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은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이프 인 커리어

by 이진수

올해도 어김없이 설 연휴에 온 가족들이 모여 온갖 덕담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마침, 제 아이와 조카들이 모여있는 방에 잠깐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조카 중 하나가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곧 그만둘 거라는 얘기를 꺼내더군요. 원래 명절 때 서로 민감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데,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럼 이직할 곳은 찾은거야?”라고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조카는 아주 자연스럽게, “아뇨, 일단은 그냥 놀건데요?” 라고 답하더군요.

그에게는, 일단 쉬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직장을 그만두는 첫번째 이유였을 텐데, 다시 이직할 곳을 구해두었냐는 나의 질문은 다소 생뚱맞게 들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직장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무직 상태로 지낸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일인 것처럼 여겼던 것이 사실이지요. 그러다보니 보통 직장을 관둘 때에는 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으로의 이직이 목적이거나, 현 직장의 단점이 해결될 수 있는 곳으로의 이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보통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면, 일단 이직할 곳을 찾고 나서 직장에 퇴사를 통보하라고 조언도 많이 했었는데요.


지금은 그러한 목적이 아닌, 그냥 직장인이 아닌, 자유로운 나 자신으로서의 시간을 잠시라도 갖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마이크로 은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많은 기업들도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기에, 몇 개월의 공백이 있었다고 해서 이를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안좋은 요소로 여기는 곳도 많이 없다고 하네요.


한편으로 보면, 많은 이들이 첫 직장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어느정도 직업 경험을 거친 후 이러한 기간을 통해 본인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업이나 삶을 고민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기간동안 재충전은 물론이고,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직장 환경의 모습이나, 더 나아가 내가 가져나갈 업의 모습까지 살펴보고 재발견할 수 있다면 정말로 소중한 기회이자 시간이 되겠지요. 그렇게 살아오지 못한 우리 세대 입장에서는 매우 부럽기까지 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계획 측면이나 재취업을 해야할 경우, 정말 이러한 마이크로 은퇴가 모든 경우에 영향이 없을 지 등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이러한 마이크로 은퇴가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되는 지,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이러한 입장은 산업의 특성이나 기업 문화에 따라 다양한 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제가 속해 왔던 기업들에 한정하여, 하나의 예로서 살펴봤습니다.


보통 채용시 이러한 공백이 너무 길 경우, 기대하는 전문성이나 경력 입장에서 우려가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공백의 기준이 대략 1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1년 이상의 공백은 아무래도 기술 세계에서는 워낙 변화도 빠른 만큼 경력 연속성에 대한 부분과, 자유로운 시간에서 다시 기업이라는 집단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듯 합니다. 반면에 6개월 등 1년 이내의 기간이라면 크게 고려하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공백 기간 보다는, 이전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동안 다니다가 마이크로 은퇴를 하게 되었는 지가 더 중요하게 생각될 것 같습니다. 2~3년 이상 한 직장을 다니다가 잠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면, 그 자체가 채용 여부에 영향을 줄 사항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특별히 환경적 요인도 없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지로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직장을 다니다가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경우에는 채용 시 우려의 요소로 바라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거쳐온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그 직원이 적어도 2~3년 이상은 함께 할 것을 기대하고 이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1년도 안되어 다시 직장을 그만둘 지 모른다는 우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어떤 요소들도, 채용 시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2~3년 이상의 기간동안 지금의 직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분께서 1년 이내의 잠깐동안 자유로운 기간을 갖기를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셔도 본인이 휴식 기간 이후 다시 취업을 하고자 하신다면 충분히 시도하실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보다 명료하게 자신을 발견하는 수확까지 챙길 수 있다면, 다른 어려움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큰 가치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약 30년 이상을 한 두개의 업으로 이어가며 살아가는 삶에서, 자신과 업을 돌아볼 몇개월을 투자하는 것이 과한 투자라고 맗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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