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6] 브랜드의 얼굴에 대한 다섯!
안녕하세요, 위클리 파이브입니다.
목요일 아침부터 얼굴 얘기를 하는 게 맞나 싶긴 합니다. 아, 진짜로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 역시나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얼굴'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KFC의 푸근한 할아버지도 있겠고요.
코카콜라의 북극곰도 너무나 귀엽지요.
(지구온난화는 현실입니다 여러분)
나이키의 스우시도 빼먹을 순 없을 것 같고,
최장수 소주 모델, 참이슬의 아이유도 생각납니다.
이 얼굴들은 브랜드를 대표하기도 하고, 브랜드 그 자체로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하죠. 이렇게 보면 얼굴이 가지는 힘은 참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기왕이면 잘생기면 좋긴 좋나 봐요. 제가 잘 알아요. 진짜예요.
예부터 어른들도 자고로
잘생긴 게 제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마케터들의 생각을 자극할
'브랜드의 얼굴' 다섯을 소개합니다.
#1
브랜드의 얼굴을 바꾸다, 'android' 리브랜딩
Cupcake으로 시작해서 Pie까지! 안드로이드는 큰 업데이트 때마다, 디저트 이름을 따 자신들의 OS를 세상에 내놓았죠. 안드로이드 OS 하면 디저트가 떠오를 정도로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귀엽고도 달콤한 이 네이밍의 이번 순서는 Q였는데요, 사실 Q가 참 쉽지 않아 보였어요. 막상 Q로 시작하는 디저트나 스낵이 딱 떠오르진 않잖아요. Oreo나 Kitkat처럼 브랜드 이름을 쓸지(Quaker?), 아님 공감대를 사기 쉽지 않을 생소한 디저트를 선정할지, 많은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궁금해했어요.
하지만 구글은 기대를 저버리고(?) 이번 안드로이드 버전의 이름은 'android 10'이라고 발표를 했어요.
귀여운 로봇은 더 생동감 있게 디자인이 바뀌어서 로고 옆에 꼭 붙어 다니게 됐고, 몸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머리통만 살짝 보이도록 하는 귀여운 로고 디자인과 함께 말이에요.
안드로이드는 왜 무려 10년 동안이나 사용한 디저트 네이밍을 그만하기로 결정했을까요? 진짜로 Q로 시작하는 디저트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였을까요?
안드로이드의 VP, 사미르 사맛(Sameer Samat)은 그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어떤 디저트 이름은 특정 지역에서 발음하기 어렵거나, 문화적으로 친숙하지 않았다는 걸 고려했다" "안드로이드는 글로벌 브랜드이고, 미국 유저보다 인도나 브라질 유저가 더 많기 때문에, 영어 단어보다는 숫자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하네요.
Numbers, at least, are universal.
그나저나 이번 업데이트의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돌아가기 버튼'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폰처럼 제스처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탑재하며 안드로이드 OS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돌아가기 버튼이 빠졌습니다. 너무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설정 변경으로 이전과 같은 내비게이션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런 큰 변화들로 이번 업데이트를 계기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안드로이드의 의지를 볼 수 있어요.
Pixel 디바이스에선 이미 이번 업데이트가 배포 중이고요. 다른 제조업체(= 삼성 갤럭시)의 스마트폰에는 여느 때처럼 디바이스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친 후 배포가 될 겁니다.
다음 디저트는 뭘까! 하고 기다리는 재미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겠지만, 제대로 글로벌 그리고 함께를 강조하는 android 10을 하루빨리 써보고 싶네요.
#2
브랜드의 얼굴, 캐릭터의 역할
마스코트란 단어. 요즘엔 잘 안 쓰는 거 같아요. 뜻을 좀 찾아보니, '길복(吉福)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간직하거나 섬기는 사람, 물건 또는 동·식물을 뜻한다'라고 합니다. 행운의 부적을 뜻하는 프랑스어 'mascotte'가 어원이라는데, TMI였구요, 현대에 와서는 보통 기관, 행사, 브랜드 등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의미하죠.
마스코트가 브랜드에게 진짜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흥미로운 리서치 결과가 발표됐어요.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펌 System1의 조사에 따르면, 2017~2018년 캠페인들 중 브랜드 캐릭터를 활용한 캠페인이 그렇지 않은 캠페인에 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확률이 약 37% 높았다고 합니다. 브랜드의 캐릭터가 광고 효과를 높이는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거죠.
여러 브랜드들 중에서도 특히 서비스 브랜드의 경우, 캐릭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개의 경우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도 않고, 뚜렷한 상이 없기 때문이겠죠.
대표적 예로, 뉴닉은 고슴도치 캐릭터 '고숨이'를 만들어 독자와 소통하고 있죠. 고슴이는 시사 뉴스레터의 화자로 존재하면서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주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뉴닉'이라고 했을 때 딱 떠오르는 하나의 상을 잡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로 키워내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죠. 기획도 잘해야 하고, 노출도 꾸준히 확보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고객들과 강한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들기에 이만큼 효과적인 장치도 없는 것 같아요.
위클리 파이브도 캐릭터를 어떻게 한 번...
#3
틱톡 브랜드의 새 얼굴, 이승기
누군가는 광고 모델이야말로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최근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2019년 브랜드의 새 얼굴로 배우이자 가수인 '이승기'를 선택했습니다.
모델 변경과 함께 '숏.확.행'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요. 이승기를 비롯 다양한 인물들이 일상 속 틱톡을 즐기는 모습을 캠페인 영상에 담았습니다. 그 외에도 실제 서비스 내에 이승기의 계정을 만들어 하루에 하나씩 #TLOG(TikTok Log) 콘텐츠를 올리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타이밍에 '왜 이승기일까?' 궁금해집니다. 혹시 이전 틱톡 모델들을 기억하시나요?
