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공유와 심리적 안전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무엇이 1등 팀을 만드는가?”를 연구해 내린 결론은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도 언급한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 내에서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핵심이자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여러분이 풀어야 할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 데서나 무작위로 뽑은 사람보다 여러분이 속한 조직이 더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조직은 자신의 문제 대부분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조직 내에는 질문의 답을 아는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그들의 지식을 전파할 메커니즘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는 “질문받습니다” 혹은 “알고 있는 걸 적어주세요” 같이 매우 단순한 방법부터 튜토리얼이나 사내 교육처럼 더 정돈된 방법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조직에 배움의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려면 사람들에게 모르는 걸 인정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 안전을 제공해야 합니다.
심리적 안전은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게 있음을 인정해야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타인의 무지를 탓하지 말고 그 솔직함을 반겨야 합니다(구글은 이 면에서 상당히 잘하는 편이지만 모름을 인정하길 꺼리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배움에는 ‘무언가를 시도하다가 실패해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건강한 환경에서라면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고, 틀리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걸 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이 구글이 모든 팀에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이 효과적인 팀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구글에서는 ‘누글러(Noogler; 구글에 새로 입사한 직원)’가 합류하자마자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노력합니다. 멘토 정해주기는 누글러에게 심리적 안전을 심어주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멘토의 공식 역할은 궁금한 점에 답해주고 누글러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누글러가 속한 팀의 팀원이나 관리자 혹은 테크 리드는 멘토에서 제외됩니다. 이처럼 공식 멘토를 정해주면 입사자는 동료의 시간을 너무 뺏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히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게 됩니다.
멘토는 지원자 중에서 선별하며, 구글에서 1년 이상 근무했고 구글의 인프라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멘토는 멘티가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애매한 상황에서도 멘티가 더 편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멘토는 멘티와 같은 팀의 일원이어서는 안 됩니다.
멘토링은 배움을 공식화하고 촉진하는 제도지만 배움 그 자체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집니다. 새로운 팀원이 합류해서든 이미 숙련된 엔지니어가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든 다른 동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건강한 팀의 팀원들은 답변하는 데뿐 아니라 질문하는 데에도 마음을 열고 모른다는 걸 인정하며 타인으로부터 배우고 있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낯선 이들로 구성된 큰 (전문가) 그룹을 찾기보다는 바로 옆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대일 방식은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한편 그룹 방식은 일대일보다 확장성이 좋지만 두려움은 더 크게 느낍니다. 질문을 작성해서 큰 그룹에 물어보라고 하면 초심자는 자신의 질문이 향후 몇 년간 보존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겁을 먹습니다. 그래서 큰 그룹에서는 심리적 안전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룹의 모든 구성원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역할을 함께 해줘야 합니다. 신규 입사자는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게 해주고, 성장 중인 전문가는 기존 전문가들이 자신의 답변에서 허점을 찾아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처럼 안전하고 편안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적대적이지 않고 협조적으로 일하는 문화입니다. 그룹 내 소통에 권장하는 패턴과 안티패턴을 표로 정리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이상의 안티패턴들은 의도치 않게 표출되기도 합니다. 도와주려는 목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거들먹거리고 달갑지 않게 비칠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교육 기관인 Recurse Center의 소셜 규칙에서 도움 될 만한 규칙들을 발견했으니 함께 살펴보시죠.
거짓된 놀람 금지(“뭐라고?! 스택이 뭔지 모른다니 믿을 수가 없네!”)
거짓된 혹은 과장된 놀람은 심리적 안전을 방해하여 구성원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음, 실제로는...” 금지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게 고쳐주는 행위는 정밀성보다는 자신을 뽐내려는 무의식에 기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뒷좌석 운전 금지
토론 중에 적절한 발언권 없이 끼어들어 의견을 제시하지 마세요.
미묘한 ‘-주의’ 금지(“이건 우리 할머니도 할 수 있겠네!”)
인종주의, 연령주의, 동성애 혐오 발언 같이 편견이 깃든 표현은 다른 이에게 불편함과 무례함, 불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지식은 비록 형태는 없을지라도 많은 측면에서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리고 지식 공유야말로 조직에 탄력을 불어넣어 변화에 직면해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개방적이고 정직한 지식 공유를 장려하는 문화는 지식을 조직 전반에 효율적으로 전파하여 날이 갈수록 조직이 더 확장되도록 해줍니다. 대부분 지식을 쉽게 공유하는 데 투자한 노력은 회사의 생애 동안 그 몇 배로 돌려받습니다.
심리적 안전은 지식 공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토대입니다.
작게 시작하세요. 질문하고 기록하세요.
직원들이 전문가와 문서화된 자료 모두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세요.
자기 자신, 소속 팀, 소속 조직을 넘어, 자신의 전문 지식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보상하는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하세요.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지식 공유 문화를 뿌리내리고 강화하려면 여러 가지 전략을 조합해야 합니다. 또한 조직에 가장 적합한 조합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와 《리더의 질문법》에서 심리적 안전 관련 내용을 조합/편집한 글입니다. 여는 글을 제외하고는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