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나
얼굴을 땅에 묻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를 둘러싼 위협과 창들과 비수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보이지 않으니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위험들은 여전히 나의 주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나의 마음은 조금이라도 편안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달아나나 보다. 도피하는가 보다. 뻔히 알면서. 달아나는 곳이 어디인지 알면서 스스로를 속이면서 달려가나 보다.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가 보다. 스스로를 가르치고 이끄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하나 보다. 나는 나를 잘 이끌고 있을까. 내가 지금 서 있는 삶의 이 지점이 내가 어디로 이끌고 온 것일까. 또는 이끌어가고 있는 것일까. 잘 가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도 알 수 없다. 나도 나를 속이고 나도 나를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