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요양원은 밤에 귀신 나와요 (1)

<다용도실엔 분명히 뭔가 있다!>

by 카이

팟! 복도 끝자락에 위치한 다용도실의 전등이 갑자기 다시 켜졌다. 그리고 왠지 서늘한 느낌마저 드는 동작 감지 센서음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 야간 근무는 나 혼자뿐이다.


다용도실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어야 한다.




투잡 뛰는 일본 요양보호사


나의 친구들은 내가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니 떼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떼돈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하지만, 친구들은 정말로 내 월급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먹고살기 빠듯하다고 말을 해도 귓등으로 듣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하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간혹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그것도 많이 온다.


그리곤 일본의 요양보호사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이 내 월급에 대해서 물어본다.


"일본 노인시설에서 일하면 월급 얼마예요?"


'저기요 죄송한데, 저 아세요?'라고 나는 속으로만 이야기한다.


에둘러서 '그냥 밥만 먹고살고 있어요.'라는 답변 메시지를 보내며, 일본 전국의 노인 요양시설의 평균 월급을 대략 알려준다.


그리고 조용히 삭제 혹은 차단 설정을 한다.


왜들 그리 기본예의가 없는 것인지 라는 생각을 혼자 하다가, 또 한편으론 그런 걸 물어볼 수도 있지 예의 운운하고 있는 나야말로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잘 모르겠다. 아니,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상황까지 신경 쓰기에는 내 삶도 피곤하다.


그냥 내가 꼰대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삭제와 차단을 반복했다.


실제로 일본 요양보호사의 월급은 빠듯하다.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니, 그럼 뭐 하러 일본에서 일하고 있냐는 질문을 되받았다.


다시 삭제 그리고 차단.


그런 실례되는 질문을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알 수 없다.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이 그렇게 간단한 질문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던가?


내가 투잡을 구하게 된 배경 설명은 이쯤에서 거두절미하고, 작년에 나는 투잡을 뛰었었다.




요양원 야간근무 알바


나의 세컨드 잡은 다른 요양원의 야간근무였다.


요양원 야간근무야 뭐 매일 하던 일이니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으려니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요양시설이 움직이는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기에 직장을 옮겨도 큰 업무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즉 한 시설에서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시설에 가서 근무를 해도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다.


다른 지역에 있는 요양원에 파트타임으로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았다.


해당 요양원 관리자와의 면접에서도, 관리자는 나에게 특별한 요구도 걱정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경력도 적지 않으니, 뭐 알아서 잘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면접은 간단하게 마쳤으며, 면접날의 일주일 뒤부터 나는 야간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난생처음 듣는 야간근무 특이사항


첫 출근날.


나는 야간근무만 하기에, 오후 늦게 출근했다. 그리고 당일 낮 근무자였던 한 여성 스텝으로부터 여러 가지 근무에 관한 인수인계를 받았다.


이용자 어르신들의 이름과 나이는 물론, 야간 근무시간에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에 대해서 전달받았다.


대략적인 업무 인수인계를 그렇게 저렇게 마쳤다.


야간업무 인수인계를 마쳤으나, 낮 근무자는 뭔가 더 할 말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녀(직원)는 머뭇거리다가 나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저기, 여기는 밤에 귀신이 나와요"


"... 네?"




응? 귀신이 나온다고?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3초간 당황했다. 그리고 다시 되물었으나 그녀는 나에게 같은 대답을 했다.


"여기는 밤에 귀신이 나와요"


뭐 이런 황당하고 말 같지도 않은 인수인계가가 있나 싶었다.


그것과 관계된 부연 설명은 잠시 이어졌다.


주로 다용도실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소음과 함께.


아니, 인수인계를 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귀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정확한 장소를 특정한다고?


나타나는 시간대는 밤 11시에서 새벽 4시 사이라고 했다.


응? 정확한 시간대도 특정을 한다고?


아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뭔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계속 들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의 내용보다,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업무 인수인계하고 시간에 말하고 있는 상대방이 더 놀라웠다.


그리곤 그녀는 나에게 덧붙여 말했다.


"밤에는 웬만하면 다용도실 근처에는 가지 마시고, 무슨 소리가 들려도 못 들은 척하세요"


나는 황당했지만, 알겠다며 건성으로 대답하고 인수인계를 마쳤다.




나 홀로 야간근무 시작


야간근무가 시작되었다.


일본 요양원의 야간 근무의 시작은 야간에 시작되지 않는다.


야간근무의 시작은 보통 오후 4시 혹은 5시부터 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 정도까지 근무를 한다. 근무 시간이 굉장히 길다.


