행한다. 이듬해 있을 연봉 처우 결정 일정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무언가 구성원을 기업의 부품처럼 일관된 잣대로 평가한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기에,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평가'대신 '리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실상 용어가 달라진다고 해서 프로세스나 그 기능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리뷰'가 주는 의미는 지난 기간동안 수행한 업무와 그 외적인 모든 부분을 돌아보고, 보다 발전된 그 다음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피드백을 준다는 의미가 더 강하기에, 나 역시 이 용어를 더 선호한다.


한동안 절대평가, 상대평가, 동료평가 등, 다양한 평가 관점과 방식에 대한 시도가 일어나면서, 최근에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한 기업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IT기업에서 이러한 평가의 다양성이 더 잘 관찰되는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평가 항목으로 '성과'를 지표화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S/A/B/C/D, 혹은 1~5점 등 마치 성적표와 유사하게 성과 레벨을 수치화하여 지정한다. 보통 5개 레벨로 성과 레벨을 구분하는 경우에는 가운데 위치한 B등급이, 4개 레벨이라면 중상으로 보이는 두번째에 위치한 A레벨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창출한 경우'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보편적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이 등급에 위치할 가능성이 많다.


오랫동안 1차 평가자들을 관찰해보니, 개인의 성향에 따라 '기대한 만큼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조금씩 달랐다. 사실 절반 이상의 1차 평가자들은, 평상시 아쉬움을 느껴온 구성원들에게 조차도 평가 결과만큼은 어지간해서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창출함'으로 평가했다. 만일 평가에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거나 부족했다는 레벨의 평가를 했다면, 정말로 심각한 수준의 개선이 필요하거나 성과가 많이 부족한 예외적인 경우에 가까왔다. IT업계 개발자들의 경우는 좀 더 가까이서 그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성과 자체는 좀 더 잘 나올수도, 부족할 수도 있더라도, 함께 야근하며 개발하느라 고생한 동료와 후배들에게 '당신은 부족한 성과를 냈어'라고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기대보다 우수'하다거나 '탁월'하다고 평가한 구성원의 비율도 많아진다. 나의 경우 절대 평가를 고집하기에 비율이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다만 내가 보기에도 과연 이 모든 구성원이 탁월한게 맞는가 싶을 정도의 평가가 이루어진 경우 평가자들과 면담해보면, 실제 마음에 있는 성과 결과와 평가를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혼재하여 만들어진 결과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의도한 성과의 잣대와는 다른,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를 내린 조직장들이 문제인걸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그리 쉽게 단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오히려 평가를 내린 조직장의 문제라기 보다는 평가 시스템에서 보완할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우선, 4개나 5개로 구분 지어진 성과 레벨에 따라 이후 차등 연봉 등 처우가 결정지어진다고 보면, '기대만큼', '기대 이하', '기대 이상'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보다 복잡해진다. 절대적으로 성과가 높고 낮음이 아니라, 조직이 기대한 것보다 높고 낮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먼저 조직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했고 왜 그만큼의 기대를 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판매 지표 등이 존재하는 몇몇 역할 부서 외에는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하기가 쉽지 않다. R&D 부서의 경우는 특히나 더 어렵다. 현재의 연봉 대비 기대 역할을 의미하는 것인지, 평상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기대가 높아진 것인지 등, 리뷰를 받는 구성원이 평가 결과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음으로, 리뷰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야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정확하고 객관적인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사실 평가 프로세스가 필요한 가장 큰 배경에는 구성원들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향후 해당 구성원이 더욱 발전하도록 돕는 기능이 포함된다. 그리고 설사 어떤 개인이 기대보다 아쉬운 성과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성실하지 않았거나 협업 태도가 안 좋은 등의 실질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아쉬운 성과 역시 상품이 출시되고 운영됨에 있어 나름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평가'라는 이름이 부적절하고 '정기 피드백'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던 '리뷰' 역시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명칭이라 생각한다.


물론 평가의 기본 기능인 성과와 보상은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대 대비 높고 낮음으로 정확히 누가 누구보다 얼마만큼의 보상을 더 받아야 함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경우, 가능한 소수의 Outstanding Performer와 Low Performer만 구분하여 개인 보상을 고려하고, 일반적인 그룹은 조직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보상을 하되, 개인별로는 피드백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케이스이다. 하지만 1/2차 조직장 입장에서는 나름의 보상과 처우를 하고 싶어하는 구성원들이 각각 존재하기에 이것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20년 넘게 리뷰와 평가를 해왔지만 나 역시 평가란 지금까지도 너무나 어렵게 느껴진다.


“성과”라는 단어가 주는 또 다른 함정이 있는데, 간혹 개인 성과나 역량은 뛰어나지만, 협업 역량이나 태도가 좋지 못해, 동료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경우, 개인의 성과가 120이라 하더라도, 타 동료에게 -10 정도의 영향을 주었다면 그만큼 조직 성과 기여도 측면에서는 이를 반영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개인의 성과는 80 수준으로 아쉬움이 있지만, 긍정적인 자세와 누군가는 해야 할 궂은일들을 도맡아주는 고마운 구성원은 반대로 다른 동료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므로 이 또한 반영되는 것이 맞다.


인사 평가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만족스러운 시스템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다만 옛날처럼 상대평가를 위해 무리해서 줄세우는 짓은 하지 않고, 확실한 Outstanding/Low Performer만 논란의 여지 없이 발굴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잘 유지하고 있다. 그 중간에 위치한 대부분의 구성원분들께 어떻게 피드백을 하고 보상할 지에 대한 부분은 지금도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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