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은 다음 세대의 운영체제가 될 것입니다.
최근 봇 Bot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던 중 챗봇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메신저 킥 Kik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아무래도 카카오톡과 라인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다 보니, 점유율도 매우 낮고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킥은 봇 샵 Bot shop을 통해 대화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채팅방 내에서 '@'를 붙여 브랜드명을 입력, 질문을 하면 해당 챗봇이 나타나 응답합니다.
킥 CEO인 Ted Livingston의 미디엄에 올라온 The Future of Chat Isn't AI 라는 글을 번역했습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킥은 다가올 봇의 혁명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1년 반 전, 킥은 봇 플랫폼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수백만명의 사용자들이 킥 봇과 채팅을 해왔습니다. 텔레그램이나 슬랙과 같은 다른 메신저에서는 봇을 활용하여 그들의 작업을 처리해왔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페이스북은 4월 12일에 열리는 f8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위한 자체 봇 플랫폼을 발표할 것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봇이 오느냐 안 오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올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봇이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의 시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통해 거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가상 비서 형태의 인공지능 말입니다. 익숙한 예시로 매직 Magic, 오퍼레이터 Operator, 그리고 페이스북의 M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업을 통해 포괄적인 일 처리 서비스 제공을 시도 중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훗날에도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훌륭한 플랫폼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행위들이 이들 플랫폼들의 탄생으로 항상 가능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트북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집에서도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기기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커넥티드 컴퓨팅 Connected computing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봇은 당신에게 무엇을 가능케 할까요?
PC, 인터넷, 모바일 기기가 절대 할 수 없었던 일 중에서 말입니다.
비서에게 말을 거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인스턴트 메시지나 이메일, 문자로도 수년간 가능했던 일입니다. 사실 매직과 오퍼레이터는 문자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AI는 이들 서비스를 더욱더 쉽고 빠르게 만드는 반면, 그 경험 자체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경험이겠죠.
AI가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봇을 통해 당신에게 가능해질 일은 무엇일까요?
사실 정답은 꽤 간단합니다.
봇 덕분에 당신은 난생처음으로 세상과 즉각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건 제가 최근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설명입니다.
지난해, 야구 플레이오프에 블루제이즈 Blue Jays 경기를 보기 위해 로저스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경기를 놓칠까 봐 곧장 좌석으로 달려갔죠. 도착하고 보니 저를 제외한 친구들은 다들 맥주를 마시고 있더라고요. 그 길로 다시 맥주를 사러 갔고 10분간 줄을 서서 대기한 후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홈런 두 개를 놓친 후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미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야구장은 객석에서 주문을 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입니다. 다음번에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앱을 통해 주문할 겁니다. 이건 정말 멋진 일이겠죠. 정말 그럴까요?
상상해봅시다. 자리에 앉으며 앞에 있는 좌석 뒷면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를 발견합니다. 스티커에는 "맥주를 원하신다면 앱을 다운로드하세요!"라고 적혔습니다. 꽤 괜찮아 보이네요. 휴대폰을 잠금 해제하고, 앱스토어로 가서 앱을 검색합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다운로드가 되기를 기다립니다. 계정을 만들고 신용카드 상세정보를 입력한 다음, 주문 방법에 대해 이해하고 원하는 맥주와 수량, 좌석번호를 입력하면 마침내 맥주가 도착합니다.
실제로 줄을 서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경험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앱은 이미 많습니다.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한 앱, 레스토랑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앱, 영화 티켓을 예매하기 위한 앱. 모두들 당신에게 그저 "앱을 다운로드하세요!"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서 개발한 이 앱을 정작 몇 명이나 사용할까요? 추측하건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야구장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야구장은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서 앱을 개발하는 대신, 수천 달러를 투자하여 문자 기반의 간단한 봇을 개발합니다. 저는 자리에 앉으며 비슷한 스티커를 발견합니다. 스티커에는 "맥주를 원하신다면 우리와 채팅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채팅 코드가 적혀있습니다. 휴대폰을 잠금 해제하고, 채팅앱을 실행시킨 후 코드를 스캔합니다. 곧바로 야구장 봇은 채팅을 통해 원하는 맥주의 수량을 묻습니다. "1, 2, 3, 4." 맥주의 종류도 물어보네요. "버드와이저, 쿠어스, 코로나." 그리고 결제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등록되어 있는 신용카드(****0345) 또는 새로운 카드."
채팅 앱 실행 > 코드 스캔 > "2" > "버드와이저" > "****0345". 완료.
이것은 즉각적인 인터랙션이며, 오로지 봇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새로운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들 필요도 없고,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학습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스캔하고 채팅을 하면 됩니다.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QR 코드 같은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서부 사람들은 좀처럼 QR 코드를 스캔하는 일이 없는데, 대부분의 경험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QR 코드를 스캔하면, 새로 학습해야 하는 인터페이스와 함께 엄청나게 로딩이 느린 웹사이트를 받게 됩니다. 채팅 코드를 스캔하면, 익숙한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함께 즉각적인 메시지를 받게 되죠. 코드를 스캔하는 행위는 같지만, 그 외의 것들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너무 간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봇의 미학입니다. 봇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갈등 상황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포브스의 한 기자는 워털루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킥을 통해 벽에 있는 있는 채팅 코드를 스캔했습니다. 스캔을 하자 봇이 나타나서는, 그녀에게 어떤 음식을 주문하고 싶은지 물어봅니다. 그녀는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했고, 몇 분 뒤 그녀의 테이블로 다이어트 콜라가 도착합니다.
"처음에는 버튼을 누르면 3분 뒤에 우버 택시가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O2O 산업에서의 마법 같은 일은, 앱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는 능력이었죠. 이제는 새로운 앱도 필요 없어요.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우리는 채팅을 하기만 하면 돼요."
최근에는 또 다른 사업 통합의 일환으로,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스캔 봇을 테스트해보았습니다. 테이블에서 스캔 봇을 이용하여 빠른 주문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채팅을 통해 설문조사를 요청한 뒤, 보상으로 쿠키를 배달해주는 형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날은 굉장히 평범한 하루였을 뿐인데도, 하루 250명 이상의 사람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레스토랑은 하나의 응답을 받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을 테지요.
만약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채팅앱에서의 봇 대신 새로운 앱을 사용했다면, 과연 몇 명이나 설문조사에 참여했을까요? 저는 아무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쿠키를 받으려 하지 않았겠죠.
분명히 말하자면 이것은 봇 시대의 서막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필드의 선두주자들 - 킥, 위챗, 라인, 페이스북, 슬랙, 텔레그램 - 은 앞으로의 세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그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할 한 가지 사실은, 채팅앱이 다음 세대의 훌륭한 운영체제 BOS(Bot OS) 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성장은 소비자, 개발자, 그리고 사업가에게 거대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입니다. 채팅 앱은 새로운 브라우저이며, 봇은 새로운 웹사이트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인터넷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