틱톡은 2018년 첫 캠페인을 런칭한 후 지금까지 크게 세 번의 광고 모델 변경이 있었는데요. 차은우&최유정을 시작으로, 이종석&선미, 그리고 이번엔 이승기를 기용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캠페인이 진행됨에 따라 모델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모델 선정 전략은 틱톡의 국내 비즈니스 성장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처음엔 아무래도 1020 세대들이 사용하는 SNS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연령대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첫 캠페인에서 아이돌 멤버인 차은우와 최유정을 앞세워 1020 타겟에게 어필했다면, 이제는 이승기를 모델로 써서 더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하려는 의도가 보이네요.
모델과 함께 캠페인의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니치 콘텐츠(댄스, 뷰티) 중심이었다면, 이번 캠페인에선 T-LOG(TIKTOK LOG)의 개념과 함께 조금 더 일상 기록의 영역으로 사용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그나저나, 보통 한 번 쓴 모델을 일관성 있게 계속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모델을 바꾸는 것 또한 틱톡 서비스의 성격/사용성과 잘 어울리네요. (이것 역시 짧아서 확실한 행복일까요?)
#4
브랜드의 얼굴, 로고를 없앤 도리토스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브랜드의 로고일 겁니다. 특히 광고에서 로고는 '그 광고를 그 브랜드의 광고'로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일까요, 일을 하다 보면 이런 피드백을 종종 주고받게 됩니다.
로고 좀 잘 보이게 해 주세요!
그런데, 로고가 등장하기는커녕, 브랜드 명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도리토스의 캠페인이 새롭게 런칭됐어요.
담당자가 캠페인의 테마를 "Another Level"이라 소개할 정도로 핵심 요소만(빨강, 파랑, 삼각형) 남기고 그 외의 브랜드 요소들은 없앤 재미있는 시도입니다. 중간에 '도리토스' 대신 'I need those(아닏도스)'라는 카피로 위트를 더했네요.
심지어 로고 자리에는 'Logo Goes Here(여기가 로고 자리)'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화룡점정)
음... 인스타그램 계정까지도 이름부터 포스팅까지 새로운 테마에 맞춰 다 갈아엎었다고... (와우)
이쯤 되면 '왜?'가 궁금해집니다. 기획서도 한 번 보고 싶구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 뻔한 광고를 싫어하고, 조금 더 위트 있고 의식 있는 브랜드에게 열려있는 Gen Z들을 고려한 캠페인이라고 하네요.
당연히 모든 브랜드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빨강과 파랑 그리고, 삼각형만 있어도 충분히 설명되는 브랜드 도리토스이기에(사실, 그것 외에는 딱히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가능한 접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Gen Z들이 정말 이런 걸 좋아할까요? 일단, 사장님들은 싫어하실 것 같긴 해요.
#5
브랜드의 얼굴은 페르소나, 워너비 '미스터 포터'
광고 같지 않은 광고는 모든 마케터의 숙제인가 봐요. 왠지 더 이상 '대놓고 광고'에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새로운 화법과 초식을 짜내려고 씨름하죠. 이럴 때면 꼭 이야기가 나오는 게 '새로운 얼굴'인 것 같아요. 즉, 소비되지 않은 신선한 모델을 브랜드의 얼굴로 만들어보려는 거죠.
세계적인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 온라인 편집숍 미스터 포터는 자신들의 신선한 얼굴로 쓸, 브랜드와 동명인 가상의 인물을 직접 만들어요.
왠지 멋있을 것 같은 포터 씨인데요. 포터 씨의 것 중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건 <냉혈한> 정도인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mrporter.com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으니까요. 그것들 중 하나를 사면 왠지 또 하나의 미스터 포터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가상의 '미스터 포터'라는 페르소나로 많은 남자들이 되고 싶은 남성 상을 만들었지만, 그들은 더 나아가 조금 더 현실에 가깝고 입체적인 얼굴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The Style Council을 구성하여 자신들의 얼굴을 124개나 더 만들어냈습니다.
멋진 일을 하며 멋지게 사는 리얼 월드의 리얼 피플들에게 '미스터 포터'라는 자아를 부여한 거죠. 아직 한국인은 The Style Council에 한 명도 소속되어 있지 않는데, 들어가게 된다면 누가 적절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겠어요.
사실 미스터 포터는 유튜브 맛집이기도 해요. 스타일 레슨 같은 how to 영상도 흥미롭지만, 아이코닉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영상들도 꼭 챙겨 봐야 해요. 진짜 진짜 멋있는 사람들이 나오거든요.
미스터 포터가 엄청난 퀄리티의 영상들로 말하고 싶은 핵심은 아래와 같아 보입니다.
1. 세상엔 수많은 미스터 포터들이 있고
2. 걔네는 엄청 멋져.
3. (그리고 걔네가 입고 있는 멋진 옷들은 우리가 팔고 있단다.)
미스터 포터는 자체 브랜드인 Mr. P까지 런칭하며 남자들의 워너비를 마구마구 자극합니다. 자신들의 얼굴을 미스터 포터에서 미스터 피로까지 확장하면서요.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고민하기보단 결제가 빠르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브랜드를 사람으로 본다면, 브랜드도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옷을 입기도 하고요. 글도 쓰고 노래도 불러요. 또 때로는 누군가와 협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브랜드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모든 과정에서 드러나는 개성, 신념, 철학에 우린 매력을 느끼죠. 그런 매력은 유행처럼 빠르게 지나가지 않고, 브랜드를 오래 사랑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어쩌면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난 누구인가?’에 대한 규정 아닐까 합니다. 미스터 포터는 스스로를 이런 방식으로 규정합니다. 어떤 사람, Mr. Porter를 만들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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