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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Sep 14. 2022

천지탑의 바람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

부안 내변산 직소폭포



 천지탑의 바람



 마이산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일정한 가로수길이 있었다.

 그 가로수길이 인터넷만 쳐보면 나오는 유명한 진안 벚꽃길이다. 초여름이라서 그 광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연두 잎에서 이제 막 초록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벚나무 가로수길도 일품이었다.

 가을 단풍길의 역할도 톡톡히 하리란 생각에 사시사철 아름다운 길을 지나는 흐뭇함과 미끄러지듯 드라이브하는 멋스러움이 정식 코스의 애피타이저처럼 상큼했다.


 바람은 시원했고 햇볕은 따스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이젠 걸어서 산을 올라야 한다.

 조금 지칠 정도가 될 무렵 산바람의 느낌이 종전과는 다르게 상쾌하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것처럼 그곳의 공기는 뭔가 다른 듯했다.  순간 눈앞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지게 된다. 

 한 처사의 몇 년동안의 수도 생활에서 시작되고 완성된 돌탑들의 향연이 내 가족뿐 아니라 이를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의 탄성들과 어우러져 축제를 이룬다.

 나도 모르게 즐거웠다.

 여기저기 나를 둘러싼 돌탑들이 친근하면서도 따듯했다.

 "저기 천지탑으로 가자, 거기가 여기서 기가 젤 센 곳 이래, 가서 기 좀 받아가야지~"

 "...  팍팍 받아가서 애들 또 잡으려고?"

 "ㅎㅎ 잔소리하려면 기가 필요해 ㅎㅎ"

 어린 막내가 어찌나 계단을 잘 오르는지 넘어질까 조마조마하면서 뒤쫓아 가다 보니 어느새 천지탑에 도달했다.

 바람이 참으로 포근했다.

 천지탑 주변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우리는 조금 아래에 위치한 제단에서 이 마이산의 특이한 지형덕에 구멍이 숭숭 난 바위틈에 동전을 끼우고 소원을 비는데 동참을 했다.

 우리 부부와 큰 아이가 각각 동전을 바위틈에 끼워 넣고 각자의 소원을 빌고 내려오면서 내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저이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또 큰 아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했다. 여태껏 바위틈을 채웠던 수많은 동전들의 수많은 소원들은 또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돌탑들을 쌓았다던 한 처사를 생각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돌탑들을 쌓았을까, 어떤 소원을 빌면서 돌탑을 쌓았을까..

 몇십 년의 수도와 고행의 나날들을 어떤 마음과 바람으로 지내왔을까..

 뭔가 잠시 나 스스로 생각할 빌미를 주면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는 발길에 마음을 두드려보는데 순간 천지탑에서 느꼈던 상쾌한 바람과 그 바람과 돌탑을 바라보며 즐거웠던 나를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함께한 다른 관광객, 또는 불자들 모두의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보았다.

 , 그 처사는 이 세상 사람들의 저러한 웃음을 바라면서 돌탑을 쌓은 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면서 그 중생들을 위해 이 돌탑을 쌓았던 것일까..

 모든 근심 질병 없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올 수는 있을까마는 그런 소원이야말로 마이산 돌탑이 지금까지 존재했고 앞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마이산 탑사를 뒤로하고 내려가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가볍고 한가로웠다.

 한 처사의 바람과 천지탑의 바람.. 그리고 나의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기가 팍팍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흔하고 흔한 소원이지만 더 이상의 바람은 없는 것 같다..




 직소폭포 가는 길




 진안에서 전주를 관통하여 김제로 해서 변산반도로 들어섰다.

 휴일 점심을 시내를 통과하는 게 걱정스러웠으나 시간 안에 우리는 부안 내변산 직소폭포 가는 길에 들어섰다.

 내변산 반대쪽에는 내소사가 있다고 하지만 날이 날이니 만큼(석가탄신일)  붐비는 곳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소폭포를 향해 걸었다. (내소사는  다음날 다녀왔다)


 햇빛은 땡볕이었고 좀 더 걸어가니 계곡이 보이는 골짜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계곡을 끼고 오르다 보면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고 또 그 호수를 끼고 걸어가다 보면 제법 산길로도 이어진다.

 아이가 보채어 남편과 번갈아 업어주거나 안고 걸었다.

 급기야 아이가 제 동생을 안고 업었다.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가는 줄 몰랐네..”

 “폭포가 그리 쉬운데 있겠어요.. 직소폭포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얼마나 좋을는지 기대가 많네요

 정 힘들면 되돌아가자는 합의하에 발끝에 힘을 주고 다시 힘차게 내딛는데 한 가족이 눈에 띄었다. 가도 가도 폭포는 안 보이고 몇 키로 남았다는 표지판만 눈에 보이니 한 어르신이 가족들을 뒤로하고 하산한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어쩜 우리 모습하고 똑같냐고.. 하니 애들 아빠도 웃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돌계단, 산길, 수풀 길을 디디면서 어린 막내를 보면서 놀라워하는 산행 사람들과 함께 드디어 저만치 보이는 물줄기에 감탄을 한다.

 폭포는 물줄기를 몇십 미터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었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땀 흘린 얼굴만큼이나 촉촉한 기쁨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곧장 내소사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오후 햇빛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는 시간이라 서둘러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직소폭포 가는 길은 햇볕 내리는 평지에서부터 계곡 길, 호수 둘레길, 산길, 나무계단길.. 다양하게 펼쳐진다. 힘들지만 마음 가득히 폭포에 대한 기대를 한 아름 안고 가게 된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폭포는 우리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했던 마음속의 물줄기였던 것이다.

 어린아이가 안쓰러워 내내 업고 안고 다니는 바람에 몸은 기진맥진이었지만 오전에 맛보았던 즐거운 마음 그대로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무엇을 하든지 간에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하면서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특한 생각을 하면서...









2013년 5월 17일의 여행기입니다. 당시 막내딸은 5살 큰아이는 14살이네요.

마이산 탑사와 직소폭포에 대해서는  아래 문화관광청 링크를 해두었습니다.








https://jinan.go.kr/tour/sub_1/?p=1&n=1&nn=2




https://www.buan.go.kr/tour/board/view.buan?boardId=BBS_0000241&menuCd=DOM_000003001002000000&dataSid=16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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