황당한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야 했다. 어르신들 식사 준비, 식사 뒷정리, 약 복용 확인, 취침 준비까지 할 일이 많았다.


귀신이 정말 나오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야지 라는 장난스러운 생각을 하며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7시가 넘어가자 어르신들이 점점 주무시기 시작하셨고, 저녁 9시 정도에는 모든 어르신이 주무셨다.


나는 어르신들의 개인방과 거실 그리고 복도의 등을 모두 껐다. 그리고 나는 복도 한편에 있는 사무용 책상에 앉아서 일지 등의 어르신들의 기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밤 11시가 되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시계가 11시를 가리키자 낮에 다른 직원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닌 듯하면서도 나 자신도 신경이 쓰이긴 쓰였던 모양이다.


나는 복도 끝에 멀리 있는 다용도실이 있는 곳을 힐끗 한번 쳐다봤다. 그러나 귀신은커녕 개미새끼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 듯 느껴졌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뭔 귀신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혼자 생각하는 그 순간, 갑자기 다용도실의 전등이 켜지고 센서등과 함께 움직임을 감지하는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삐- 삐- 삐-"


장난스럽게 생각했었던 것과 달리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응? 그 이야기가 진짜였어?'


일본 요양원에서는 밤에 어르신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야간에는 어르신들이 언제 움직이실지 모르고, 넘어지는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야간시간 각 방에는 센서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센서가 울리면 즉시 야간당직자는 해당 장소로 가서 상황을 파악한다. 그게 일반적인 요양원의 야간업무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야간시간에 개인실 이외의 장소에서는 센서가 울리지 않는다.


당연히 이곳의 다용도실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아무도 없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주무시는 개인실에서 무언가 움직임을 감지하면 전등이 켜지고 알람이 자동으로 울린다.


그런데 어르신 방도 아니고 다용도실 전등 센서가 왜 갑자기 켜지는 거지? 그리고 알람은 또 왜 울리는 건가? 지금 그곳에 누가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현재 이 요양원에서 깨어있는 사람은 나 혼자인데...




다용도실 확인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야 했다.


귀신이건 사람이건 알람이 울렸으니 확인은 해봐야 한다.


다른 근무자가 나에게 밤에 다용도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으나, 일단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다용도실로 향했다.


아무도 없어야 할 다용도실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다용도실 안에서 울리는 알람소리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어두운 복도 다용도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두근거리는 심장과는 별개로 다용도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아무도 없는 것이 맞지.


그러나 반대로 아무도 없음에도 센서에 반응하여 불이 켜지고 알람이 울렸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다시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나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용도실로 척척 걸어 들어가 알람을 껐다.


그리고 다시 문을 닫고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센서등도 저절로 꺼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책상에 앉아 내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이젠 별일 없겠지.





다시 무언가를 감지한 센서


시간이 얼마간 흘러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다시 평온해진 상태로 내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모든 어르신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팟!


복도 끝자락에 위치한 다용도실의 전등이 갑자기 다시 환하게 켜졌다. 그리고 왠지 서늘한 느낌마저 드는 동작 감지 센서음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삐-삐-삐-


나는 다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이번에는 차마 다용도실로 다가가지 못하고, 복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다용도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번엔 약간의 긴장감과 공포가 몰려왔다.


다시 다용도실로 가서 센서를 꺼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뭔가 확실히 이상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 시간 전과 다른 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인기척이 다용도실 안에서 들렸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발자국 소리까지 들렸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버리고 말았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시간 이곳에 깨어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데'


가서 확인을 해야 하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곤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순간 나는 잘못 들었었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용도실 안에서 분명히 누가 걸어 다니고 있었다.


다용도실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 되겠다 싶어서 거실과 복도의 불을 모두 켰다.


그리고 나는 발소리가 계속 들리는 다용도실로 향했다.


문 앞에 서자 발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다시 열었다.


다용도실은 한 시간 전과 마찬가지로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으며, 센서음만 기분 나쁘게 울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인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애매한 상황이었다.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다용도실로 들어가서 센서 알람을 끄고 나왔다.


돌아서서 나오는 내 뒤통수를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기분 나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것을 두고 귀신에 홀린다고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근무 교대를 하다


아침에 다른 근무자와 근무교대를 했다. 그리고 밤새 있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겪었던 일은 매일 반복된다고 했다.


혹시 센서가 고장이 난 것이 아닌지 물어봤으나, 점검했으나 센서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밤에 일어나는 소름 끼치는 상황 때문에 그동안 많은 직원들이 야근을 꺼려하거나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꾸준히 일을 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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