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누구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을까

- 모두 유죄! -

by 카이

일주일 중, 주 3일만 요양원에 머무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지난겨울의 어느 날.


정확히 크리스마스 날이다.


기침과 고열이 삼상치 않아, 딸에게 병원에 모시고 갈 것을 권유했으나, 전화상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바쁘다’였다.

(저희 요양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르신들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은 가족분들의 역할입니다)


옆에서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할머니께 옷을 입히고, 양말을 신기고, 마스크를 씌워드리고, 무릎담요를 한 후 요양원 근처의 동네클리닉에 모시고 갔다.


결과,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였다.




내가 일하는 요양원 및 데이서비스(주간보호센터)에서는


코로나 때, 집단감염으로 난리를 크게 치르고 난 이후부터


전염 위험이 있는 경우에, 자택에서 지내시도록 하고 있다.

(정식입소가 아닌, 한시적 이용하는 어르신은)


이래 이래해서, 집으로 모시고 가라고 다시 딸에게 연락했으나,


크리스마스라서 곤란(?)하단다.


‘그쪽’에서 알아서 하란다.


그 와중에,


‘초근접으로 병원에 동행했던 나는 괜찮은 건가?’


잠깐 염려했던 나 자신이 한심하고 추하다.


전염위험을 걱정하는 요양원.


크리스마스 연휴인 관계로, 집으로 모시고 가길 거부하는 딸.


그 와중에 본인 걱정하고 있는 나.


사랑과 안식의 크리스마스인데,


모두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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