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달 쓰기] Day 4

by 위민지


나는 세일즈를 하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 세일즈를 하고 있다.

최근 IT 서비스를 하는 회사를 이직하면서 세일즈와 마케팅 업무를 겸하고 있는데 요즘은 내가 세일즈맨인지

마케터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써는 나는 세일즈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눈에 보이는 성취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단기간에 자격증 따는 것을 좋아하고, 매년 봄이나 가을에 열리는 마라톤에서 나가서 내 완주 기록을 갱신해나가고, 타인과 경쟁하는 시합에 나가 이기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나의 성향을 고려하였을 때 하는 만큼 성과가 잘 보이는 일이 세일즈라고 생각이 되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세일즈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세일즈 업무는 재미있었다. 다만 나는 대면영업이 아닌 온라인 채널로 유입되는 신규 고객사나 기존 고객들을 터치하고 관리하는 비대면 세일즈였기 때문에 보통 유선이나 메일, 채팅과 같은 텍스트로 업무가 진행되었다. 비대면이었어도 당시 내가 일을 하는 만큼 월급과 인센티브가 나왔었기 때문에 보상도 받고 업무에 대한 성취감도 함께 느끼며 한동안 재미있게 일을 했었다.


그렇게 한 3-4년을 열심히 일했을 거다. 그때 관리했던 기업 고객사들이 약 2300-2400개가 되었는데 당시 업무방식이 페이퍼보다는 유선으로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8시간 내내 전화만 붙들다가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말만 계속하는 일을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고객사에 메일을 써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근데 메일 내용이 바로 써지질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순간적으로 글을 쓰기가 무서웠음을 느꼈다.


제목 쓰기. 지금도 어려울 때가 있다.


생각해보니 일을 하면서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 하다못해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써보는 보고서를 이 회사에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연차는 계속 차고 있지만 뭔가 내 경력은 알맹이가 없는 느낌. 당시 2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앞으로 한 번 이상은 이직을 하게 될 터인데 이런 업무 경력을 가지고서는 차후 이직도 힘들어질 수 있고, 스스로도 더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여기서 회사를 옮기기로 결정했고, 작년 가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여 중간에 텀없이 올해 초, 이직에 성공하였다.



옮긴 회사에서도 세일즈 업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새롭게 추가된 업무가 있다. 바로 마케팅.

회사에서는 세일즈와 마케팅 업무를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아직 어리니 마케팅 업무도 해보면서 적성에 맞다면 마케터로 직무전환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세일즈와 같이 해보는 쪽으로 제안을 주셨다. 그래서 기존의 세일즈 업무와 함께 마케팅, 그중 홍보 콘텐츠나 뉴스레터, SNS 채널 관리 등 대체로 글을 써야 하는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되었다.


안 하던 걸 새롭게 맡아서 하려니 처음엔 겁이 났고, 또 업무 하나를 마무리하더라도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반엔 이렇게 쓰는 것에 대해 약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회사일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콘텐츠 문구를 뽑아내는 일이나 뉴스레터를 쓰는 게 재미있었고 점점 더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 졌다. 그때 아마 글을 더 써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글 쓰는 연습을 하자.



처음엔 회사 업무를 하면서 글 쓰는 재미를 느낀 것도 있었지만 결국은 내가 잘하고 싶은 욕구, 좀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스스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좀 더 다양한 글을 써봐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동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