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3
지금부터 겨울인가요? 이제 겨울인가요? 올해도 묻는 12월이 가고 있다. 봄에 태어나 꼬박꼬박 사계절을 보내며 이만큼 살았음에도 삶은 언제나 새롭고 적응하기 어렵다. 불과 얼마전까지 나는 미래를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점점 과거를 떠올리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을까. 나에게 남은 미래는 많이 짧아졌고 아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끝 장면을 상상하면서. 생명의 끝, 감정의 끝, 존재의 끝.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절벽. 그 곳의 단면을 떠올리며.
이 끝 이후, 거기에 내가 없다는 것은 슬프지 않고도 두려운 감정을 유발한다. 나와 함께 내 메모리칩이 사라진다. '팟'하고 사라지는 점처럼, 절멸의 존재로, 어떠한 것도 아닌 채로. 두동강 난 휴대폰 메인보드처럼. 나는 복원되지 못할테니까. 나로 인식되는 것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순간에도 이 세계는 크게 달라지는 않겠지. 나는 조금 서운하고 조금 두려울까? 시작은 끝을 예비하고 끝은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다음 생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모든 감정은 여전히 충전이 덜 된 것일까 걱정한다. 나의 무언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항의해도 나는 그 마음에 문 열어줄 수 없다. 겨울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