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Day 23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하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흔히들 말하는 똥손이다. 요리를 해도 레시피를 보지만 나중엔 결국 감으로 이것저것 넣고 볶고 삶다가 망쳐버리는, 요리 못한다는 사람들이 한다는 그 흔한 실수와 특징들을 꼭 한 번씩은 해보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도 중고등학생 시절 미술시간 때는 곧잘 만들었던 것 같은데 20살이 넘어서는 딱히 손으로 뭘 하거나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어느 날 라탄 공예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뜬금없이. 처음엔 매일 모니터만 보는 일상이 지겨워 손취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한 거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재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가벼운 마음이 어느덧 강사 자격증을 따는 단계까지 왔다.
나는 평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좋아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나름대로 노력했음에 불구하고 보이지 결과에(보이지 않은 건지 볼 수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벗어나 나도 모르게 결과가 눈에 보이는 취미들을 찾게 되었다. 첫 번째가 운동이었고, 두 번째는 이 라탄공예다.
라탄은 엮으면 엮을수록 내가 그 시간에 얼만큼 집중을 했는지 여실히 잘 보이는 공예이다. 엮다가도 잠깐 딴생각을 하면 꼭 나중에 선이 맞질 않거나, 기법이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한두 군데이거나 그리 잘 보이지 않거나 이미 많이 지나서 발견한 거라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엮어갈 수 있지만 성격상 또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맘에 풀어서 다시 엮거나 아니면 결국 새로 시작하게 된다. 라탄을 하면서 그런 점이 좋았다. 오롯이 내가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라탄은.
사실 올해 초만 해도 내가 만든 작품들을 예쁘게 구성하여 플리마켓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너무 초보 시절이라 정말 막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자격증 취득을 하고 나니 그 막연한 꿈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요즘 들어 다시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수공예다 보니 직접 다 손으로 엮어야 하는 거라서 직장을 병행하며 플리마켓을 준비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자제되는 상황에서 사실 참가할 수 있을지는 더더욱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올해가 가기 전 라탄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기획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만큼은 꼭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탄에서 머무르는 이야기는 일상에서 라탄 엮으며 보내는 시간들을 열심히 기록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다. 내가 라탄을 엮으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쉼을 가졌던 것처럼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라탄을 엮어나가고 싶다.
STAY LAT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