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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콤반 Jan 16. 2018

이모

이모

어렸을땐 자주 이모를 불렀었잖아요. 우리집에서 거의 매주 이모를 봤던것 같아요. 이모 요리 솜씨가 좋아서 같이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이런 저런 말장난도 하고 엄마 다음으로 제일 편하고 좋아했던 여자 어른하면 이모가 떠오르는 때가 있었어요.


아빠 사업이 잘 안되고 우리집이 좀 더 작은집으로 이사가면서 우리 가족은 다같이 마음의 문을 닫았던 것 같아요. 괜한 자격지심에 명절에도 최대한 늦게 할머니집으로 갔다가 최대한 일찍 집에 돌아왔었어요. 그러면서 그렇게 좋아했던 이모랑도 좀 소원해지기 시작했었죠. 대학생땐 놀기에 그리고 취직 준비가 너무 바빠서 이모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 많이 없었어요. 이제 모든게 안정되고, 괜한 자격지심도 풀어져서 이모 보면 반갑고 말도 한마디라도 더 건네보고 싶고 그랬는데.. 진짜 이제 이모랑 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이제 이모를 못보다니요.


빈소에서 내내 너무 젊고 예뻐서 더 야속한 이모 사진을 보면서 계속 후회만 됬어요. 지난 명절에 이모한테 이것 저것 물어나 볼걸. 맞다 제주도 살 때 이모가 나 제주도에 있을때 놀러 한번 가야겠다고 엄마한테 말했다던데.. 그때 이모 얼른 놀러오라고 연락이나 한번 해볼껄. 왜 제일 좋아했던 이모랑 서먹서먹 해졌을까 이모한테도 지금 내가 사랑하는 우리 조카처럼 나도 그런 존재였을텐데. 나는 왜 이렇게 무뚝뚝하고 무심해서 이모를 잃고서야 이런 후회를 할까..


혼자 있을때마다 이모 웃는 사진이 생각나고 잘해주지 못한 시간들이 생각나요. 언니는 제 천배 만배 그런 생각들이 나겠죠.


이모..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계실때 더 살갑게 굴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타임머신이 개발되서 몇달전으로만 돌아가도 소원이 없겠어요. 그럼 이모한테 좀 더 다가가는 조카가 될텐데. 이모한테 이런 저런 걱정하지 말고 같이 여행도 가자고 하고 엄마랑 언니랑 맛있는거 먹으러 같이 다닐텐데. 지나고 나니 너무 후회가 되요.


사실 지난 며칠 내내 그랬지만 아직 실감이 안나요. 이모가 있는 세상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경계가 어디쯤에 있는지, 이모가 정말 그 경계를 이렇게 갑자기 넘어간게 맞는지.. 다가오는 설에 할머니댁에 가면 이모가 있을것만 같은데


이모 정말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이제는 아프지 말고 그야말로 정말 편안하게 아무 걱정없이 아무 아픔없이 웃으며 지내길 바래요.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기쁘면 기뻐하고 슬프면 슬퍼하면서 몸도 마음도 안아프게 잘 지낼게요. 삼촌 말대로 이모 반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게  남 눈치 보지 않고 멋있게 살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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